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정원증가 없이 장기군의관 확보가 관건

국방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신설 논란

 "장기복무 군의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국방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을 신설 매년 40명(예방의학 2명·치과 4명)의 군의사관후보생을 모집, 민간 대학원에 정원외 위탁 교육하고 전문의 자격 취득 후 10년 이상 의무 복무토록 한다."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군의무발전계획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방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두고 의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른바 "3류 의대가 또하나 생기는 것 아니냐, 의사수만 늘리는 것, 정부의 2007년까지 의대정원 10% 줄이기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 비용효과적인 문제 등으로 군대 내부에서도 개혁의 대상이 되었던 국군간호사관학교 폐교논란을 예로들며 장래 국방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더 심각한 군내부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를 대표하여 국방부 의무사령부와 실무협상을 진행하게 될 의대학장협의회는 이같은 지적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오히려 국방부의 발전계획이 의학발전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왕규창 의대학장협의회장(서울의대)은 "아직 논의를 공식화하지 않았고, 조만간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고 전제한뒤, 부분적으로 논의된 것은 군진의학도 매우 중요한 분야로 발전이 필요하며, 민간과 큰 차이없는 환경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데는 모두 동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원을 늘려 의사수가 늘어나는 것에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위탁교육과 의사양성에는 문제가 없다. 이미 서울의대를 비롯 주요 교육기관에선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편입학한 군인을 의사로 배출하는 등 위탁교육 경험이 많다. 때문에 위탁교육을 할 수 있느냐 문제가 아니라 기존 정원 범위안에 포함되느냐 아니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무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의무사령부도 큰 방향만 발표한 것으로 의학계와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어서 의사정원 증가없이 장기근무 군의관 확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학원생을 모집방법도 합의가 쉽지만은 않다. 군의 특성을 감안하면 교육의 일관성이 중요한데 몇 대학원에서 참여하는 것이 옳은지, 한 대학원을 인수하여 운영할지도 협의가 필요하다. 정원외가 될 경우 사립대가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이에앞서 국립의대학장협의회는 사립 대학원 협조가 없을 경우 국가정책에 따른다는 입장에서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군의관은 2500여 명이지만 장기복무자는 70여 명에 불과, 군에서 필요로 하는 300여 명에 크게 모자란다. 반면 의무복무하고 있는 위관급은 180여 명이 초과된 상태. 따라서 군의료에 적응하면서 임상경험을 쌓아 임상능력이 일정수준에 달할 때 제대, 의료질 향상과 군진의학 발전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의무복무이다보니 "별탈없이 전역"을 최우선시해 사명과 책임감을 갖고 환자를 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종종 받고 있다.

 결국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은 장기복무군의관의 적정인원 확보가 필수적인 셈이다. 특히 매년 830명의 군의관이 필요하지만 군필자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지난해 38%)과 여성의사 급증(지난해 30%, 매년 4% 증가)으로 입대자원이 줄어 2022년엔 460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해야 하는 군의 특성을 감안한 국방부의 이번 발표는 의료계 한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군 의료 수준을 민간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국·공립병원의 58%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군의관의 급료를 국·공립병원 수준으로 올려 임상 경험이 풍부한 민간 의사를 특별 채용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선진 군 의료를 주도할 수 있도록 21세기형 군 최고 병원 확보 차원에서 국군중앙의료원을 건립해 효율적인 진료·연구·교육 기능을 총괄하는 의료센터를 운영키로 했으며, 예산은 이미 계상돼 있는 국방개혁 예산 621조원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숭덕 서울의대 기획실장은 "군의관은 보람과 발전가능성이 중요하고 대우면에서도 민간과 큰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실력이 있는 학생이 10년간 군에 소속되어야 하는 대학원을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의과대학이 의·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연이어 전환, 그렇잖아도 부족한 장기근무 군의관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방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최선의 선택인지도 모른다. 다만 의사정원 늘리기는 정부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의학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우수한 의료진으로 하여금 60만 대한민국 군인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우리의 젊은이들을 마음놓고 군대에 보낼 수 있게돼 다시는 故노충국씨 같은 가슴아픈 일들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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