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전략으로 벽 허물어야 시장 차지


자본력 갖춘 의사 주주형태 제약업체 참여 늘 듯
특수 분야 노하우·합리적 경영 전략 갖춰야 승산


 의료시장 개방긾 영리법인 허용긾 의료기관 부대사업 확대.

 그동안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묶여있던 의료분야에 영리 목적의 활동이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비 의료인의 의료기관 설립 허용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의료기관의 다양한 형태 변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시장개방과 함께 경제 특구를 시작으로 영리법인의 부분적 도입이나 이미 입법 예고된 의료기관 부대사업 확대는 이러한 의료기관, 혹은 의료인들의 영역 파괴를 촉발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물론 관련 업계 모두 영역간 벽 허물기가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하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이윤 창출과 정책 시행 이전에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하에서 진행될 경우 그 폐해와 실패의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우선 지난 2~3년간 국내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주요 이슈로 부각된 영역 파괴의 주요 흐름은 다수의 의료인이 주주가 돼 제약회사 설립, 제약사나 도매업체 인수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들병원과 의사지주 회사인 HNF이다.

 우리들병원 그룹의 경우 지난 2004년 봄 제3자 배정방식으로 224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수도약품을 인수했다. 우리들병원 그룹은 계열사인 의약품, 건식 판매회사 닥터즈메디코아가 수도약품의 신주 인수자로 선정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으며, 이후 닥터즈메디코아 흡수합병, 제주도특별자치도내 영리병원 설립을 목적으로 한 우리들병원관리를 계열사에 추가시켰다.

특히 수도약품은 올 7월 우리들병원관리의 자본금 중 30%인 25억원을 출자해 향후 영리법인과 의료관광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들웰리스리조트 설립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수도약품이 삼성제약의 제3자 배정에 의한 유상증자에 참여 50억원의 투자금으로 2대 주주로 올라서 관련 분야의 세를 확장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4월 1천여명이 넘는 의사들이 모여 설립한 HNF는 지난 2001년 세종제약을 인수 기존의 의료용소모품, 건강기능식품 유통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제약업 진출을 선언한바 있다. 당시 HNF는 세종제약 지분 85%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지난해에는 의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10억원 가량의 유상 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 초 병원협력네트워크 형태의 주식회사인 이호스피탈코리아가 한국슈넬제약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이러한 의료기관들의 영역파괴 현상이 결코 순탄치만은 안다는 점도 보여줬다. 이호스피탈코리아는 1월 초 한국슈넬제약 인수를 위해 지분 10.63%를 보유 1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당시 경영진과 정관 변경을 위한 주주총회 취소, 경영진 직무정지 가처분 등의 소송을 벌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긽 이후 3월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의 판결에 의해 현 경영진의 퇴임과 이호스피탈코리아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외에 지난 2003년부터 병원급 의료기관과 개원가 일부에서 제약업체와 도매업체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인수를 추진한 사례도 있으나, 현재 기준으로 업계의 공시를 통한 인수가 확정된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S대 출신 의사 100여명이 제약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긾 개원의 중심의 소액출자 형태의 제약회사 인수 등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제약업계가 의료기관을 인수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물론 녹십자의 경우처럼 비영리 의료법인인 녹십자의료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본격적인 의료기관 설립 움직임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올 8월에 동신제약을 흡수 합병한 SK케미칼의 경우 생명과학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건강보조식품 제조 및 가공판매업, 의료기관 운영 및 투자 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자본의 여유가 있는 의사 주주형태의 제약업체 인수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긾 그러나 소규모 중소 업체나 도매업체를 인수하려는 것은 자칫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결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업 본연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우수한 의약품의 공급에 있다며 단순히 의료기관들의 자본 참여 방식의 영역 파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관련 업계 투자를 고민중인 의료기관들의 입장은 보건의료라는 특수한 분야에 대한 노하우와 합리적인 경영 전략을 갖춘다면 의료인, 혹은 의료기관들의 영역 파괴 전략은 충분히 승산이 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하고 있다.

 향후 바뀌게 될 보건의료분야의 정책 변화에 따라 기회는 아직도 많으며, 이를 활용한 윈윈 전략을 구상할 때라는 일부의 지적처럼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영역파괴 전략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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