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의 주장

 성분명 처방을 둘러싸고 의·약·정의 또한차례 격돌이 우려된다. 이번 복지부 국감에서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며, 성분명처방제 도입 여부를 묻는 장복심 의원(열린우리당)의 질의에 유시민장관이 "전면적 도입이 어렵다면 국공립기관부터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자, 의료계가 즉각 발언 철회 요구와 함께 추진할 경우 제2의 의약분업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의협·병협·개원의협의회 등은 "2000년 의약분업은 의-약-정 간에 이뤄진 의사의 의약품 처방권 존중이 대전제였는데 약사회가 이런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끊임없이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것은 큰 모순"이라며, 특히 이번 장관의 발언은 정부와 약사단체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보인다고 규탄하고 있다.

 또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의 경우 정부·의료계·약계등 3자간 조율이 당연한데도 정책의 최고 집행자인 소관 부처 장관이 성분명 처방의 부분적 시행을 공개 표명하는 것은 의약분업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계는 의약분업 이후 국내 제약사 경쟁력을 높이고 의사-제약회사간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한편 건강보험 재정 견실화와 동네약국 살리기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성분명처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제도 도입의 전제가 되는 성분의 효능·효과가 같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제약환경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 있어 의료계에서는 도입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고 있지 않다.

 허대석 서울의대교수는 "가장 인기있는 단일성분의 경우 100가지가 넘는 상품이 있다. 이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을 모두 같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며, 최근 생동성조작 파문과 관련 국내 생동성시험 기준으로 복제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약효를 증명할 수 없음이 확인돼 오히려 시험 통과 품목에 대해서까지 약효를 관리하고 입증할 수 있는 엄격한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장관도 그동안 성분명처방 도입에 대해 여러 심포지엄과 토론회등에서 "인프라가 부족하고 환자동의만으로 실시하기는 어렵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생동성 파문과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전환 등으로 주춤해있던 "성분명처방"을 다시 수면위로 부상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성분명처방은 미국처럼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 완벽한 나라에서도 조차 약리학 교과서에 "동일 제약회사의 동일성분·제제라 할지라도 약효의 차이가 있어 상품명처방은 불가피하다"라는 취지를 적시하고 있는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강제화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가지 품목을 많게는 20~50여개의 제약회사에서 카피하여 생산하는 환경에서 성분명처방이 실시된다면, 제네릭의 특성상 동등성 범위의 차이로 조제시마다 섭취함량 범위의 차이를 불러와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질병이 호전되기는 커녕 효능이 미치지 못하거나 또는 과도한 투약으로 증세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 또한 부작용 및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약물 안전사고가 증가될 개연성도 크다.

 복지부는 이번 파장과 관련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한 관계자는 당장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의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약계가 특별기구를 만들어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만큼 물밑거래가 있었을지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보건의료제도에 관심이 많다는 한 원로의사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약사가 환자가 됐을 때를 가정하면 쉽다. 그들은 우선 오리지널을 희망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와는 별개인 의사의 고유 권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성분명처방에서 가장 기본이 돼야할 전제조건은 약효가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온라인사이트 등에는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밥그릇 다툼"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효능과 효과를 검사한 생동성시험 조작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지금도 그 여진이 만만치 않음을 지켜보며, "성분명처방"을 거론하기에 앞서 "생동성시험"이라는 선결과제 해결에 힘써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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