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조퇴·결근 늘면 우울증 의심"

직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채 정 호 / 가톨릭의대 교수, 성모병원 정신과



 직무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 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직무 스트레스는 개인적 수준에서는 정신적, 신체적 증상 및 질환의 발현, 동기 및 직무 만족도의 저하, 시간 지킴 불량, 질병에서의 복귀 지연, 시간 때우기, 알코올 및 약물 남용, 부부관계의 어려움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직적 수준에서도 결근율과 이직률의 증가, 수행성과 생산성의 저하, 불만족스러운 노사관계, 안전 기록 불량, 보험 청구와 책임요율 증가, 소비자 불만족 증가, 조기 퇴직 및 질병 퇴직 증가 등의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주지하다시피 정신과 질환은 질병 자체의 중증도에 비해 그로 인한 작업 손실 및 생산성 저하가 훨씬 큰 질환이다.

일단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의 기능이 크게 저하되며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와 요양비용도 다른 질환보다 많이 들게 된다. 국내에서도 산재 보험 급여로 지출되는 비용 중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도 사업주에게 스트레스에 따른 건강장해 예방 조치를 의무화하는 등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장시간 근무와 야간작업을 포함하는 교대근무, 차량운전, 정밀기계의 조작 및 감시작업 등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는 스트레스 요인을 평가하고 개선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또한 발병위험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원활하게 시행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선진외국의 굴지의 기업에서는 직무 스트레스에 의해 발현하는 정신과적인 문제를 관리하는 수준은 이미 요인 평가를 넘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근로자의 긍정적인 정신상태, 즉 웰빙(Wellbeing)을 증진시켜서 어떻게 최고의 생산성을 유지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국내에서도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에 발 맞추어 보다 적극적인 직장 정신 건강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내외의 연구에 따르면 직무스트레스는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의 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여러 정신과적 장애 중에서도, 특히 산업 현장에서는 사고로 뇌를 직접 다쳐서 발생한 질환이나, 환경적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 및 급성스트레스 반응, 큰 사고나 재해와 같은 급성 충격적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공황장애와 대인공포증을 포함한 불안장애, 우울증을 포함한 기분장애, 직장내 폭력,알코올 중독과 약물남용 등이 주로 큰 문제가 된다.

 또한 업무상 심리적 부하로 정신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한 경우 직장인의 자살 문제도 매우 중요한 직장 정신건강의 요소이다.

 정신건강 관리는 일반적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을 의미하는 2차적 예방, 또 그 장애로 인한 손해나 장해를 재활하는 3차적 예방으로만 인식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위험군을 선별하고 조기에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소위 1.5차적 예방 및 기본적인 정신건강을 증진시켜서 더욱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1차적 예방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모든 영역을 포괄적으로 접근하기는 매우 어려워 각 사업장 사정에 맞추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각 대상자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 요인을 심리·사회·생물·물리학적 관점에서 스트레스 요인의 정도, 빈도, 중요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아울러 각 개체의 기왕력, 발달력, 생활사, 성격, 알코올 및 약물 사용, 신체 및 정신질환의 과거력도 잘 파악해야 한다.

 특히 정신과적 질환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므로 잠재적으로 나타나는 위험 신호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각, 결근, 조퇴가 늘고 초조함, 짜증이 늘고, 화를 잘 내고, 잘 울게 되면 우울증이 아닌지, 병가가 많고 다양하며 만성적인 신체 증상이 있을 때에는 정신신체장애 혹은 신체형 장애가 아닌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에는 PTSD가 아닌지, 급성 불안, 빈맥, 호흡곤란 등을 호소할 때에는 공황장애가 아니인지, 걱정과 불안, 신체 증상이 많을 때에는 범불안장애가 아닌지, 불안해서 출장을 못 간다고 하는 경우에는 광장 공포증이 아닌지, 실현 불가능한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말이 많고 행동이 많으며 흥분할 때에는 조증이 아닌지, 심한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혼잣말을 하는 경우에는 정신분열병과 같은 정신병적 장애가 아닌지, 난폭한 행동, 폭행 등이 나타날 때에는 충동조절장애 혹은 인격장애가 아닌지, 시간, 장소에 대한 지남력 저하, 기억 장애 등이 있을 때에는 인지장애가 아닌지, 심하게 술에 대한 집착, 주사가 심하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알코올 의존증이 아닌지 등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때에는 조속히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각 개인별 차이를 파악하고 난 이후에는 가장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직무 스트레스의 관리를 위한 가장 큰 흐름은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 요인을 적당히 감소시킬 수 있도록 조직적 차원에서 개입하는 "조직적 관리"와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에 중점을 두는 "개인적 관리"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관리가 가장 유용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구별되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 중점을 둘 개인적 정신건강관리의 일반적 방법으로는 점진적 근육 이완법 등을 이용하여 근육의 충분한 이완을 유도하는 근육 이완법이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신체의 주요 부위의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것인데 규칙적으로 이를 시행하면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어 스트레스로 인해 근육이 긴장될 때 의식적으로 근육을 이완시켜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감소시켜주게 된다.

 심호흡과 적정 호흡 방법을 배우는 호흡훈련법을 익혀두면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최면에서 유래하여 체계화되어 중감, 온감, 심장부위, 호흡, 복부, 두부 등의 이완을 유도한 자율 훈련 (아우토겐 수련; autogenic training)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비를 이용한 바이오피드백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학습 이론에 그 기반을 둔 것으로 자신이 수행한 것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잘 인식하고 습득하게 된다는 이론에 따른 스트레스 관리 기법이다. 예를 들어, 근육긴장도, 체온, 위장의 수축, 혈압, 심박동수, 뇌파 등과 같은 다양한 생리적 변수를 컴퓨터 화면에 보여주도록 하여 시행하는 바이오피드백 훈련은 자신의 생리적 기능을 감각으로 받아들이면서 훈련을 하여 자신의 신체변화를 느끼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스트레스 관리 기법의 하나에는 명상이 있다. 명상은 원래 동양의 정신문명 또는 종교 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나 서양에서 변형된 형태인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TM)이 널리 알려져 있다. 수없이 다양한 명상법이 있으나 스트레스 관리의 목적으로는 Benson의 명상법, Carrington 명상법 등이 많이 사용되어왔다.

 최근에는 정신요법의 주요 분파인 인지행동치료적 기법과 명상법을 적절하게 가미, 혼재시킨 마음챙김 스트레스 관리법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행동요법은 스트레스를 결정해주는 평가과정(appraisal process)을 수정하고 스트레스 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행동 기술을 개발하도록 고안된 기법이다.

 인지·행동 기법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재조정해 주려고 하기 때문에 인지 재조정 기법(cognitive restructuring technique)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을 집중적으로 검토, 수정하는 방법으로는 증거 찾기, 인과 관계 가정하기, 생각과 사실 구분하기, 상황 확인하기, 흑백논리인지 확인하기, 해답이 없는 문제에 빠지지 않기, 결론적 단어 사용하지 않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정보의 근원 확인하기, 상황별 구분하기, 자신이 과소 평가하는 능력 찾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 찾기와 같은 기법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자신의 감정과 바람을 직시하고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자기주장훈련도 크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정신적 및 심리적 접근 이외에도 일반적인 건강 관리도 스트레스 관리에 매우 유용하다. 적당한 운동 활동은 우수한 항스트레스 방법이다. 특히 하루 1시간 이상의 운동은 정신 증상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섭취 지방, 설탕, 소금, 카페인 등의 제한, 음주의 감소, 야채, 과일, 복합 비타민, 식물성 단백질 섭취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음식 조절 등도 매우 유용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정신건강 관리라는 것은 간단한 한 두가지 접근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다.

 근로자 자신에 대한 교육, 관리자 교육, 인터넷 혹은 책자를 통한 접근, 사업장 보건관리자를 이용한 관리, 정신 건강에 대한 세미나, 사업장 복귀 프로그램,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Employment Assistance Program: EAP)등의 적절한 사용과 함께 개인적 접근이 포괄적으로 행해질 때 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가장 신속하게 의뢰하고 적절한 약물치료 및 정신치료를 받도록 하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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