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껏 진료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가 지난 2000년도의 투쟁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정부, 언론 및 어용 시민단체가한 목소리로 의사들을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매도한 데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의 정당하고 옳은 주장은 언론, 시민단체에 의해서 매도되어 국민들은 그릇된 정보만 받아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우리가 그렇게 약해야 했는가 생각해 보면 잘 단결된 약사회에 비해서 훨씬 단결력, 조직력이 떨어지는 의협 및 각 지역별 의사들의 다른 주장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도 이제는 의협을 정치세력화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치적 행동이란 정책의 주도권을 가지려는 활동이다.

즉 국민에게 홍보하면서 지지세력을 만들어내고, 내부단합으로 힘을 기르며, 기존 정책에 저항하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알리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가는 작업이다.

물론 지난 2000년도에 겪은 것처럼 국민에게 홍보하며 지지세력을 얻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도 1900년도 초에는 우리 나라처럼 의사들이 권위를 확립하지 못했었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속이기 쉬운 환자들의 등을 치는 돌팔이 의사들, 의사들의 처방전을 베끼고 환자들에게 제멋대로 조언하는 약사들, 의과대학에서 한꺼번에 배출된 많은 의사들, 의사들의 환자를 빼앗아가면서도 그들에게 특권을 주지 않았던 병원들, 그리고 진료비를 낼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무료로 진료해주던 공공진료소와 보건당국들로 인해 의사들은 사면초가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 때 미국 의사들은 여러 전략을 구사하여 위기를 극복하였다. 무려 30년간에 걸친 투쟁이 필요했다.

그들이 사용한 전략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단결이었다.

예를 들면 그당시 미국에서 종합병원 근무의사들이 단합하여, 병원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우리 한국의사들도 우선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거시적인 미래를 위하여 강력하게 뭉쳐야 공멸을 면할 수 있다.

그간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면서 소시민적 생활에 안주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의료대란을 거치면서 조직화되고 의식화되었다.

아울러 전문가로서의 지식의 힘과 자발적인 성금 등 자금력을 갖추게 되었다.

의료계가 의료정책에 일정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의료계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직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 뿐이다.

따라서 정부와 집권당에서는 의료계의 요구를 소홀히 보아서는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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