환자 쏠림현상…10곳 중 6곳만 현상유지
획일 수가체계 대형병원 몸집불리기 불러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병원계는 각종 통계 및 자체조사를 통해 9%대의 부도율(병원급은 10%)을 보이며 절박한 상황이라고 아우성이다.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이 없는 한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는데 있다.

 지난 2005년도 300병상 이상 136개 종합병원을 회계분석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민간기관 10곳 중 6곳만이 흑자를 냈고 그나마 의료이익률은 1.5%로 극히 미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공립기관은 34곳 중 29곳이 적자속에 8.2% 대의 의료이익률을 보였다.

 2006년도 실적도 그리 다르지 않다.

 국공립이나 민간병원들 모두 더 어려워졌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고, 복지부의 공식보고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조사는 2002년부터 개정시행된 의료기관의 회계처리기준에 의해 진행한 것으로, 200병상 이상으로 확대 적용한 2006년도 분석이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해 현재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빠르면 4월 중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위원이나 중소병원협의회 김정덕 연구위원 등은 전년에 비해 개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경영난이 가장 심한 200병상까지 확대한 이번 조사는 2005년 실적에 비해 더 나빠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은 90%가 민간이 운영하고 있으며,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이 전체병원의 83%(991곳, 2005년)에 이르고 병상수도 12만 병상이 가동되고 있다.

 이같은 경영난으로 건강보험 진료비가 압류당하고 재투자를 못하는 등 깊은 수렁 속을 헤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년 건강보험 진료비 압류 요양기관 현황"에 따르면 병원 1325곳중 424곳(32%)에서 1조 3764억원이 압류당해 있다. 종합병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302곳 중 79곳(26.16%)에서 7113억원을 압류당한 상태.

 한때 "불황 없는 황금산업"으로 꼽혔던 병원이 이제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3차기관(대협·대학병원)과 1차기관(의원)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300병상 미만의 중소·종합병원은 양쪽으로 갈라지는 양극화 속에서 존립기반도 위협받고 있다.

 정영호 인천한림병원장은 이같은 원인을 의료전달체계 미정립 결과로 들었다. 왕규창 서울의대학장도 의료계의 현안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의료전달체계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1차 2차 3차기관이라는 의료전달시스템을 정립시킬 수는 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형식적으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고 환자들도 대형·유명 병원으로만 몰리고 있어 의료급여환자 의뢰시스템처럼 철저히 이 지침을 강제한다면 또 다른 혼란이 우려된다.

 여기엔 정책이 큰 몫을 했다. 공보험 체계인 우리나라는 정책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수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대형병원은 환자수를 늘려야 존립이 가능해 몸집불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환자의 이동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소병원들의 환자는 1993년 이후 연평균 외래는 3%, 입원은 2% 감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학·대형병원으로의 환자발길은 늘었다.

 전반적으로 의료계가 어렵다지만 중소병원에서 더 경영난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또 원가도 안되는 저수가, 중소병원 배려 없는 정책, 전문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인건비 가중, 급성기병상 20% 과잉공급 등으로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도 병원의 수익악화를 막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논란속에 입법예고중인 의료법 개정안에는 환자유인·알선행위, 인수합병, 장례업같은 부대사업 허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중소병원인들은 정부가 중소병원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의지를 갖고 중소병원형 수가개발, 외래본인부담금 및 가산율조정 등 중소병원을 찾게하는 유인정책, 세제개선 등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병원협의회를 정책단체로 변신시키고 경영난 탈출을 위해 지난 16일 첫 정기총회를 갖고 현안 해결을 모색하기도 했다.

 중소병원을 살려야 의료자원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건강하고 경제적인 의료를 국민에게 가까이서 쉽게 제공할 수 있게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 보건의료인, 국민이 모두 머리를 맞대어 국가의료체계를 살펴보고 선진 의료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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