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시기 끝났다…장점 보는 시각 확대


경영환경 취약한 개원가 결집으로 경쟁력 갖춰
의료 질 관리·리스크 대응 방안 반드시 세워야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법인 도입, 갈수록 늘어나는 의사수와 병의원간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등 급변하고 있는 의료시장 속에서 개원가가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네트워크 형태의 개원이 주목받고 있다.

 15년에 이른 네트워크 병원의 역사를 돌아보면 예치과긾 이지함 피부과긾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등 일부 네트워크 병원은 큰 성공을 거둔 반면긾 대다수의 네트워크는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해왔다. 실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초창기 네트워크 열풍에 휩싸여 많은 원장들이 네트워크 병원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고 지나치게 맹신했기 때문이다. 처음 1년 정도만 브랜드 효과를 봤을 뿐 다음해 부터는 사실상 혼자 개원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실력과 경력을 기반으로 하지 못한 브랜드가 결국 짐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고객이 큰 병원이라고 인식할 수 있게 외형적 몸집만을 키워 고객의 발길을 잡아보겠다는 형식의 네트워크도 십중팔구 실패를 경험했다.

 이렇게 실패의 역사를 가진 네트워크 병원이 본격적인 의료환경 변화를 앞두고 주목받는 이유는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과 네트워크 병원 설립과 운영의 본래 원칙에 충실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병의원 개원을 지원하고 있는 대흥트레이딩의 박영준 컨설턴트는 그간의 네트워크 병원 실패에 대해 "우리나라는 서비스 질의 발전을 통한 브랜드구축의 과정이 아닌 브랜드 구축 후 서비스 질 고민의 형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다행이도 최근에는 학술적 토대를 충분히 마련하고, 개원시 전담 변호사를 두는 등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려는 네트워크 병원이 많아졌다. 또한 자체 TF팀을 구성해 매주 리스크 요인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원장도 이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며 희망섞인 전망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브랜드가 가진 힘만 네트워크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긾 네트워크 병원의 또 다른 장점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 효과와 진료 외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 학술적 지원, 공동구매에 따른 경영지표 개선 등이 또 다른 장점들이다. 또한 네트워크 병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성공적인 브랜드 구축과 환자증가보다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동연구 강화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네트워크 회원 가입 심사를 강화하는 네트워크도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네트워크의 중앙에서 내려오는 정보만 취하겠다는 소극적인 사고로는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없고 이는 학술적 시너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므로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얘기다.

 홍보와 마케팅의 전문화를 꾀하는 네트워크도 늘어나고 있다. 의사는 의료 전문가지 홍보 마케팅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전문적으로 할 수 없는 분야는 과감히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하고 의사는 진료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변화의 요인은 브랜드 구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도 리스크 관리에 소홀히 했을 경우 어떤 결과를 낳는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어떤 형태로 의료환경이 급변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긾 분명한 것은 상대적으로 경영환경이 취약한 개원가가 여러 가지 형태로 결합해 힘을 키워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 고운미피부과의 김동석 원장은 "네트워크에 소속되면 네트워크 차원의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대비가 가능할 것"이라며 네트워크를 통해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임을 강조했다.

 한편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법인 허용을 예상, 추측해 볼 수 있는 개원가의 생존 시나리오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외국자본이 들어와 병원을 설립한다. 하지만 외국 의사가 국내 환자를 직접 진료하기에는 언어 등 문화적 장벽이 따르므로, 국내에서 우수한 인력을 스카웃해 운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럴 경우 개원가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진다. 따라서 제한적으로 성공한 네트워크 병원만이 이들과 대항해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두번째는, 현재 잘 만들어진 네트워크 병원에 외국자본이 대거 투자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외국진출까지 생각할 수 있다. 시장개방이 비단 외국 의사의 국내 유입만 의미하는게 아니라 자본의 유입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쁘게 말하면 외국자본에 선택되기 위해 네트워크를 탄탄히 갖춰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끝으로 네트워크 병원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의료의 질관리와 표준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국 어디를 가도 한 브랜드의 병원을 가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한 군데라도 이 질을 유지하는데 저해되는 실수를 했을 경우 전체 네트워크가 휘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친절함, 의료사고, 불결함 등 부정적인 요소로 인해 병원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의료의 질 관리와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반드시 수립해야 함은 비단 네트워크 병원만 유념해야할 사항은 아니다. 오픈앤 서포트의 이우영 이사는 "질 관리를 위해 의료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표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표준화는 불필요한 단계를 없애 고객에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병의원에 관한한 시행착오의 시기는 이미 지났다. 네트워크 병원이 금새 사그라드는 트렌드가 아닌 확실한 경쟁력으로서 환경변화에 대응할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소속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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