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예측하고 미래 모습 고민해야

윤 인 모 / 한일병원 성형외과 과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


1. 헬스케어의 소비자 주의


 헬스케어의 소비자주의는 필연적이라고 보면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가이다.

 한국에서는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보장률로 시작하였기에 점점 보장률을 올려가고 있지만, 유럽은 오히려 보장률을 줄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보험금을 낸 후 감기에 걸리면 다 치료해 주었지만, 이제는 감기에 걸리면 계약시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진다. 마치 우리나라의 사보험이 어떤 질환에는 얼마까지 준다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험회사는 증가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파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비 지불을 제한하면서 대신 "네가 가서 받고 싶은 치료를 받아라"는 식의 선택권을 준다.

 여러 이유에 의해서 늘어난 선택권은 비용증가의 중요요인이다. 이에 보험사나 보험공단에서의 선택권은 최소화 시킴으로써 비용억제를 유도해야 하고, 사적인 경우에 지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국의료에서는 공의료안에서의 선택권이 매우 넓다. 즉 공의료 수행에 있어서 필요이상의 지출이 이뤄진다고 생각된다. 그러니 당연히 써야할 곳에 돈을 못 쓰는 사태가 벌어진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헬스케어 소비자주의는 사의료에서의 비용증가를 필연적으로 유도하게 된다. 따라서 의료산업의 규제보다는 이러한 비용증가가 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효율화하는 것이 남은 과제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제도권 의료보다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감기에 걸리면 산삼을 먹고 싶어하는 것이다. 제도권에서는 도라지만 준다. 그러나 웰빙시대가 오면서 돈을 모아서라도 산삼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럽은 산삼까지 주려다 벅차서 다시 도라지만 주려고 하는 상태이고 우리는 도라지 조차도 비효율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산삼까지는 국가가 나눠주기에는 벅차기에 산삼은 "각자 알아서 사서 먹어라"라는 국가의 승인이 얻어졌고, 이에 산삼을 파는 헬스케어 산업이 문을 열었다.

 환자들은 산삼을 알아서 선택할 수 있었다.

 한국은 약간 다르지만 전세계적인 흐름은 이렇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제도권내(서양의학을 바탕으로한 제도권내의 의학)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어느정도 박탈 되어 있지만 그 외의 의료의 접근성(원하는 의사를 만나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나 대체의학 등의 소비자권리는 보장받고 있다. 다만 올바른 선택기준을 알 수 없어서 문제일 뿐이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아무튼 소비자의 선택권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컨트롤 할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파워가 커진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고 소비자 파워를 어떻게 컨트롤하여 경영적으로 도움이 되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2. 새로운 지불 방법의 변화

 현재의 Fee for service , fee for disease, capitation의 지불방법을 근간으로 많은 변법들을 고안하여 지불이 이뤄지고 있다. 요즘 회자되는 이야기를 보면 Micro fee for service ? 의료진과의 상담에 작은 Fee를 매기는 것, Group and community visit- 당뇨병이면 당뇨병에 이환된 환자의 단체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주치의 제도와 그에 대한 별도 Fee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것이 현재 의료의 흐름이라고 보면 된다.

3. 의료조직의 변화

 현재 병원조직이나 의사조직, 그리고 그로 인한 헬스케어산업의 구조는 50년 이상 변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은행업무를 꼭 은행가서 봐야 했지만 지금은 은행에 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의학도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의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100년전부터 환자가 의사에게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오는 식의 진료행태는 여전하다. 이것은 개발지상주의의 20세기에 의사들이 여러 권력을 부여 받으면서, 병원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병원 밖으로 나가서, 병원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이런면에서는 아직은 단순한 의료조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효율성을 요구하는 산업의 흐름내에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의료조직외에도 미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

 몇 가지 가능성 있는 내용을 보면,

 첫째, 현재의 consulting company 같은 형태이다.

 일반 컨설팅회사는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정형화시켰다. 의사도 이와 같을 것이다. 예를 들어 A과가 있다면 A과 의사들이 모여서 회사를 설립했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지식을 공유하고 같이 공부한다. 그리고 A과를 개설하고 있는 갑 병원에 의사를 계약기간동안 파견하여 A과와 관련된 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해준다. 갑 병원은 수준있는 A과 의사모임회사를 통해 안정적인 진료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일정 Fee를 회사에 입금을 시키면 되는 것이다.

 둘째, 영화사 같은 경우다.

 영화를 찍을 때 다른곳에 있던 많은 자원들이 일시에 모인다. 의료에서도 질환에 따라서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어떤 수술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모든 자원과 인력을 아웃소싱을 통해 조달한다. 의사를 보내오고, 수술 assist, 간호사를 보내온다. 수술후 management할 병원이 정해지고, 차량이 와서 그날 필요한 물품과 자재를 공급해 주고 간다. 그럼으로써 수술이 이뤄진다.

 셋째, 기존 KPPO가 좀 더 견고해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서로 뭉쳐서 덩치를 키운 의사들이다. 이렇게 힘을 모아서 관련산업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갖는다.

 예를 들면, 요즘 세운 KPPO가 그런 현상인데 여러 환경조건과 맞아 떨어진다면 이런 제도가 좀 더 견고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이 과연 우리 나라에 실현될까"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물론 필자는 단시간내에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갈 수 없는 사실 하나는 현재의 제도는 대대적 쇄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산을 통과하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굴을 뚫을 때 굴 뚫기 직전이 가장 어둡듯이 제도에 대한 불만이 증폭될수록 개혁의 엔진은 더 힘을 받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화를 예측하고 그 속에서 의사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를 고려하고 미래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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