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의대 교육 - 下

독립된 과목 몇개 도입만으로 인성교육 모자라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글로벌 경쟁체제 등 내외부적 교육환경 변화로 우리의과대학들은 수년전부터 교육 내용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다수의 의과대학들이 부분적인 과목 신설 혹은 전면 개혁을 통한 의학교육의 내실화를 준비하고 있다.

 본지가 전국 41개 국내 의과대학들의 2006년도 기준 교과 과정을 살펴본 결과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실시되고 있는 인문·사회학과 의학의 접목, 의료윤리, 사회봉사, 특성화 교육 등 내용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2007년도에는 보다 확대된 교과 과정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다수 있었다.

 또 의과대학의 교육 방식도 담당 교수 1인의 강의로 진행되는 주입식에서 탈피 소그룹 토론, 문제중심학습(PBL), 현장 실습 강화, 사례와 증례 중심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

 연세의대의 한 교수는 환자를 기계적 치료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의료계 내부의 반성과 교육 체계 변화,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욕구 등이 더해져 이같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디지털사회로의 진입 등 사회·경제적 변화가 의과대학 교육 체계의 개혁을 이끌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의 한 교수는 예전과 같이 진료실의 의사와 환자 관계가 의료인을 중심으로 한 형태에서 환자들도 의료인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대등한 관계로 발전된 사회·문화적 변화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과대학 교육의 변화에도 한계는 있다는 지적이다.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최보문 교수(정신과)는 의료의 인간화를 목표로 한 다양한 교육 과정들이 새롭게 제시됐지만 몇개의 인문사회분야 과목을 도입했다고 인성교육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교수는 학생들의 인간성을 배양하는 인성교육을 목표로 소설 읽기와 글쓰기, 음악감상을 하는 몇개의 과목만으로 학생들의 인성이 개발되는 것은 아니라며, 실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 내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의과대학 교육 변화 양상이 모두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또한 다수의 의견이다.

 계명의대 학사행정팀 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 봉사나 국내외 외부 기관 현장 실습의 경우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주고 있다며, 학생들의 평가에서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모 교수는 인문·사회학적 요소를 강조하는 이유중에는 사려깊은 의사, 더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하는 의사상을 구현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의과대학 교육 변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인문사회의학의 내실화와 모든 임상의학 교육에 인문사회의학적 요소를 접목시키려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가톨릭의대 최보문 교수는 인성교육을 위한 현재의 다양한 노력도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 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인문사회의학의 강화라고 설명했다. 최교수는 의학교육을 독립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임상의학 교육에 인문사회의학이 스며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문제는 의학전문대학원 도입과 교육 환경 변화라는 흐름에 각 대학들이 어느 정도 교육개혁에 나설 것이며, 이를 어떻게 체계화 할 것인가에 있다.

 한 대학 교수는 현재 각 의과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나름의 의학교육 변화와 교과과정 개편을 큰 틀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속에 우리 의학교육이 보다 내실화되고 환자와 함께하는 인간다운 의사를 키우기 위한 의료계와 의학교육자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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