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 인정은 경제성 평가 자료를 토대로







배 은 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책임연구원



 1. 선별목록제의 도입

 선별목록제는 지난해 5월 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 중 가장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안이었다. 내용은 앞으로는 식약청의 시판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평가를 통해 임상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우수함이 입증되어야 보험약으로 등재시키겠다는 것인데, 평가 방법으로 경제성 평가가 강조되다 보니, "선별목록제=비용이 저렴한 약을 등재시키는 제도"라는 오해를 사기도 하였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예고되었던 제도라고는 하나 금번 정부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많은 기업들이 인력육성 등 필요한 준비를 미루어 왔던 만큼,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기에 우리 사회의 준비 역량이 충분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약제를 선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와 관련한 각 나라의 사례는 어떠한지, 그리고 현재 각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감안하여 정부, 혹은 심평원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2. 경제성 평가와 급여 결정

 약제나 치료재료 등 의료기술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석 방법이 비용-효과(효용) 분석이다. 비용-효과 분석에서는 비교하고자 하는 기존 의료기술에 비해 신기술은 얼마나 더 큰 효과를 가져다주며 비용은 얼마나 더 드는지를 추정하여, 효과 1단위 개선에 추가 소요되는 비용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지를 평가한다. 즉, 기존에 사용되던 약에 비해 생존기간을 1년 더 연장시켜주는 효과가 있으나 약값 또한 비싸 결과적으로 총 비용이 3000만원 정도 더 들어가는 치료약이 있다고 했을 때, 과연 1년 생명연장 효과에 소요되는 3000만원의 비용이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면 우리는 이 치료법을 비용-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하고,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 약이나 치료법에 비해 고가의 약제라 할지라도 효과 개선 정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수용가능하다는 것이 비용-효과분석을 기초로 한 급여결정의 원리이다.

 경제성 평가 결과를 급여 여부에 활용하는 나라로는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 여러 나라가 있다. 이중 호주는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데 호주에서 PBS(Pharmaceutical Benefit Schedule)라고 하는 급여 목록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경제성 평가 자료 등을 갖춰 등재 신청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제출된 자료는 내·외부 평가자들에 의해 엄밀히 검토된 후 PBAC이라고 하는 의약품급여자문위원회에서 등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문헌에 의하면 호주 PBAC의 의사결정 내용을 분석한 결과, PBAC가 수용가능한 한계로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는 범위는 1년 수명연장에 $AU 42000~76000 선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AU 42000보다 낮으면 등재권고될 가능성이 높고, $AU 76000을 넘는 경우, 급여 권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PBAC에서 고려하는 급여 판단 기준이 비용-효과성 만은 아니다. 호주 정부 웹사이트에서 제시하는 급여평가 기준으로는 비용-효과성 외에도 안전성, 효과가 있다. 또한 비용-효과성을 기준으로 할 때 급여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 약물이라 할지라도 대체할 만한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이거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중하며 진행성인 질환에 사용되는 약제 등 구조대상(rule of rescue)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급여 대상으로 고려한다.

 비용-효과성을 선별 기준으로 활용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임상적 유용성, 형평성 등 다양한 선별 기준을 함께 적용한다.

 3. 경제성 평가의 경험, 평가 여건에 대한 우려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부각된 사안이긴 하지만 경제성 평가 자료의 제출은 현 "신의료기술등의결정및조정기준"상에도 언급되어 있고, "약제상한금액의 산정기준"에서 혁신적 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자료의 하나로도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이미 여러 건의 경제성 평가 자료가 약제전문평가위원회에 제출된 바 있다. 2005년 6월 의약품경제성 평가지침(안)이 발표된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까지 총 9건의 경제성 평가 자료가 약제전문평가위원회에 제출되었고,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인 자료도 3건 정도 있다.

 제출된 자료는 심평원 직원이 평가 방법의 적절성, 근거 자료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 검토 의견서를 작성한 후 제출기업에 그 결과를 보내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현재 검토자들 간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검토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하여 검토자 보고양식을 마련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경제성 평가 자료를 신청 약제의 임상적, 경제적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 자료의 하나로 제출하게 하고 있으나, 과연 국내에 이러한 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동안 문제 제기된 사항을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첫째, 국내에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둘째, 비용 추정에 필요한 건강보험 진료 실적 자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제출 자료에 대한 전문적 검토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심평원이 갖추고 있는가하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중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성 평가 전문인력의 부족일 것이다. 근년에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경제성 평가에 관심을 갖고 전문학회가 설립되기도 하였으나, 아직 그 수가 충분히 많지는 않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인 듯 하다.

 특히 본사 경제성 평가팀에 의존할 수도 없는 국내 기업의 경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자료 생산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2007년 12월까지는 경제성 평가 지침에서 제시하는 형태의 경제성 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부족한 경우라 할지라도 나머지 제출 자료를 근거로 급여 여부를 평가할 계획으로 있다.

 경제성 평가지침(안) 발표시점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2007년 12월까지이면 2년 7개월간 자료 제출을 자율화하는 셈이다. 참고로 호주 역시 1991년 경제성 평가지침 초안을 발표한 이후 2년여 자율 운영을 거쳐 1993년 경제성 평가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바 있다.

 건강보험 자료의 활용과 관련하여서는 건강보험 자료가 법으로 보호되는 개인의 사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비교 약제 선정, 그리고 비교약제의 단위 비용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는 신청자에 제공할 예정으로 있다.

 제출된 경제성 평가자료를 검토할 심평원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2005년부터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검토 과정을 표준화하기 위한 검토보고 양식도 개발된 만큼 새로운 제도에 대응하는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05년 하반기부터 제출된 9건의 경제성 평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전 경험도 어느 정도 축적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4. 건설적 논의의 활성화 기대

 올해부터는 선별목록제가 본격 시행된다. 지금까지 제도 자체에 대한 시비로 선별목록제의 구체적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선별목록제의 보다 합리적 시행을 위해서는 급여 평가 기준 제반에 대해 보다 건설적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으며, 의약품경제성 평가의 경우에도 평가 방법과 활용에 걸친 전 분야에 대해 보다 풍부한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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