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해결책은 IDIC에 있다"

 얼마전 친목모임에 갔다가 한 친구녀석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다. 저명한 모 대학병원에서 아버님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며칠만에 망막이 떨어져 재입원을 했다는 것이었다. 화가 난 그는 주치의에게 큰소리라도 칠 기색으로 달려갔지만, 혹시라도 의사가 기분이 상해 아버님께 소홀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참을 인(忍)자를 수백번 되새겼다고 했다. 분명 의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의사들의 입장은 어떤가? 지난 17일자 MO는 과중한 업무와 경영압박, 의료사고 등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의사 역시 풍파의 나날들을 겪고 있는 듯 하다. 누구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의료업계의 현실, 하지만 해답은 간단하다. 전략적 CRM을 기반으로 의학업계와 환자가 모두 주인이 되어 의료경영의 효율성과 합리화를 추구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페퍼스&로저스 그룹의 CRM 방법론 "IDIC"가 보다 피부에 와닿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다.


1. Identify "환자를 파악하라"

 환자의 라이프사이클을 기반으로 최대한 상세하게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정리해 보자. 2년 전쯤 감기로 딱 한번 병원을 방문했던 한 환자, 우리는 그를 고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제일먼저 2년 전 그가 기입했던 개인정보들이 아직까지 유효할지 의문이다.

 그동안 그는 이사를 갔을 수도, 결혼을 했을 수도, 핸드폰 번호를 바꿨을 수도 있다. 이후 감기가 아닌 갖가지 질병에 시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객카드나 컴퓨터에 입력된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3단계인 Interact와 맞물려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어야 함을 유념하자.

2. Differentiate "환자를 차별화하라"

 해당 환자가 우리의 진짜 고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나면, 각 고객의 밸류를 따져 차별화시키는 단계가 진행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A 아동복 브랜드는 원피스 하나에 20~30만원을 넘나드는 고가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고객 중에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부리나케 매장을 넘나들며 정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이도, 그저 세일 때만 맞춰 매장을 찾는 이도, 구입 자체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동네방네 소문까지 내주는 이도 있다.

 회사에 있어 이들 각각의 고객은 엄연히 다른 밸류를 가진다. 필자의 경우 이들을 가장 가치있는 고객군-MVC(Most Valuable Customer), 성장가능성이 있는 고객군-MGC(Most Growable Customer),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고객군-BZC(Below Zero Customer)로 분류하고 각 고객군별로 그들의 니즈를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3. Interact "환자와 인터렉션하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일컫는 터치포인트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자.

 2005년 제일기획은 ACR에서 50가지의 터치포인트를 정리한 "제일키스"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각종 광고물부터 입소문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채널들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자금상 여유가 있다면 모든 터치포인트를 동원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기업 내부의 인적자원들을 트레이닝 시킴으로써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팔을 다친 김씨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까지 마주치게 되는 인적 요소들을 짚어보자.

 병원 입구의 리셉션리스트 혹은 경비원을 시작으로 접수처 직원, 함께 차례를 기다리던 환자들, 담당 간호사와 의사, 주사를 놔주는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족히 10명도 넘는 병원 관계자와 접하게 된다. 다시말해 인적 터치포인트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해당 병원의 이미지가 향상될 수도, 실추될 수도 있는 문제다.

 만약 환자와 마주하는 주요 순간순간에 병원 관계자들이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환자의 기존 정보에 또 다른 질문을 덧붙여 그에 대해 더 자세히 기억할 수 있는 기회, 이것이 바로 인터렉션 단계이다.

 단 30초라도 진료 이외의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환자의 거부감을 없애고, 나아가 그 환자의 잠재적 가치를 업데이트 시킬 수 있다면 병원은 가치있는 장기고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는 감성마케팅과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성마케팅을 소구하기 앞서 김씨가 우리에게 어떤 밸류의 환자인지를 파악하여 병원의 누가, 얼마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것인가를 고려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해당 환자의 밸류에 따라 주요 터치포인트에 포진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들 역시 그에 걸맞게 트레이닝시켜야 할 것이다. 진료 도중 담당 간호사가 김씨의 부인이 임신중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고 치자. 이는 김씨의 부인과 새로 태어날 아이 모두 병원의 신규고객이 될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주기적이고 세심한 인터렉션이야 말로 고객을 파악하고 그들의 밸류를 파악하는 열쇠인 셈이다.

4. Customize "환자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라"

 환자의 밸류와 니즈를 기반으로 병원의 모든 행동과 서비스를 환자 그 자체에 맞춰야 한다. 이 단계는 제품에서 서비스, IMC, 나아가 경영방식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어느 단골환자가 가벼운 감기 증세로 단지 처방전만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병원을 찾았다고 치자. 사실 그는 어제도 그제도 똑같은 병명 하에 병원을 찾았던 터라 접수를 하고, 한참을 기다려 2~3분 정도 담당 의사를 보고 가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요구사항을 미리 알았더라면 혹여라도 불필요한 앞뒤 절차를 다 제외하고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줄 수는 없었을까?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결론적으로는 접수원부터 간호사, 의사까지 손을 한번씩 덜게 될 것이고, 병원 대기실에 여유 의자라도 하나 더 생길 것 아닌가.

 또한 3단계가 제대로 이뤄져 각 고객의 성향까지도 파악하였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딱맞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거액의 TV광고가 아닐 수도 있다. 어느 고객은 단순한 문자메시지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각 고객에게서 배운 그들 각자의 성향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들에게 딱 맞는 서비스와 채널, 메시지로 다가가야 한다.

 오늘은 CRM 방법론인 IDIC에 대해 가볍게 설명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자리를 마련했다. 위의 4단계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만 긍정적인 ROI를 도출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어려운 숙제로만 들리는가? 하지만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IDIC를 적용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의료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호부터는 이들 선진기업들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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