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주관 복지부·관리의무 식약청 대책 소홀 때문"

수익자부담 원칙 시험관리 체계 도입 주장

올 해 4월과 7월 국내 제약업체들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데이터 조작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로 데이터 조작 사실이 판명된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 판정이라는 두차례 폭탄급 철퇴를 맞았다.

 특히 이는 제약업계에 해당 품목의 자료 조작 사실 유무나 관련 제품의 안전성·유효성과 무관하게 관련 제약 업체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품목허가를 허위로 받았다는 윤리적·도덕적 상처를 안겨줬다.

 식약청 발표 이후 제약업체들은 관련된 모든 품목의 허가 취소 및 제품 회수, 폐기 조치라는 행정명령을 받은 것은 물론, 의료소비자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로부터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피소되기도 했다. 또 대한약사회는 해당 품목에 대한 제약회사의 자진 회수·폐기와 함께 회원 약국들에게 관련 비용 정산을 요청했으며, 보건복지부도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급여비용 중 진료비 차액을 계산 환수 소송을 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말그대로 제약업체들은 업계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음은 물론 경제적 손실도 커 설상가상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제약 업체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생동성시험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식약청과 관련 정책의 실적 부풀리기에 제대로된 정책 추진을 하지 못한 복지부를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동아제약, 환인제약 등 12개 제약업체들은 1차 생동성시험 조작 발표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집행정지 및 품목허가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제약 회사들의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한국제약협회는 생동성시험 데이터 조작은 결과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권장한 복지부와 관리 의무가 있는 식약청이 시험기관의 인력부족, 시설미비 등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등안시 한 것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생동성시험이 도입된 1989년 이후 식약청이 공인된 시험기관을 단 한곳도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안일한 관리·감독 업무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도입 초기부터 제기된 생동성시험기관과 의료기관, 제약업체의 데이터 불일치나 조작 관련 사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음에도 식약청이 이를 방치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흡한 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과실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 모든 책임을 시험기관과 제약회사에 떠넘기려는 정책 당국이 사태를 이 상황까지 만들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지난 6월말 한 시험기관의 내부고발자에 의한 국가청렴위원회 고발건을 바탕으로 생동성시험조작은 식약청의 직무유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원은 지난해 12월 국가청렴위에 성균관대 약대 내부고발자에 의해 생동성 시험조작 사실이 보고됐으며, 올 2월 식약청이 관련 사실을 인지 현장 실사를 벌였음에도 시험기관 관련자의 구두 진술로만 조작사실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등 초기 부실 조사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제약사 도덕성 크나큰 상처

 한국제약협회 이인숙 기획실장은 제네릭의약품의 생동성시험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10만 단위 이상의 시험생산과 제제공정 별 검증을 통해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제3의 생동성시험기관에 의뢰하기 이전에 의약품의 이화학적동등성은 이미 확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실장은 이번 데이터 조작 파문의 오해는 서류상 문제가 생물학적동등성을 부정하듯 비춰진 점이라며, 이러한 부정적 견해가 일반 국민들에게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게끔 하는 정책 당국의 발표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식약청은 엄격한 생동성시험기관 지정, 정도관리, 행정처분 근거를 위한 약사법 개정 준비, 시험현장 불시 방문과 정기 검사 등 나름의 향후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제약 업체들은 정책을 끌어가는 정부의 방침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대책은 결과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제약협회는 생동성시험 의뢰시 수익자부담원칙 하에 제약회사가 비용을 부담토록하고, 공인된 시험기관에 식약청이 직접 시험을 맡기고 관리하는 방안인 수익자부담방식의 생동성시험관리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도 생동성시험 품목 자체조사를 통한 관련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확보에 나섰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양기화 연구조정실장은 최근 15개 성분에 대한 시험기관 공모를 실시, 현재 4개 성분에 대한 기관을 선정해 현재 4개 품목에 대한 성분 분석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실장은 올 해 말 연구결과와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라며, 향후 생동성시험 의약품 성분 분석 사업성과에 따라 예산확보를 통한 추가적인 분석작업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동성시험 데이터조작은 충분한 사전 준비와 인프라 구축 없는 정책 시행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이다.

 또 여기에는 데이터 조작이라는 사실외에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에 대한 의약단체간의 이견, 관련 부처의 정책 성과 부풀리기와 책임회피, 해당 시험기관의 안일함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결국 제약업체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는 제품임에도 정부 정책에 따라 실시한 생동성시험이 결과적으로 제약회사의 도덕성에 큰 상처만 낸 상황이 돼버렸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국민건강을 고려하는 정책 마련과 재발 방치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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