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필 개념 등장에서 임상시험까지

2003년 6월:
영국 울프슨예방의학연구소 닉 왈드와 말콤 로(Malcolm Law) 교수, "BMJ(2003;326:1419)"에 발표한 "심혈관질환(CVD) 80% 이상 감소위한 전략" 보고서에서 폴리필 개념 사용.


2004년 9월:
"BMJ(2004;329:589)"에 "폴리필은 심장질환 예방판도를 변화시킬 수 없다" 제목의 논평 발표돼, 닉 왈드 교수의 폴리필 개념과 관련 임상적용 가능성과 안전성 및 비용효과에 대한 의문제기.


2005년 5월:
"BMJ(2005;330:1035-1036, 1059-1063)"에 CVD 이차예방에 있어 다제요법 효과 확인한 연구결과 발표긽 영국 노팅햄대학 줄리아 히피슬리 콕스·캐롤 쿠프랜드 교수 "허혈성심질환 환자에서 스타틴·아스피린·베타차단제 3제요법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 크게 줄였다(83%)" 발표.


2006년 8월:
미 하버드의대의 토마스 가지아노(Thomas Gaziano) 교수팀긾 개도국에서 아스피린·칼슘길항제·ACE억제제·스타틴 다제요법 효과와 비용 조사결과, 고위험군 환자의 심혈관질환 사망위험 절반으로 줄여주고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확인(Lancet 2006;368:679-686).


2006년 9월:
세계심장학회의(WCC)에서 스타틴·ACE억제제·아스피린을 혼합한 폴리필이 오는 2009 또는 2010년에 스페인에서 발매될 것이라고 발렌틴 퍼스터(Valentin Fuster) 세계심장연맹(WHF) 회장이 발표.

2007년 1월:
인도 "Dr. Reddy"s Laboratories", 아스피린·ACE억제제·심바스타틴·아테놀롤 혼합한 폴리필 임상시험 돌입했다고 언론보도.


인도 제약사 "Dr. Reddy"s Laboratories" 환자모집 완료

 "폴리필(Polypill), 심혈관질환 극복 여정의 오아시스인가긾 신기루인가?"

 심혈관질환(CVD)의 새로운 전략 폴리필 개념이 최근 실제 약물개발을 거쳐 임상시험에 돌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폴리필이란 동일한 질환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타깃 또는 기전 약물들을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복합알약 개념으로긾 여러 약물을 각각 병용투여하는 다제요법과는 구별된다.

지난 2003년 순환기 분야에서 그 이론적 주장이 처음 등장한 이래 실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이는 관련 개별약물 연구의 메타분석 또는 다제요법에 관한 연구결과가 제시됐을뿐. 실제 폴리필 효과를 검증한 임상시험은 없었기 때문. 그런데 최근 인도 유수의 제약사 "Dr. Reddy"s Laboratories"가 CVD 치료전략의 주요약물 네가지를 혼합한 폴리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미국 온라인 의학전문신문 "theheart.org(heartwire)"에 따르면. 해당 제약사는 인도에서 심혈관 사건 경험자 250명을 모집완료하고 아스피린(항혈소판제)·리시노프릴(ACE억제제)·심바스타틴(스타틴)·아테놀롤(베타차단제)로 구성된 폴리필 임상시험의 첫발을 내디뎠다.

연구목적은 CVD 이차예방에 폴리필을 승인받기 위한 것긽 제약사 관계자는 "궁극적인 임상질환 예방이 아니더라도긾 약물간 상호작용이 없다는 증거 등 안전성과 혈압 및 콜레스테롤 목표치 도달 효과만 확인된다면 승인은 무난할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

 폴리필 옹호론자들은 순응도 및 비용효과 개선이 개도국 만성질환 극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긾 일각에서는 약물간 상호작용·부작용·정제의 크기·과도한 기대 등으로 인한 역효과를 의심한다.

기전과 타깃이 다른 여러 약물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하는 기술수준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CVD 위험 80% 이상 줄이는 전략

 폴리필 개념은 2003년 6월 "BMJ"에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영국 울프슨예방의학연구소의 닉 왈드(Nick J Wald) 교수는 총 750건의 약물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해 지질, 혈압, 혈청 호모시스테인, 혈소판 기능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 동시조절을 위한 조합으로 스타틴, 3계열 항고혈압제(ACE억제제·베타차단제·이뇨제), 엽산, 아스피린을 결정했다.

 연구진은 "소위 폴리필이라 명명할 수 있는 이 조합이 허혈성심질환을 88%, 뇌졸중을 80%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55세 이상의 연령층과 모든 CVD 환자들에게 적용시 질환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론은 당시 CVD 극복의 새전략으로 주목받는 동시에 수많은 반론을 야기하며 학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위험인자 통합관리 패러다임과 연계

 폴리필 이론의 등장은 당시 또다른 변화의 축을 형성하고 있던 심혈관계 위험인자 통합관리(Global CV Risk Management) 패러다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위험인자가 다발될 경우긾 심혈관사건 위험이 단순 산술적 합산에 그치지 않고 배가된다는 이론적 근거하에 전체 위험도를 고려해 각각의 개별인자보다는 동시 또는 통합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도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센터 고광곤 교수가 혈압강하에만 집중되는 단기적 치료의 한계를 지적, 장기적 측면에서 고지혈증 등 여타 위험인자의 동반관리를 통해 심혈관 합병증 예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과 임상결과들을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해 왔다.

 통합관리 패러다임은 그 과학적 증거축적과 함께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으며, CVD 고위험군 환자 또는 이차예방에서 두가지 이상의 다제 약물요법은 보편화돼 있는 추세다긽 뇌졸중에서도 최근의 "SPARCL" 연구를 근거로 이차예방에 항고혈압제·항혈소판제·스타틴을 함께 사용시 재발위험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며 폴리필 개념 적용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다제요법 순응도·비용 문제 극복

 하지만, 다제요법은 혜택에 반해 낮은 순응도와 고가의 비용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전세계 CVD 사망자의 80%가 집중되는 개도국의 경우, 여러 약물에 소요되는 비용부담이 결국 순응도와 연결돼 질환관리의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Lancet 2006;368:679-686).

처방약물에 대한 낮은 순응도는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문제로 제기되며, 이는 약물의 수가 늘어날수록 더 심해져 많은 경우에 치명적 결과를 야기한다(JAMA 2006;297:177-186).

 닉 왈드 교수는 폴리필로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임상시험에 돌입한 인도 제약사의 폴리필은 이미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으로 허가됐으며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약물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의 토마스 가지아노(Thomas Gaziano) 교수팀이 개도국에서 아스피린·칼슘길항제·ACE억제제·스타틴 다제요법 효과와 비용을 조사한 결과, 고위험군 환자의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동시에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Lancet 2006;368:679-686).

인도 제약사는 폴리필 승인시 개도국에는 1~2달러의 저가에 공급하고 이를 메워줄 마진은 선진국에서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임상효과·안정성 입증사례 아직 없어

 폴리필은 "one-size-fits-all approach" 방식으로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도 있지만, 아직 이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현단계에서 실용화 가능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사례가 없다는 것긽 다제요법에 관한 검증은 있었으나(BMJ 2005;330:1035-1036, Lancet 2006;368:679-686)긾 폴리필 개념은 여전히 가설단계다.

 반론의 핵심 역시 부가적 효과가 실제 임상환자에 폴리필을 투여한 성과가 아니라 개별약물 연구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로부터 추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이론적으로 가능한 폴리필의 부가적 CVD 예방효과가 리얼월드(real world)에서도 발휘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약물간 상호작용과 같은 부작용도 잠재적 우려대상이다. 이번 인도 제약사의 임상시험은 폴리필 효과와 함께 약물간 상호작용 여부를 우선 검증대상으로 삼았다.

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서홍석 교수는 "아무리 이론적으로 좋다해도 약제간 상호작용이 나타나면 특정약물의 해로운 점이 증폭될 수도 있다"며 "반드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폴리필 제조와 관련 명확히 다른 기전의 약물을 다수 혼합하는데 기술적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만약,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해도 그 소요비용이 약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큰 비용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기술적 장애로 인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폴리필의 약동학과 약력학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폴리필은 다제요법에 관한 임상시험과 가이드라인 권고로 인해 CVD 이차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일차예방과 관련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하다.

승인 및 시판시 이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환자들이 생활습관 개선 등 여타 질환극복 노력을 게을리 하는 등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곱씹어 봐야할 문제다.


임상시험 어떻게 진행되나?

 처음 시도되는 폴리필 임상시험은 인도인 심혈관 사건 경험자 25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지질 및 혈압조절 효과를 검증한다.

 폴리필은 아스피린·리시노프릴·심바스타틴·아테놀롤로 구성되는데긾 시험기간 동안 저·중·고의 3가지 용량이 경과에 따라 투여된다.

우선 환자들은 아스피린(75mg), 리시노프릴(5mg), 심바스타틴(10mg), 아테놀롤(25mg)이 저용량으로 혼합된 폴리필을 1일 1회 투여받는다.

이후 혈압과 지질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75·10·20·50mg의 중용량으로 치료받는다. 이후 최종적으로 75·10·40·50mg의 고용량이 고려된다. [thehe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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