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정보 축적이 유일한 방법인가




김 선 욱 대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정보화 정책은 보건의료정보를 표준화하고, 전자건강기록(EHR)에 관한 기술을 개발 및 확산하며, 건강정보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관련 법을 제정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쟁점은 결국 개인의 의료정보가 정책적 이유로 활용될 성질의 것이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법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료에 관한 정보를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본법인 형법규정과는 달리 의료법 중 일부는 타 법령에서 특히 규정된 경우에 한해 비밀을 알려주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

 즉, 수사목적상 필요한 경우(도로교통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나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에서 재판을 위하여 사실조회나 기록송부촉탁신청 등이 그 직접적인 예외이다.

 간접적인 경우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84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의 보험실사를 위한 행정명령에 근거하여 간접적으로 환자정보가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예외적 환자정보의 누출은 수사나 재판, 행정기관의 행정명령 등 가장 근본적인 국가 권력행사를 위하여 제한된 범위에서 소극적으로 진행되며, 이 또한 정보보관자가 제출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최근에는 환자의 동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정보관리 및 노출이 일어날 수 있다. 한편, 공단이나 심평원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83조에 근거해 환자의 진료기록 등 정보를 공개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의료기관(요양기관)이 이를 거부해도 처벌규정이 없으며 행정절차법 제8조에 의해 이를 거부할 수 있으므로 위 규정이 의료법의 예외규정의 역할을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

 국민의 질병에 관한 정보는 국민의 사생활에 관한 가장 침해되어서는 안 될 기본 가치 중 하나다. 환자의 개인 질병정보는 양보가능한 기본권이 아니다. 설사 양보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본권 희생을 위해 달성하려고 하는 정책목적이 더 큰 공익이라면 기본권 희생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EHR정책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환자정보를 축적하여 관리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환자정보가 축적되지 않아 발생하는 의료질의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는 객관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도 의심이 될 뿐 아니라 환자정보가 축척관리된다고 하여 바로 국민건강증진 효과를 가져 올지도 의문이다.

 결국 막연한 목적이나 효과를 위하여 양보해야 할 국민의 기본권 희생이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라고 본다. 결국 국민의 공감대나 입법의지에 의하여 정책의 실행이 결정될 것이나, 그 전에 정책입안 단계에서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그 전에 환자정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가치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시도했던 NEIS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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