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자료 턱없이 부족
진로모색 의사들 관심가질만


 "환자 진료라는 의사로서의 고정 틀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 같아 만족한다"
 의사로서 제약업계에 뛰어들어 약물경제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학술부 구혜원 이사(예방의학과 전문의).
 본지는 약물경제학 신년 특집과 관련 국내 제약업계 최일선에서 이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구혜원 이사를 만나 제약업체 입장에서 평가하는 국내 약물경제학의 수준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본인의 업무긾 혹은 제약회사에서의 약물경제학 업무는 무엇인가.
 간략히 표현한다면 신약이 출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이 경제학적 측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서부터 신약의 약물경제학적 측면의 데이터를 생성시키는 것을 중요시 하는 업무이다. GSK의 경우 Pharmacoeconomics&Health Outcomes research라는 부서에서 2명이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약물경제학이라는 분야는 기초, 임상, 약학 등 과학으로써의 학문적 가치보다는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로써의 가치가 더 큰 분야이다. 물론 국내의 경우는 약물경제학이나 약물경제성 평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었고, 관련 분야 전문가도 부족했기 때문에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판단된다.

 - 포지티브시스템 실시에 따른 약물경제학(약물경제성평가)을 바라보는 제약업체의 시각이나 준비 상황은 어떠한가.
 국내에는 관련 분야의 학문적 인프라나긾 인적 자원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실제 포지티브가 실시되면 약물경제성 평가 업무가 기존과 달리 제약업체의 필수 업무로 될 것이다. 그러나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국내나 다국적제약업체 모두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인력은 있어도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기보다는 약물경제학을 배워가면서 준비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약물경제성 평가를 수행할 인력은 물론 전문적인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은 대학긾 외부연구기관 등 전문가 그룹에 100% 해당 업무를 맡기는 외주 형태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GSK의 경우 약물경제성 평가 업무 전반은 학술부 PE&HO팀에서 담당하지만 기초 데이터를 생성시키기 위한 작업은 외부 전문가 그룹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 국내 업체나 다국적업체 등 업체간에 해당 업무정보 교류가 있는지.
 제약업체에서 약물경제성 평가라는 것 자체가 주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기때문에 활발하게 업무가 이뤄진 것도 아니어서 공유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만성질환이나 중복되는 질환에 해당하는 약물들의 경우에 공통의 자료 즉, 기초자료 같은 경우(예를 들어, 질병 유병률이나 환자 현황 등)에는 데이터 공유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물론 결과물에 대한 것은 해당 업체나 약물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지만긾 기초 질병 정보 자료 등을 공유해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 그렇다면 국내 약물경제학의 발전 수준은?
 이제 막 도입하는 단계긾 시작하고 준비하는 단계라는 점과 전문 인력이나 데이터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책적으로도 약물경제성 평가가 강제 조항이 아니었고긾 제약업체 입장에서도 전문적인 분야에 별도의 인력이나 인프라를 투자할 여건이 안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책으로 약물경제성 평가 업무가 강제조항, 혹은 필수 업무로 되면서 공부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업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시작하는 단계지만 관심은 예전에 비해 매우 확대되었다고 생각한다.

 - 포지티브리스트제도에 대한 입장이나 평가를 내린다면.
 이미 정책 도입이 확정된 상황에서 제도 자체에 대한 긍정, 부정보다는 이 정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 이 분야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임상시험 관련 업무를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네덜란드라는 먼 곳까지 가서 공부를 했다. 공부 마치고 돌아와보니 국내에서 약물경제학분야 전문가를 찾는다고, 관심이 높아졌다고 주위에서 참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해 나도 놀랐다. 미래를 스스로 예측해서 관련 분야를 공부한 것은 아닌데 우연치 않게 시기가 맞아 떨어져서 국내에 몇 안되는 관련분야 전문가가 된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 의사들이 약물경제학이라는 분야에 관심들이 있는지긾 의사들이 이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의사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 진료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으로 의사들이 굳이 약물경제학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물경제학 자체가 아니라 약물경제학과 관련해서 환자의 삶의 질 평가나, 영향 등과 관련된 분야라면 의사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만, 의사들이 정책 변화에 따른 진료 형태나, 의료환경 변화에 관심을 갖고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의견 제시도 하지 않는 것은 다소 안타깝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환자를 어떻게 진료할 것인지를 중점으로 가르치고 배우다보면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 의사들의 진료 영역 이외 진출에 대한 견해는.
 
제약긾 바이오벤처, 보험 분야 등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고 변화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제약업체에 진출한 의사들의 경우에도 활동 영역이 예전처럼 연구나 임상분야만이 아니라 마케팅긾 약물경제학 등 다양화되고 있고, 실제 주변에 있는 의사들(제약업계)의 경우에도 자신의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큰 것 같다. 환자 진료라는 의사의 고정틀을 벗어나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적인 일을 한다는 것, 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다.

 - 국내 약물경제학 발전을 위한 의견이 있다면.
 우선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모인 학회에서 학술적 인프라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가 학문적 성과나 과제 등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한가지 국내에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되는 기초데이터 생성 같은 경우에도 복지부긾 심평원, 학회 등이 협력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약물경제학 분야의 기초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 단위에서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노력이나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심평원이나 공단이 정책 시행에 맞춰 관련 전문가 양성과 교육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또 하나 제출된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제출된 약물경제성평가 자료들은 약가 결정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의료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의학적 필요성이라는 면에서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릴지 활용하는 측면도 중요하다.

 - 동료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떠한 분야가 되었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환자 진료외에도 보건 정책이나 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진료실에서 잠깐 눈을 돌려보면 보다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공부 많이 해야죠. 많이 공부하고 관련 분야 업무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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