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후 의료비·사회 비용 예방단계 지출과 비교안돼

간편하고 순응도 높은 복합제 사용 유리

 서구 선진국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Global CV Risk Management"로 대변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통합관리라는 개념으로 붐을 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 개념의 명확한 정의와 배경에 대한 의학계의 전반적인 이해가 불충분한 상태로 임상적용 초기단계에 있으며, 일부 진보적인 학계와 석학들에 의해 심혈관질환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주장되고 있다.

 국내 임상의로는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의 서홍석 교수가 심혈관계 위험인자 통합관리와 관련 가장 진보적이며 체계화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최근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학술대회에서 "Multifactorial Approach to Mechanism of Atherosclerosis"에 대해 발표, 죽상경화의 병인론과 병태생리를 기반으로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의 전체 위험도 조절의 타당성을 피력한 바 있다.

 동학회 학술대회에서는 "ALLHAT" 임상의 주요 연구자였던 프란스 리넨(캐나다 오타와대학 심장연구소 고혈압부 소장) 박사가 임상시험을 근거로 한 "Global CV Risk"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두명의 석학들로부터 심혈관계 위험인자 통합관리의 이론과 임상적용에 대해 각각 들어봤다.



 Q: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상호작용에 대해 어느정도까지 알려져 있나?

 서홍석 교수(이하 서교수): 현재까지 잘 알려진 위험인자들로는 "INTERHEART" 연구에서 발표된 10가지로, 흡연·고지혈증·고혈압·당뇨·복부비만·정신사회적 인자·과일이나 야채섭취·운동·음주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은 명확한 상호작용 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위험인자의 개수가 많아지면 심혈관 사고의 위험도가 1+1 = 2가 이니라 3 또는 5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돼 있다.

 프란스 리넨 교수(이하 리넨 교수): 심혈관질환의 기저 병리상태인 동맥경화가 일어나는 과정은 알려져 있지만, 동반된 위험인자들이 동맥경화를 통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뇌혈관질환을 공략하는 고리의 기전은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현단계에서 하나의 특정체인만을 공략한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아직은 임상시험 결과들을 토대로 동반 위험인자·동맥경화증·심뇌혈관질환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선에 머물고 있다.
 
 Q: 심혈관계 위험인자 통합관리를 실제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리넨 교수: 일단 환자내원시 문진을 통해 비만·운동습관·가족력·흡연 정도 등을 평가한다. 당연한 과정이지만 의사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다음으로 혈액검사 등을 통해 각종 수치들을 확인한 후, 이러한 위험인자들이 심혈관 사고 위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환자에게 설명하게 된다. 환자의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다각도로 접근해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고혈압 수치만을 재고 치료하는 것은 이제 낙후된 방법이다.

 위험도 측정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해도, 어떤 요인이 주원인이냐에 따라 접근방법은 달라진다. 혈압이 너무 높아서 고위험군일 경우, 집중적으로 혈압을 관리하면 된다.

 문제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조금씩 모두 높은 수치를 지녔을 때다. 이 경우,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갯수가 4~5개까지 늘어나게 되며 환자의 순응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심혈관 질환의 예방 혹은 위험감소"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동일하다면, 하나로 여러 위험인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복합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서 교수: 혈압 자체를 잘 치료함과 동시에 다른 위험인자들이 다수 동반된 경우 스타틴과 같은 약제를 쓰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UKPDS"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사고 예방을 위해 혈당을 치료하는 것과 더불어 혈압을 공격적으로 떨어뜨리고 콜레스테롤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발표된 바 있다. 미국국립콜레스테롤교육위원회(NCEP)의 ATP-III 치료지침에서도 심혈관 위험도가 높은 경우 바람직한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차별화해 정해놓았다.

 이제 고혈압도 단순히 혈압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위험인자가 여러개 동반돼 중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시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높지 않더라도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심혈관사고 예방에 매우 도움을 주리라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는 "Framingham Risk Score"를, 유럽은 "European SCORE"를 이용해 심혈관 위험도를 계산해 이를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실용화된 상태의 위험도 계산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써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혈압을 보다 적극적으로 떨어뜨리고 스타틴 등을 사용해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다.
 
 Q: 위험인자 통합관리가 약물요법의 증가로 의료비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리넨 교수: 이상적인 세상에는 심혈관계 질환도 없을 것이다. 모두 저염의 건강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심혈관계질환이 줄어들겠지만, 의사의 의견을 100% 따르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미는 흡연율 감소에 반해 비만은 증가하고 있다. 정책이나 강요에 의해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50~60대와 80대에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삶의 질과 사회적 비용의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비용은 약제비와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만큼 클 것이다. 약을 더 써서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비용대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단, 이와 함게 생활습관이 변화돼야 함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서교수: 일단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하면 개인의 희생 및 사회적 비용과 손실은 엄청나다. 예방단계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이같은 손실을 사전에 차단할 수만 있다면, 우선 약간의 비용은 더 들것이나 일정시간 후에는 경제·사회적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 의료-경제학자들의 의견이다.
 
 Q: 사용 약물의 증가로 더 복잡해질 치료의 대안은?

 리넨 교수: 환자의 달성목표가 궁극적으로 심혈관계질환 예방 혹은 위험감소임은 동일하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달성키 위해 다수의 약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복합제를 복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당연히 복합제쪽으로 기울 것이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복합제는 항생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장기복용하는 약물로서 간편하면서도 순응도를 높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 교수: 동반관리의 어려움은 현재 시판중이거나 개발단계에 있는 복합제들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카듀엣이 대표적인 약제라 할 수 있겠다. 최초의 항동맥경화제 및 심혈관사고 예방약물로서, 환자의 편익은 물론 가격 및 복용에도 장점이 많은 약제로 생각된다.
 
 Q: 위험인자 통합관리와 관련한 임상시험과 향후 연구방향은?

 리넨 교수: "ALLHAT" 연구는 고혈압과 지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최대규모의 연구였다. 최근에는 "ASCOT" 연구가 진행된바 있는데, 이를 통해 지질과 고혈압 동시관리의 중요성이 이론적으로 잘 설명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Global CV Risk에 대한 실행을 목표로 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실제의 지식을 어떻게 최고의 치료전략으로 옮기느냐의 문제가 주목받게 될 것이다. 미국도 이론적 근거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실제 임상환경에 대한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이론의 실제 임상적용을 위해 해야할 일들이 있다면?

 리넨 교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ASCOT" 연구도 결국 심혈관 사고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혈압강하는 컵에 가득차 있는 물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고, 여기에 스타틴을 추가하는 것은 남아 있는 반을 마저 줄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 필요하다. 콜레스테롤 목표수치는 과거보다 더욱 낮아지는 추세다. 현재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수치가 다른 위험인자를 감안한다면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고, 더욱 성공적인 심혈관계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직은 실제 임상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들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보훈병원에서는 책임제도(accountability)가 도입됐다. 의사에게는 성적표와 같은 것으로 환자의 목표를 어느정도 도달케 했느냐에 따라 성과급제를 적용한 것이다. 그동안의 의료체계가 얼마나 많은 환자를 보느냐에 치중돼 왔다면 최근들어 얼마나 수준 높은 치료와 관리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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