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출연금 통한 재단 이사회 구성권 확보로 실질적 인수합병
병원계·정부, 기존 다른 비영리법인 합병방식으로 퇴출 구조 마련 동감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경영난을 겪고 있는 비영리법인 병원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좀비처럼 파산할 때까지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좀비화된 병원을 찾던 환자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과 직원들은 불안한 미래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근무하고 있다.

병원계는 경영상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병원들에 대한 퇴출 구조를 마련해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은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의료법상 의료인이거나 법인이 아닌 일반인은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

즉, 경영난을 겪고 있는 비영리법인 병원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부와 출연금을 지원할 수 있으며, 선의로 병원의 채무를 변제해 줄 수 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호텔롯데는 2017년 늘푸른재단 보바스기념병원에 대해 무상형식으로 2900억원을 출연해 회생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원하면서 재단 이사회 구성권을 손에 넣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사회시민단체, 복지부는 호텔롯데가 늘푸른재단 이사회의 구성권을 가지게 되면 실질적인 경영주체가 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지만 서울회생법원은 늘푸른재단의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했다.

복지부는 회생법원 재판부에 “호텔롯데가 실질적으로 법인 운영에 관여함으로 인수합병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사무장병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 역시 늘푸른재단 보바스기념병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재일의료재단 제일병원의 채무는 1280억원 규모로 은행권 대축 850억여 원과 체불임금·퇴직금 등 약 400억원 등 부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기야, 제일병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외래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한 상태다.

정부와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보바스기념병원처럼 의료법인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의료법인 임원 지위 매매를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중이다.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비영리법인의 인수에 대해 복지부와 병원계는 퇴출 구조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병원계 한 병원장은 “경영 악화로 인해 더 이상 병원 경영이 어려워도 파산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병원 문 만 열어놓은 채 죽지 못하는 좀비와 같은 신세였다”며 “인수와 합병은 의료영리화 패러다임에 갇혀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원 직전의 병원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던지, 기존 비영리법인 병원이 합병하는 방안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병원들에 대한 퇴출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산까지 기다리는 죽지 못하는 병원에 대해 퇴출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의료영리화 막는 것도 좋지만 국민 건강 침해 위험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도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 과정을 겪으면서 기존 입장과 변화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비영리법인에 대한 인수와 합병은 의료영리화 우려로 인해 불가하다”면서도 “인수와 합병은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의 경우 합병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비영리법인 역시 기존 다른 비영리법인이 합병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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