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타사이클린 도입 후 중앙 생존기간 5년 넘어


개념 및 정의

 세계보건기구(WHO)의 폐동맥 고혈압의 정의는 해수면에서 사는 사람은 평균 폐동맥압이 20mmHg 이상, 해발 500m에서 사는 사람은 평균 폐동맥압이 25mmHg이상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폐고혈압의 기준은 1981년 미국 NIH에서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등록사업시 적용하였던 휴식시 평균 폐동맥압이 25mmHg 이상, 운동시 평균 폐동맥압이 30mmHg 이상이 더 널리 받아 들여지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은 여러 차례 전문가 그룹의 논의를 거쳐 다섯 가지 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Eisenmenger쥜s complex와 같은 심장질환에 의한 폐동맥 고혈압,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폐성심과 같은 폐질환에 의한 폐동맥 고혈압, 반복되는 폐색전증에 의한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 고혈압, 유육종증과 같은 폐동맥 입구를 누르는 종격동 질환에 의한 폐동맥 고혈압, 그리고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즉,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은 상기한 여러가지 질환을 배제한 후, 진단을 할 수 있는 질환이다.

임상상

 여성이 남성에 비해 1.7배 빈도가 높으며,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20∼30대에 빈발한다. 약 7%의 환자에서 가족력을 보이며, 이는 상염색체 우성형질로 유전되는 양상을 나타낸다.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평균 2.5년 후에 진단을 받으며, 계속 악화되어 진단 후 평균 2∼3년 후 사망에 이르게 된다.
 증상은 평소에 건강하던 사람에서 서서히 호흡곤란이 발생하며, 그 외에도 무력감, 전흉부통, 실신, 말초부종 등을 보일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고, 항핵 자가항체가 많은 수의 환자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면역학적 기전이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때 유럽에서 식욕감소제로 사용하였던 aminorex fumarate를 복용하였던 환자에서 다수 발생한 적이 있으나, 사용이 금지된 후 발생이 감소하고 있다.
진단

 1. 일반 검사 소견

 흉부 X-선 소견은 대개 정상이며, 심한 경우만 우심실비대 소견을 보인다. 심전도는 우심실비대와 폐성 P파 (P pulmonale)를 보이며, 폐기능검사는 대개 정상이다.
 동맥혈 가스검사는 산소분압의 저하소견만을 보이며 흔히 저이산화탄소증을 보인다.

 2. 심초음파검사

 폐동맥 고혈압의 1차적인 screening 검사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검사이다. 삼첨판 폐쇄부전의 혈류의 속도를 측정하여 폐동맥압을 추정할 수 있으며, 폐동맥 고혈압을 진단 및 배제할 수 있다. 또한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판막질환, 좌심부전 등을 같이 진단할 수 있다.

 3. 폐 CT 및 동위원소스캔

 폐동맥 고혈압은 일차성보다 다른 이차적 원인에 의한 것이 훨씬 빈도가 높으므로 폐동맥 고혈압이 있더라도 반드시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폐 CT와 동위원소스캔이 유용하다. 폐 CT는 폐의 다른 질환이나 흉곽질환, 폐색전증을 진단할 수 있으며, 동위원소스캔은 작은 폐색전증을 진단할 수 있어 유용하다. 두 검사가 정상인 경우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다음의 검사가 필요하다.

 4. 폐동맥조영술 및 우심도자술

 폐동맥조영술은 특히 우심실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위험할 수 있으므로, 미주신경을 차단하기 위해 아트로핀 1mg을 근주하여 전처치하는 것이 필요하고, 조영의 범위도 최소화하여 조영제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심도자술은 좌우단락과 폐모세혈관쐐기압을 측정하기 위해 필요하며, 폐모세혈관쐐기압이 증가되어 있는 경우, 승모판 협착이나 좌심실부전을 진단하기 위해 좌심도자술도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심방중격결손과 같은 좌우단락이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배제할 수 있으며, 심박출량을 측정하여 폐혈관저항을 계산할 수 있다.

 5. 폐동맥 반응성 검사 (vasoreactivity testing)

 우심도자술을 시행하면서 폐동맥 반응성 검사를 시행한다. 작용시간이 짧은 폐혈관확장제를 투여하여 심박출량의 감소 없이 평균 폐동맥압이 10mmHg 이상 감소하거나, 실제 평균 폐동맥압이 40mmHg 이하로 유지되면 양성으로 판정한다.

 6. 운동능력 검사

 운동능력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서 예후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 운동능력별 분류 (functional classification)인데, 제1 분류는 일상 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 제2 분류는 일상 생활을 하는데 호흡곤란을 느끼는 정도, 제3 분류는 일상 생활 이하의 움직임에도 호흡곤란을 느끼는 정도, 제4 분류는 침대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정도이다.

 보다 객관적인 운동능력 검사 방법으로 6분간 걷기검사 (6 minutes walk test)가 있다. 이는 환자로 하여금 6분간 걸을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걷게 하여 그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인데, 환자의 예후나 치료 성적의 평가를 잘 반영한다고 연구되어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즉, 처음 측정한 6분간 걷기검사 결과가 153m 미만이거나 산소포화도가 10% 이상 감소한 경우,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약 3개월 치료 후에 6분간 걷기검사 결과가 380m가 넘으면 예후가 좋다고 연구되어 있다.

 그 외에 운동부하검사를 시행하기도 하나 호흡곤란이 심한 환자에서 시행하기가 어려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치료

 1. 폐동맥 고혈압의 악화 방지

 폐동맥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저산소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흡연은 절대적으로 금해야 하며 장시간의 비행기 탑승도 피해야 한다.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인 경우 가택 산소요법을 시행하여야 한다. 프로스타사이클린의 억제제인 인도메타신이나 폐동맥 수축을 일으킬 수 있는 교감신경 촉진제의 사용도 피해야 한다. 또한 가임기 여성에서 임신은 폐동맥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임이 권장된다.

 2. 항응고치료

 항응고치료가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에 도움을 주는 기전은 확실하지 않으나 좁아진 폐동맥에 혈전이 새로 생기는 것(in situ thrombi)을 방지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항응고치료는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 가장 필수적이다. 대개 경구용 와파린을 사용하며 정상치 INR의 2~3배 사이를 유지하도록 한다.

 3. 칼슘통로 차단제

 폐동맥 반응성 검사(vasoreactivity testing)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환자에서는 칼슘통로 차단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초기에 폐동맥 반응성 검사에서 양성을 보이는 환자는 전체의 25% 정도에 불과하며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약 6%만이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가 있어 실망적이다. 흔히 사용하는 약제로는 니페디핀, 암로디핀, 딜티아젬 등이 있다.

 4. 새로운 폐혈관확장제

 1990년대 프로스타사이클린 제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 정주 요법이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도입된 이후,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열리게 되었다. 즉, 지금까지는 폐동맥 반응성 검사에 양성인 환자에게만 칼슘통로 차단제가 도움이 되었고, 이마저도 폐동맥 고혈압의 진행을 막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에포프로스테놀을 24시간 정주한 경우, 모든 환자에서 폐동맥압의 저하, 운동능력의 개선, 삶의 질의 개선 및 생존기간의 연장을 가져오게 되었다.

 다만 반감기가 짧아 24시간 정주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하주사제인 트레프로스티닐(Treprostinil), 흡입제제인 일로프로스트(Iloprost)이 개발되어 사용 중에 있다.
 이외에도 엔도쎌린(endothelin) 수용체 길항제인 보센탄(Bosentan), phosphodiesterase 차단제인 실데나필(Sildenafil)과 같은 경구용 폐동맥 확장제도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증명되어 여러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결 론

 1990년 이전에는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의 예후는 매우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항응고제와 칼슘통로 차단제를 사용해왔으나, 중앙 생존기간이 2.8년에 불과한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그러나 프로스타사이클린 제제가 도입된 이후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의 예후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최근에는 중앙 생존기간이 5년을 넘기고 있다.
 현재 여러 약제의 병합요법, 용량 및 투여경로의 변화 및 다른 원인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 대한 수많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폐동맥 고혈압도 전신 고혈압의 치료와 같이 쉽게 조절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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