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10명 중 7명 '관리 사각지대'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10명 중 7명 '관리 사각지대'
  • 신형주·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1.04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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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허술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도마 위 ... 정신건강복지센터 역할 강화 필요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신형주·박선혜 기자] 지난달 31일 강북삼성병원 고 임세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면서 허술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피의자는 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지만 수개월 동안 외래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꾸준히 치료하면 자·타해 위험이 거의 없으며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전체 범죄율보다 크게 낮다고 보고된다. 

결국 퇴원한 정신질환자를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이번 비극이 발생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정신건강복지법은 지속 치료·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정신의료기관장이 '환자 동의'를 받아 인적사항, 진단명, 치료경과 등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보건소에 통보하도록 한다. 즉 환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보건소에 통보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가 10명 중 7명은 퇴원 사실 통보에 동의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2017년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증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시설 및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 재활기관 등록률은 약 30%에 불과하다

게다가 동의 과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동의 의사를 밝힌 환자가 퇴원 후 이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환자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연계 누락 및 단절 등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조성준 센터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환자 동의를 받은 경우, 퇴원 사실이 보건소 이후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전달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연계율이 높지 않다"며 "또 잘못된 환자 연락처가 전달되기도 하며, 어렵게 연락이 닿더라도 퇴원 후 동의를 철회해 센터와 미연계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속 치료·관리가 필요하다면 환자 동의 '없이도' 사례관리체계를 가동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 강석호·곽상도 의원이 '퇴원 정신질환자 정보 연계 관련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지만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환자 동의' 문제 해결만이 답 아냐…"정신건강복지센터 인프라 확충 필요"

그러나 법 개정으로 환자 동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퇴원 환자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꾸준한 연계를 위해 풀어야 할 매듭이 적지 않다. 

퇴원 환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야 한다는 강제력이 없어, 연계 후 환자가 센터를 방문하지 않거나 방문을 중단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자 관리가 이뤄지지 못해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퇴원 환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 방문을 중단하는 이유 중 하나로 담당 사례관리자가 자주 바뀐다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재 센터에는 환자 사례관리를 위해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배치된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은 부족한 반면 이들이 관리해야 하는 환자는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이직률도 높은 상황이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연계 현황과 개선 과제'에 의하면, 보호 의무자들은 중증 정신질환자의 특성상 '낯가리기'가 심한데 담당 사례관리자가 자주 바뀌니 센터 이용을 꺼리게 된다고 언급했다.

즉 사례관리자는 업무 과중으로 일을 그만두고, 사례관리자가 자주 바뀌면서 환자와 보호 의무자들은 센터를 방문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조 센터장은 "현재 사례관리자당 관리해야 하는 대상자 수가 많아 직원들의 업무 소진이 상당하다. 또 안전문제도 제기되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2인 1조로 사례관리하기에는 직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력을 충원하고 직원들이 안전하게 사례관리를 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김우람 사무관은 "그동안 인력 및 인프라 부족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자주 변경돼 사례관리가 되지 않았다"며 "인력 확충을 통해 업무 부담을 줄여 사례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센터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배치되더라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에, 전문의가 센터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해야 한다. 

조 센터장은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센터에서 주 1~2회 근무해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센터 역량 강화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유능한 전문의가 (센터에서) 마음건강주치의로 근무할 수 있도록 급여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환자 퇴원 전부터 관여할 수 있어야"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중증 정신질환자를 퇴원 전부터 후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센터장은 "퇴원 계획 수립단계부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 시 의료기관에서 퇴원하는 환자 또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환자에 대해 사례관리를 할 수 있도록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환자가 급성기 치료를 위해 입원이 필요할 경우 안전하게 이송할 방법이 없기에 적절한 후송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연계 현황과 개선 과제'에 따르면, 보호자들은 대다수의 중증 정신질환자가 입원 또는 외래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관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재활시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보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도 고민이 많은 모습이다. 

조 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전문가, 관련 분야 종사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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