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군인의 길을 걷는 것도 블루오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휘체계를 비롯 군대의 특수한 문화가 의사들에게 걸림돌일 수는 있지만 분명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군의관으로서는 최초로 중장에 오른 김록권 국군의무사령관. 그의 어깨에 놓인 세개의 별은 분당 의무사령관 집무실을 둘러싼 흰눈 덮인 겨울산을 보듬으며 새희망과 하늘을 찌를듯한 기상으로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쁨보다는 부담이 큽니다. 군대 내·외부적으로 갖고 있는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느냐 하는 중압감이 항상 어깨를 누르고 있죠. 지금부터는 의무사령관으로 기본 업무를 하면서 국방부 산하에 의무본부를 창설, 효율적으로 장병들의 건강을 관리하는데 주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사령관은 고(故)노충국씨 사건을 계기로 국가·사회적으로 요구가 거셌던 군의료체계 개혁의 한복판에서 지난해 8월 31일 "군의료발전 추진계획"을 대통령께 보고한 장본인. 당시 개편의 핵심은 장병들에게 민간 의료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전·평시 완벽한 군의무지원체계를 조기에 구축한다는 것. 현재의 육·해·공군으로 나뉘어 다원화돼 있는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우수한 인력, 의무군수체계 확보 등을 위해 최상위에 새로운 "의무본부"를 두어 운영하는 것을 담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는 조기에 중장으로 진급시켜, 본부를 효율·효과적으로 창설하라는 명령을 한 것으로 김사령관은 이해하고 있다. 이에 앞서 그는 각계 특히 의료계의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일거수 일투족을 언론에 알려왔다.

전임사령관들에 비해 대외활동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인데, 그는 군의료체계를 정확히 알려 협조가 필요한 사항은 요청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은 이해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적극 나섰을 뿐 더 뛰어나거나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고.

 그러나 이같은 적극성은 각계에서 군의료체계의 문제를 짚고 개선토록 하는데 큰 힘이 됐고 상당부분은 군 의무발전 추진계획에 반영, 현재 국방부 실무팀에 의해 차근차근 기틀을 다져나가는 디딤돌이 됐다.

 "군 의무발전 실무추진단은 관련부처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가운데 의무발전기획·의무체계개선·보건운영개선·국군중앙의료원 건립추진(7명) 등 총 4개 팀으로 구성 활동중에 있어 조만간 변화되는 군 의무환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아직도 의료계 인사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은 올해 1200억원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7년에 걸쳐 1조3000억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우수인력 확보, 첨단 의무장비 보강, 의료시설 개선, 의무지원체계 정비 등이 포함된 이번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군 전투력 향상·보존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군의료에 대한 신뢰회복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인력문제. 군의관 개인적인 능력은 매우 우수하지만 수효는 극히 부족했다. 선진국 군대에서 의료인력은 4~10%를 차지하지만 우리는 의무병을 포함 2.3%에 불과한 실정. 따라서 최소한 4%가 되도록 하고 비전문 사병들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기사 등은 보건전문인력으로 대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군의관은 매년 830명이 필요하지만 저비용·고효율의 징병제하에서는 불가능, 점차 국공립병원과 보수체계를 같게 하고 5년간 한 곳서 근무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중위 제대를 없애고 대위로 진급시켜 제대하도록 개정했으며, 군의관이 원할 경우 임상직으로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대한 군의관을 대상으로 영관급으로 특채하거나 민간인 신분(군무원)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군 자체적으로 인력 양성 방안도 진행하고 있다.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이 그것인데 현재 의대학장협의회와 논의의 진전을 이루고 있다. 국방부는 비인기과 전공을 많이 요구하고 5년차 전역 보장까지도 제안하고 있다고. 위탁교육도 2~3명에 불과하던 것에서 올해는 1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상도 장교에서부터 간호사까지 다양해졌다.

 실력있는 군의관으로 양성하기 위해 연수교육, 학위과정, 학술대회 참가, 선진국교육 확대 등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군인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계획이자 김사령관이 추진하고 있는 핵심사안이다.

 "의사로서 다양한 길을 걷는 것도 의미있지 않겠습니까. 군의관을 비롯 공직에 많이 진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의료계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형외과전문의인 김사령관은 임상보다는 경영에 관심이 많았고 대형병원 원장직을 수행하기에 임상의사로는 한계가 많아 경영을 공부하든지 아니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시기가 됐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일찌감치 연세대, 가톨릭대, 서울대 등에서 이 분야 학위와 고위전문가 과정을 마쳤다.

 중장 진급은 군의관으로는 가장 큰 성공이다. 그는 임상의사가 아니어도 관련분야 진출로 성공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민간의료와의 협력은 가장 강조하는 부분. 과거에도 진행돼 왔지만 활성화가 안되고 있는데 이는 군병원 스스로 장벽을 쌓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민간병원에서의 치료는 늘고 있지만 교수급 의사를 초빙하여 군대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활성화가 안되고 있다.

 김사령관은 "군병원의 고객은 병사"라며, 병사의 불만을 먼저 해결하는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군의관이라도 의사로서 근무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환경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장 진급은 꽃을 피웠다기 보다는 피우기 위한 것"으로 군의료발전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의사에게는 희망을, 장병들에게 양질의 의료가 제공되는 2007년이 되기를 기대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의무사령부를 비추고 있던 해가 뉘엿뉘엿 산자락을 넘어섰다. 새희망을 안고 다시 불끈 솟아오르기 위해….

사진·김형석 기자 hsk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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