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의 주장

 취임초부터 촉발된 장동익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폭넓고 골 깊은 불신은 28일 열린 임총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장 회장의 불신임 투표에 찬성 123, 반대 107표로 속내를 드러냈다. 정관상으로는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를 넘지 못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나 그에 대한 의사 사회의 불신과 거부반응은 재삼 확인된 셈이다.

 전체 대의원 242명 중 231명이 참석, 이 중 절반 이상이 물러나야 된다고 준엄한 의사 표시를 했다는 것은 사실상의 탄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같은 결과는 의료계의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한 대의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여진다.

 장회장과 집행부는 기사회생했다는 안도감보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사분오열된 조직과 대내외로 추락한 신뢰를 만회할 것인가를 크게 고민해야 한다.

 불신임안 부결이라는 임총 결과로 현 사태가 마무리되어 모든 문제가 일단 해결됐다는 상황 인식보다는 반목과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는 조직을 추스리고 아우르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출범 100일도 안되어 3번씩이나 "회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할 정도로 의사사회 분란의 중심에선 의협 초유의 수장으로서 무엇보다 통렬한 자기 반성과 결연한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소아과 개명 문제, 오진암 사건, 회계 부정 의혹, 일련의 고소·고발사태 등으로 점철된 의협 사태는 장회장의 환골탈태적 자세가 아니면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다.

 소아과 의사들이 임총 이후 발표한 "정관상으로는 불신임안이 부결됐지만 내용상으로는 장동익 의협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궤를 같이하는 의료계의 일반적인 정서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다시 새롭게 출발한다는 자세로 회무에 임하겠다는 장 회장의 앞길에 "물러나라"는 123표는 너무도 크다. 회장으로의 행보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가야 하는 장 회장은 자신이 가야할 좌표를 확실히 정하고 보다 더 결연한 각오와 더불어 언행일치의 실천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몇개월 되지 않은 회장 수행 기간 동안 그는 말바꾸기가 일수인 거짓말쟁이로, 공금 횡령을 한 부정한 회장으로 매도되고 치부되어 왔다. 그로 인해 권위와 리더십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회원으로부터 성토와 고발을 당했고 인터넷 의사들의 사이트에는 온갖 비난과 질타가 난무하고 있다.

 당장 물러나라는123명의 대의원들과 배척성향의 회원들이 가시적이고 획기적인 변화없이는쉽게 장회장 지지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 마무리 되지 않은 법적 문제들도 매듭지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더 큰 문제는 자칫하면 지금보다 심한 갈등과 분열로 갈라질 의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의협의 내일을 위해 모두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 의협을 정상궤도로 올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8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의 진정한 수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123표의 표심을 거듭 곱씹어 자신의 부족함은 물론 자신을 보좌하는 진영들의 쇄신과 새판짜기 수준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투명한 회무, 회계를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장 회장에 대한 불신과 거부반응은 의료계에 여전히 팽배해 있다고 우리는 진단한다.

 장 회장은 겸손하고 진솔한 언행과, 회원들의 뜻에 부응하며 믿고 따를 수 있는 혁신적인 집행부를 하루빨리 구성, 회원에 다가서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제2, 제3의 임총 사태를 막는 길이다.

 회원들로부터의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이고, 믿음을 줄 수 있는 리더십의 확립만이 장동익 회장과 의협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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