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심장판막 확대수술 성공…태어난 아기 건강

산모의 복부를 통과한 바늘이 자궁벽을 지나 태아의 가슴 앞에서 멈춘다.

태아의 신장은 6cm, 심장은 포도알 크기.

잠시 호흡을 고른 의사는 각도를 조정한 후 태아의 심장 좌심실에 바늘을 꽂아 넣는다.

늘 구멍 끝에 위치한 풍선이 부풀려지자 곧 막혔던 대동맥 판막으로 혈액이 흐르기 시작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임신 23주째 심장판막확대수술을 받은 태아가 작년 11월에 태어나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잭이라는 이름의 이 아기는 선천적으로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 있던 상태. 그대로 출생하면 반쪽 심장으로 살아야 할 뿐 아니라 치료를 위해 출생 후 3번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美 칠드런병원(Children Hospital) Wayne Tworetzky 박사팀의 태아수술(Fetal Surgery)로 잭은 정상인과 같은 삶을 누리게 됐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미국에서 태아 심장판막수술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매년 600~1,4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좌심실형성부전신드롬 질환의 태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선천적 체내 결함으로 출생 후 사망할 수 밖에 없거나 치료를 받더라도 발달장애를 극복할 수 없었던 질환의 태아를 산모의 복중에서 조기치료하는 태아수술(Fetal Surgery)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면서 의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의 태아수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과도한 위험부담을 주던 초기의 침습적 시술에서 내시경을 통한 비침습적 시술의 단계까지 발전했으며 레이저를 이용한 종양치료,태아 줄기세포 이식 등 다양한 신기술이 시험 중에 있다.


태아수술은 1981년 美 UCSF(University of Californaia, San Francisco)에서 처음 시도됐다.

당시 태아치료센터에서 요로폐색증의 태아에게 침습적 수술을 시행했으나 실패했고, 1989년 같은 대학에서 선천성횡경막탈장 태아에 대한 침습적 수술이 최초로 성공하면서 의학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태아수술 연구가 확대돼 Uterine Stapling Device(자궁고정기)나 Radiotele-meter(태아수술 모니터 시스템)와 같은 수술장비를 비롯해 신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됐고 1993~1996년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후원하에 내시경을 통한 선천성횡경막탈장 태아수술의 임상시험이 실시됐다.

이러한 연구와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태아수술은 현재 식도폐쇄증(esopahgeal atresia), 신무발육증(renal agenesis), 천미골기형종(sacrococcygeal treatoma), 요로폐색(urinary obstruction)과 같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선천성 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더구나 신기술에 대한 연구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그 미래를 밝게 해 주고 있다.

미국 내 태아수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연구기관은 UCSF 태아치료센터로 지금까지 태아수술 분야의 획을 긋는 많은 업적을 발표했고 현재도 획기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선 가장 주목 받는 연구는 "복중 줄기세포이식 시험"으로 치료센터 연구팀과 Systemix 사가 공동으로 출생 전 세포질환(cellular disease) 치료의 효율성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정제된 골수를 세포질환의 복중 태아에게 이식하는 시험으로 중증복합면역결핍증(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SCID)과 만성육아종병(Chronic Granulomatous Disease, CGD)을 타깃질환으로 하고 있다.

다른 한가지는 태아 종양제거에 사용되는 레이저 시술. 현재까지는 태아 체내의 혈류를 막는 천미골기형종양 치료를 위해 침습적 시술이 시행돼 왔지만 레이저 시술을 통해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키고 막혔던 혈류를 다시 흐르게 할 수 있게 됐다.

레이저 태아수술의 이점은 기존과는 달리 작은 투관침을 사용해 침습적 시술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침습적 태아수술의 주요 부작용이었던 조기분만을 방지할 수도 있는 길도 열린다.

이 외에도 태아수술 중이나 후에 알약 크기의 모니터 캡슐을 자궁 내에 삽입해 남은 임신 기간 동안 태아의 발육단계를 모니터하는 기술이 NASA와 UCSF 태아치료센터 공동으로 개발 마지막 단계에 있는 등 다양한 신기술이 병든 태아의 생명을 살릴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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