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대한제국,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우리의 근대사에서 의학의 도입과 발전을 주도했거나, 그 중심에서 역사적 인물로 남아있는 이들은 누가 있을까?

 물론 이런 물음에 뒤따르는 궁금증은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는 누구일까라는 것이다. 역사학이나 의학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질문은 다소 애매하거나 역사적 평가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독의약박물관 이경록 관장은 "한국의학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에 대한 기준은 국내에서 공부한 사람으로만 따질 것인지, 의학교육을 어느정도 수료했는지, 의사자격에 대한 국가 권력의 인허 여부가 있는지, 의사시험 통과 여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한국위인전을 살펴본다면 의사로서 우리의 기억에 각인된 인물로 종두법을 국내에 보급 천연두 예방에 힘썼던 지석영 선생과 독립운동가이자 우리 나라 최초의사로도 평가받는 서재필 박사가 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초창기 근대의학사의 주요 인물이 이 두사람이라면 그외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었을까?

 본지 351호에 연재했던 제1회 경성의학전문학교 졸업장 속의 주인공인 김승수나, 한국 최초의 여자의사이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전신인 볼티모어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한 박에스터(김정동), 1928년 만주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조선적십자사 보건부장, 서울의대 교수를 역임하며 한국의학사, 한국의학문화연대표 등의 주요한 서적을 남긴 김두종 박사 등을 꼽을 수 있다.


1. 김두종 박사 기념 흉상
2. 지석영 선생
3. 광혜원(왕립병원)
4. 한국 최초 여자 경성의학전문학교 졸업생
5. 평양 광혜 여의원 원장과 의사 및 직원일동(1911년)


 이외에도 제중원의학교 1회 졸업생인 김필순 박사, 장기려 박사, 박주병 박사, 김응진 박사 등도 있다.<사진>

 근대사속의 우리 나라 초창기 의사들은 환자 진료는 물론 의학교육을 통한 후진 양성, 새로운 학문의 도입, 전염병 퇴치를 위한 헌신적 노력, 각종 의학교과서의 번역과 체계화된 이론, 임상실습 체계 확립 등 다방면에 걸쳐 초창기 근대 의학 발전에 기초가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를 통과하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실시된 의사면허시험과 관련한 주요 인물을 소개한다. 한독의약박물관 이경록 관장이 연세의사학에 기고한 두편의 글속에 등장하는 윤진국과 이재영의 기록이다.

 1913년 11월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1900년 1월 공포된 대한제국의 의사규칙(醫士規則)이 의사규칙(醫師規則)으로 변화되면서 총독부가 실시하는 조선의사시험이 실시되게 된다. 이경록 관장의 "윤진국의 진급증서와 졸업증서"에 따르면 윤진국은 1914년 9월 15일부터 10월 7일까지 조선총독부의원 최초의 의사시험 응시자 28명 중 한명으로 13명의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1909년 10월 1일 세브란스병의원학교에 입학해 1914년 3월 31일 졸업한 윤진국은 1942년 발행된 일본의적록의 기록에 의사면허 59호가 기록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경록 관장은 1910년부터 1914년까지 의학교육의 변화는 교육과정의 체계화, 임상실습의 제도화, 의사시험의 법제화라는 틀을 잡게 된다며, 1914년 실시된 의사시험을 통한 의사의 배출은 우리나라 의학발전에서 근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의 인물인 이재영에 대해 "1915년 조선의사시험과 합격증"에서 이경록 관장은 "총 3부로 구성된 조선의사시험에 5월 11일부터 6월 1일까지 학술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쳤으며, 6월 3일 결과 발표후 최종합격자 17명에 이재영의 이름이 올랐다"고 적고 있다.

 이재영은 17명의 합격자 가운데 7등으로 시험을 통과했으며, 조선총독부 의사시험원장이 제7호로 발행한 의사시험합격증을 받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경록 관장은 일제강점기의 의사규칙은 의사가 되기 위해 두가지 요건 즉 법정의학교육의 이수와 함께 의사시험 합격을 통한 면허증의 취득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록 관장은 윤진국 등 최초의 의사시험 합격자들을 보도하는 매일신보 1914년 10월 11일자에서 의사면허 취득의 역사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한 조선 의계(醫界)의 효시로 완전한 자격을 득(得)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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