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사각지대 "도우미"

차영수 예산명지병원 부원장
"유럽서 효과·안정성 이미 입증돼 논란은 불필요 "



 200여년전 독일에서 시작된 동종요법은 "같은 것이 같은 것을 치료한다(like cures like)"는 원칙에 기초해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면 현재 치료하고 있는 질병과 동일한 증상을 일으키게 될 약물이나 치료제를 환자에게 처방하는 치료법이다. 쉽게 얘기하면 산불이 났을때 이를 진화하기 위해 "맞불"을 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보완대체의학 중의 하나인 동종요법은 현재 미국 하버드 메디컬센터에서 환자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며긾 유럽에서는 전체 의사의 60%가 사용하고 있다. 또한 영국왕실에서는 동종요법 전문의만이 왕실 주치의 자격을 얻는다.

 여기서 먼저 짚어봐야 할 점은 국내에선 아직 동종요법이 "위약효과일 뿐"이라는 논리를 들어 제도권 안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유일한 영국 동종요법 자격을 획득한 차영수 부원장(예산명지병원긾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보완의학센터 초빙교수)은 "어떤 학문이든 장단점이 있다. 다만 제대로 동종요법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점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위약효과"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 "위약효과라면 왜 Mediline과 같은 곳에 수천개의 논문이 떠다니고긾 WHO에서 동종요법에 쓰이는 약제의 생산 프로세스를 관리하는지 생각해 볼 것"을 권유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동종요법을 위한 별도의 약사법을 마련해 놓고 있고긾 1988년 이미 프랑스 학자에 의해 네이쳐지에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으며긾 미국 국립보건성에서는 대국민 보도자료를 통해 동종요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작용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치료 받으라고 알리기도 했다"며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논란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물투여 힘든 환자에 유리

 우리나라 식약청도 작년에 이미 동종요법의 효과에 대한 용역 연구를 수행했으며긾 빠르면 1∼2년내에 제도권에 진입해 필요한 약제들 역시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 부원장은 "의학회에서도 예전과 달리 마음을 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긾 식약청에서도 그 안전성을 인정했지만긾 행정적 관리의 문제를 들어 필요한 약제의 허가 등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국 동종요법자격을 갖고 있는 차영수 예산명지병원장은 보완대체의학회의 동종요법 분과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차 부원장은 이미 송파 메디원 내과 원장을 역임하며 동종요법을 환자들에게 시행한 바 있다. 그가 얘기하는 개원가에서의 동종요법의 의미는 현대의학의 사각지대를 보충한다는 것. "절대 양립하는 관계는 아니다. 예를 들어 임산부나 영아 등 약물투여가 여의치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종요법은 매우 유익하다"고 전했다.

 또한 "완치가 어려운 각종 알레르기질환긾 만성질환긾 그리고 조절은 되지만 완치가 어려운 방광염이나 대상포진 등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도 효과지만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원가 활용·증상완화 사례

 그는 이에 세 가지 사례를 전했다. 먼저 임신 6주가 된 임산부가 말벌에 쏘여긾 며칠 후 지연증상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이에 "아피스(동종요법에 쓰이는 약물로 봉독을 원료로 함)"로 치료한 결과 하루만에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다.

 생후 6개월된 영아가 콧물과 발열로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투여받고 있는 상황에서 "펄사틸라(할미꽃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제제)"라는 약제를 투여해 항생제 투여없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 두번째 케이스.

 끝으로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극심한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를 대상으로 2시간 상담을 거쳐 환자 상태와 체질을 파악한 후 치료를 시행해 2주만에 상당히 완화된 사례를 전하며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차 부원장은 위 사례와 같이 개원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대한보완대체의학회 학술대회 등에서 발표하는 한편긾 이를 치료에 활용코자 하는 의사들을 상대로 이미 3회 이상의 워크숍을 진행해 100명 이상의 전문의가 교육을 받기도 했다.

유럽선 별도 약사법으로 관리

 동종요법에 사용되는 약은 3500여가지에 이르며 이중 500~1000가지 이상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동종용법에 쓰이는 약은 완제품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서는 생산 프로세스를 관리한다. 국내에선 아직 관련 법이 없지만긾 유럽의 동종요법과 관련된 약사법을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별도의 약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수많은 약제 중에 우리나라 인삼을 활용한 약제는 아직 없다. 또한 할미꽃이라도 우리나라 할미꽃과 외국의 할미꽃은 그 성분이 틀리다. 천연물 신약 개발에도 동종요법은 그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국내에 좋은 원료로 동종요법에 필요한 약제를 만들어 해외에 역수출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대의학 병행 환자고통 경감

 그렇다면 동종요법 시행에 따른 치료비용은 어떻게 산정하고 있을까? 차 부원장은 "동종요법을 일찌감치 시행한 가천의대 길병원의 경우 만성질환에 대한 초진료를 약 50만원 가량 산정하고 있지만긾 개원가에서는 그 절반을 산정하는게 맞다"고 전하고, "감기나 두드러기 등 간단한 증상은 3∼5만원 선이지만긾 만성질환의 경우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정신적인 특성, 체질 등을 정리해 약제를 찾는 "repertorization" 과정이 있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산정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환자가 아직까지 가격에 대해 저항한 적이 없다고.

 "현대의학적 치료와 병행함으로써 약물의 사용량을 감소시키고, 치료의 부작용과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것이 동종요법"이라고 규정한 그는 약물경제학적 관점에서 동종요법에 대한 분석도 조만간 착수할 계획이다.

생존하는 것엔 특별한게 있다

 끝으로 차 부원장은 "블루오션은 이미 만들어진 곳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는 동종요법으로 알레르기 비염만 치료해도 충분한 경영을 해 나갈 것을 자신한다"며 "5개의 내과가 밀집해 있다가 1개의 내과만 살아남는 것은 1개의 내과에 뭔가 특별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내시경만 잘해도긾 감기환자만 잘봐도 충분히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며 뭐든지 제대로 공부하고 "잘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동종요법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40시간 정도의 실습을 통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며 보완대체의학회의 동종요법 분과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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