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의료기관 관심 부족 산업화 걸림돌

펜션 제공 인터넷홍보 환자유치 성공 사례도

 이미 정부가 의료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책정한바 있고, 삼성의료경영연구소가 `의료산업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정의한 가운데, 의료관광상품 활성화를 통한 외국인 환자 유치가 의료시장개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미약한 지원과 각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프로그램 부재로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관광상품이란 의료서비스와 휴양, 레저, 문화활동 등이 결합된 새로운 관광형태로 이미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도 암, 성형과 미용, 심혈관, 비뇨기, 대장항문 분야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서서히 인정받고 있고, 최근 `한류열풍`으로 인한 국가 인지도 상승으로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방문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행업체 등 관련업계의 관심부족, 각 의료기관의 적극적 의지부족으로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관광청, 경제개발위원회, 무역개발국 등 국가기관이 공동으로 싱가포르 메디신을 설립해 의료분야 투자 촉진, 의료관광 홍보 등 의료분야와 접목된 여러 부분을 적극 지원해 작년 한해동안 50만명의 해외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싱가포르 당국은 2012년에는 100만명의 환자를 유치해 미화 30억달러, GDP의 1%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태국의 경우도 현재 약 40%의 외래환자가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04년에는 이를 통해 8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바 있다.
 코앤씨 한중여행사 김용진 사장은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보다 20배나 많은 인구와 큰 경제규모, 높은 교육열, 많은 우수 의료전문인력 등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지만, 전략부재로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켄지 상하이측에서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 수준이 미국의 50%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일부 분야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전략만 잘 짜면 의료관광의 허브국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의 미약한 비용적, 제도적 지원이다. 각급 의료기관에서 추상적 개념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환자가 찾아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하지만 아직 구호 수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의 한 피부과 개원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시 정보를 얻는 웹사이트에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인 의료관광객을 다수 유치한 모범사례다. 의정부 외곽에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시설을 마련하고, 식사와 편의시설을 제공하면서 비만치료, 성형, 스킨케어 등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현행 의료법에는 환자를 유치, 알선하기 위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런 행위는 위반소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의료관광상품 활성화를 위해서 이런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활성화와 배치되는 규제를 비난했다.
 해외가 아닌 국내로 눈을 돌려 내부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 지역의 H병원의 경우 산업재해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외과 영역 전문 인력을 확보, 타 질환 외래환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그러나 병원관계자는 "늘어나는 환자수에 비해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않아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수가 인정, 외국인에 대한 보험수가 차별화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한편, 95년에 국제진료소를 설치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시작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작년 외래 약 8748명, 입원환자 359명 등 전년대비 68%, 194%의 외국인 환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병원측은 대형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성공하려면 의료, 원무, 행정에 있어서 글로벌 전문가 양성과 외국인 의료수가 차별화, 의료인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이 선행돼야 한다며 문화적 장벽, 낮은 국가 인지도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 보건의료혁신팀 관계자는 의료관광상품 활성화는 새로운 분야인 만큼, 의지를 가지고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한국관광공사와 무역협회에서 주최하는 국제행사 참석자들에게 병원을 참관하거나 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내년부터는 관련 매뉴얼 발간, 의료관광 다국어 홈페이지 구축은 물론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의료비용을 경쟁국가와 비교해 합리적인 비용을 도출해낸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일산 한올클리닉의 이상호 원장은 "중국, 일본, 미국 등을 주 교역 대상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의료비가 3~5배 가량 저렴하지만,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욕구 충족이 안되고 있고, 일본의 경우 보장성은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성형·미용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해 취약하다.
 미국의 경우 사보험 체계이기 때문에 교포들의 상당수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국내 유치를 해볼만 하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선택과 집중 논리에 입각해 정확한 타겟에 집중돼야만 활성화가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의료의 공공성 약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당국과 각급 의료기관은 보건산업정책과 보건의료정책간의 조화를 통해 국가경쟁력 상승과 세계속의 한국의학의 우수성을 성공적으로 세일즈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발빠르게 수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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