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개념 적용 의료재원 효율적 활용해야







배 상 철
한양의대 교수
류마티스병원장


 최근 보건의료계에서는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의 도입이 결정되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채택 중인 의료보험 등재방식은 소위 "네거티브리스트 시스템"으로 불리는 방식으로, 의약품의 약효와 안전성에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을 경우,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의 제외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으로 등재되는 방식이다.

 한편, 기존의 약에 비해 효과에서 우월하거나, 비용에 있어 유리하다는 자료를 제약사에서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약을 보험급여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시스템, 즉 선별적으로 급여 대상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에 있어 약물의 경제성 평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에 대해 간략히 그 개념을 정리하고자 한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검사와 치료법이 임상에 도입되어 이용되고 있다. 새로 개발된 의료행위 중에서는 고가인 경우가 흔해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뿐만 아니라 정부나 보험공단의 전체적 예산은 현실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 부담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고가의 의료행위라 하더라도 효과 면에서 우월하고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라면 오히려 전체적인 의료비용은 절감될 수 있다.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진료나 의료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즉 경제학의 개념을 의료행위에 적용하여 단순히 비용을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재원의 사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러한 학문을 "임상 혹은 보건경제학(clinical or health economics)"이라고 한다. 단순한 비용 절감의 개념이 아니라 의료행위에 대해 비용과 편익 및 효과의 개념을 포함하여 의료행위를 평가하여 제한된 재원을 적절히 잘 분배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의료행위 중 주로 약제에 한정하여 분석 연구 응용하는 분야를 약물경제학(pharmacoeconomics)이라고 하며, 이는 임상경제학의 한 분야로 이해하면 된다.

 의료행위의 경제학적인 분석의 기본 원리는 재원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용과 효과 등을 고려하여 재원을 이용하게 되는 몇 가지 행위 간에 가장 우수한 것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경제학적인 분석은 아래와 같이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영역은 경제학적 분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 비용에 관한 것으로 이는 직접의료비용(direct medical cost), 직접비의료비용(direct non medical cost), 간접비용(indirect cost), 무형비용(intangible cost)으로 나뉘어 진다.

 두 번째 영역은 분석관점에 관한 것으로 사회, 환자, 지불자(예, 보험공단), 공급자(예, 병원)의 관점으로 나누어 진다. 일반적으로 의료행위의 경제학적 분석은 사회학적 관점에 의거해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세 번째 영역은 경제학적 분석 기법으로 비용-확인 혹은 비용-최소화 분석(cost-identification or cost-minimization analysis),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 비용-효과 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으로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약물경제학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방법이 비용-효과 분석 기법이다.

 비용-효과 분석은 비용 및 효과 양자 모두를 고려하는 방법이다. 건강 성과의 측정 방법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구한 생명 수(lives saved), 생명연장기간(years of life saved), 장애보정수명(disability-adjusted life year, DALY) 혹은 질보정수명(quality-adjusted life year, QALY) 등이 있다. 흔히 이용되는 방법은 효용(utility) 개념을 이용한 질보정수명이다. 비용-효과 분석은 단순한 생명연장기간을 비교하는 것보다 효용을 이용한 질보정수명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성질환을 평가할 때 유용하다.

 감염성 질환이 대중을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에는 만성질환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만성질환에 이용되는 의료행위를 평가할 때에는 삶의 질 및 의료비용의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효용을 이용하여 질보정수명을 사용하는 것은 삶의 질을 정량화해서 평가할 수 있어 만성질환 평가시 적절한 방법이다.

 비용-효과 분석을 할 때 그 결과는 일반적으로 비용/건강 결과 단위(예, ₩/QALY)로 표시하게 되는데 이 자체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고 다른 대안과의 결과 비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떠한 의료행위도 그 자체만으로 비용-효과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용-효과 분석은 항상 상대적인 개념으로 분석하고 이해하여야 한다.

 비교의 주 관심사는 더 효과적이지만 비용이 더 필요한 경우이다. 따라서 경제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비용-효과 분석의 단순한 평균 비용-효과 비율은 별 의미가 없으며 비용-효과 증가율이 중요하다. 비용-효과 증가율이란 비용-효과 분석을 시행하여 A라는 대안이 B라는 다른 대안에 비해 효과 증가와 함께 비용도 증가할 경우, 효과의 증가에 대한 비용 증가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또한 비교 대상의 의료행위의 결과 단위가 다른 경우에는 비용-효과 분석은 의미가 없다.

 비용-효과 증가율을 다시 설명하면, 한 의료행위를 좀 더 효과적인 다른 의료행위로 대체했을 때 증가된 효과에 대해 좀 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비율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확실하지는 않지만 $50,000/QALY 미만이면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비용-효과 증가율의 범위로 인정되고 있다. 즉 일년의 질보정수명을 얻는데 약 $50,000정도까지는 미국사회에서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비용-효과 증가율은 얼마나 되는가가 관심사이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 연구된 바 없다. 국가나 사회의 경제력이나 가치관의 차이 등에 의해 그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비용-효과 증가율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이는 한 나라에서 시행한 비용-효과 분석의 결과를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그 결과가 상이하게 나올 수도 있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제한된 의료 자원으로 인해 모든 환자가 가능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의 trade-off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앞에서 설명한 여러 방법들은 제한된 자원 내에서 최대의 효과로 의료행위의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사회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한 가지 방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어려운 의료현실에서는 이러한 의료경제적 개념을 잘 인지하는 것이 현명하게 난국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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