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진단 국민계몽 운동 펴야

20년을 당뇨병으로 고생해 온 한순애(여, 65세)씨는 3년전 생각지도 못했던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 검사결과를 대한 담당 의료진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미 세혈관협착이 광범위하게 진행된 상태에 심기능도 35%로 떨어져, 우회로술 등 비침
습적수술 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약물치료에 의존하던 한씨는 수차례의 입퇴원을 반복하다 결
국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한씨를 치료했던 가천길병원 심장센터 고광곤 교수(본지 편집자문위원)는 룕환자가
좀 더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생명연장은 물론 쾌유도 가능했을 것룖이라며 안타까운 심정
을 토로했다. 당뇨병환자의 상당수가 심혈관합병증으로 사망, 관련 연구를 확대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조기진단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외침도 한씨와 같은 여성에게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고교수는 룕심질환을 비롯한 여성건강을 독립적 연구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우
선돼야 한다룖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질환만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나 연구결과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
이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와 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가 남여 질환 실태를 비교할 수 있
는 유일한 자료다.
 그나마, 복지부가 최근 이들 자료를 통해 여성질환 유병률 및 사망률 실태를 파악한 `여성건
강 현황분석 및 정책과제` 발표를 앞두고 있어 기대를 갖게한다. 하지만, 미국의 `Go Red for
Women` 캠페인이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자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막 걸음
마를 시작한 우리 정부와 의료계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통계청 `200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여성 순환기질환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수)이 31.0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를 고수하고
있는 뇌혈관질환의 경우, 2001년 76.7명으로 감소세였던 여성 사망률이 2002년 81.7명으
로 다시 증가세에 있다.
 심장질환(사망원인 3위)도 32.5명에서 35.8명으로 하강 그래프곡선을 꺾어 올리고 있다.
특히, 뇌혈관질환은 2001·2002년 모두 남성(71.0·72.7명)보다 여성(76.7·81.7명) 이 높
은 사망률을 보였으며, 고혈압성질환은 2002년 여성 사망률이 남성보다 2.0배 높게 나타났
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뇌혈관질환은 1980년대 후반 남성사망률을 추월해 격차가 좁혀지
지 않고 있으며, 허혈성심질환은 사망률은 낮은 수준이나 최근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프 참조>.
 반면,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47313;를 살펴보면 여성의 보건의식이 남성에 비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20세 이상 여성 4,313명을 대상으로 주관적 건강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매우 건
강하다고 답한 여성이 4.15%로 남성(7.08%)보다 적은 반면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19.58%로 남성(12.16%)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편, 건강검진수진율은 여성 42.41%·남성 54.41%로 차이를 보였으며 연령별로는
20~29세(31.38%)와 70세 이상(28.02%)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운동실천율 조사에서는 여성 미실천율(1회당 20분 이상 지속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주
1회 미만 실시)이 75.85%·간헐적저강도(20분 이상 지속 운동 주3회 미만 실시)가 4.74%·
규칙적중등도(20분 이상 지속 운동을 주3회 이상 실시) 19.41%로, 남성의 68.32%·9.5%
·22.18%와 차이를 나타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여성들이 남성보다 자신의 건강에 자신이 없으면서도 건강관리
를 위한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고광곤 교수는 "실제로, 최근 병원을 찾는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환자중 여성의 비율이 꾸준
히 늘고 있다"며 "입원환자의 평균연령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초기대응에 실패하
면 노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도 향후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가
장 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병의 정도가 상당히 진행된 만성단계에서 병원을 찾아 회복이 어
렵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은 조기진단을 통해 회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세계는
물론 국내 의학수준의 발달로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한 완치도 얼마든지 가능한 만
큼 그 위험성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 고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흡연·음주 여성이 증가하
면서 40~45세 중년층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이 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성건
강에 대한 대국민 교육·계몽운동이 시급한 이유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