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FDA 허가 약물로 점쳐본 신약 개발 전망(하)

 

FDA 허가 약물로 점쳐본 신약 개발 전망(상)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FDA는 지난 4년간(2015~2018년) 38개의 항암제를 허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다른 질환군 허가 건수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로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대변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FDA 허가 상위권은 모두 순환기 약물과 내분비 약물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5년 만에 제약사들의 개발 트렌드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현재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골대사 약물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고 심부전, 부정맥 등과 같이 기존에 없었던 약물이 간간히 허가목록에 올라오고 있다.

항암제 중에서는 혈액암 '선두 고형암에서는 폐암 개발 뚜렷

하지만 모든 항암제가 고루 개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허가된 약물을 보면 보통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의 치료제 개발이 뚜렷하다.

지난 4년간 허가된 항암제 중 가장 많은 암종을 차지하는 것은 혈액암이다. 과거 혈액암은 희귀암으로 분류했지만 현재는 고령층에서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후천적 성격의 암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치료제는 많지 않았다.

혈액암은 크게 백혈병과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영역은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거대미만성 세포 림프종이다.

4년간 허가된 38개의 항암제 중 약 37%인 14개가 혈액암이고, 대부분 급성골수성백혈병, 림프종 치료제다. 

약물 허가는 2017년과 2018년에 집중됐다. 백혈병 분야의 대표적인 약물은 아스팔라스(Asparlas), 조스파타(Xospata), 다우리스모(Daurismo), 루목시티(Lumoxiti), 팁소보(Tibsovo), 베스폰사(Besponsa), 아이드하이파(Idhifa), 라이답트(Rydapt), 벤클렉타(Venclexta)가 있다. 최근에는 희귀혈액암의 일종인 모구형질세포양수지상세포종양 치료제인 엘존리스(Elzonris)도 등장했다.

또 림프종은 코픽트라(Copiktra), 포텔리지오(Poteligeo), 칼퀸스(Calquence), 알리쿼파(Aliqopa)가 대표적인 약물이다. 이런 점만 봐도 혈액암은 아직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내 연구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고형암 중에서 많이 허가된 항암제는 폐암약이다. 지난 4년간 폐암 치료제는 모두 6개가 허가됐다. 여기에는 면역항암제와 더불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를 위한 신약이 대거 포함돼 있다.

폐암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배경은 여러 암종과 달리 상대적 예후가 낮기 때문에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치료에 성과를 미치는 유전자가 계속 발견되면서 덩달아 표적 치료제 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표 제품은 롤브레나(Lorbrena, ALK), 비짐프로(Vizimpro), 알룬브릭(Alunbrig-ALK), 알렉센자(Alecensa-ALK), 폴트라짜(Portrazza), 타그리소(Tagrisso-EGFG)가 있다. 

연세의대 조병철 교수는 "계속되는 폐암 치료제의 등장은 미충족영역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가 생존율을 끌어올리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약제가 나오면서 치료 성적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희귀질환치료제도 허가목록 점유율 높여

항암제에 이어 많이 허가된 약물은 희귀질환 치료제다. 지난 4년간 허가된 약물 개수는 35개로 항암제와 유사하다. 또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도 닮아 있다. 당장 지난해 허가된 희귀질환 치료제만 해도 12종이나 된다. 

대표적인 질환군을 살펴보면 발작성야간혈색뇨, 파브리병, 유전성 혈관부종, 말초신경질환, 아데노신 디아미나제 결핍증, X 염색체 저인산혈증 치료제 등 다양하다. 2017년도에는 VII형 점액 다당류증, 근위축성 축삭경화증, 바텐병, 헌팅병,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등 9종이 허가됐다. 

2016년에는 척수성근위축증, 연조직육종, 뒤센근육영양장애, 다발성경화증 4종이 허가됐고, 2015년에는 저인산효소증, 연조직육종, 유전성 오르트산 산성뇨증, 낭포성 섬유증, 신경모세조종, 아스페르길루스증, 다발골수종 등 10개가 허가됐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무려 4종의 약물이 허가됐는데 희귀질환이라는 질병이 무색하게 환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허가목록을 장식한 약물을 살펴보면 울토미리스(Ultomiris)가 발적성야간혈색뇨 치료제로, 퍼답스(Firdapse)가 람베르트-이튼 근무력 증후군(Lambert-Eaton myasthenic syndrome, LEMS) 치료제로 허가됐다. 또 감미판트(Gamifant)는 혈구탐식성림프조직구증식증 (h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 HLH) 치료제로 등장했다. 

또 RNAi 치료제인 온파트로(Onpattro)가 나오면서 아밀로이드증(polyneuropathy of hereditary transthyretin-mediated amyloidosis) 치료가 가능해졌다. 파린지크(Palynziq)도 등장하면서 유전성 페닐케톤뇨증 치료도 가능하게 됐다.

2017년에는 8인자 혈우병 치료제(Factor VⅢ)인 헴리브라(Hemlibra)와 Vll형 점액다당류증(Mucopolysaccharidosis type VII) 치료제인 멥세비(Mepsevii)가 대표적 희귀병 치료제로 등장했다. 또 라디카바(Radicava)는 근위축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치료제로, 브리뉴라(Brineura)와 오스테도(Austedo)는 각각 바텐병과 헌팅턴병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4년간 미국FDA 허가 약물 질환군별 분류

에이즈 치료제 지난해 3종이나 허가

항암제와 희귀병 치료제를 제외했을 때 많이 허가된 약물은 감염과 관련된 치료제들이 많았다. 지난 4년간 허가된 감염 관련 치료제는 모두 21개로 허가순위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무려 10개가 허가되면서 순위를 이끌었다.

지난해 허가된 감염 치료제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에이즈 치료제로 무려 3종이 허가를 받았다. 피펠트로(Pifeltro), 트로가르조(Trogarzo), 빅타르비(Biktarvy)가 그 주인공이다. 이 중 트로가르조는 경구용 치료제가 아닌 주사형 제제다. 매일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에이즈환자의 순응도를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밖에 인플루엔자 치료제도 새롭게 등장했고, 복내 감염, 수두, 세균성 질염, 샤가스병, 요로감염, 회선사상충 치료제도 나왔다. 감염은 암과 같이 미충족 영역이 많은 부분이라는 점에서 많은 제약사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도 틈새시장을 노리기에 좋은 영역이다.

전문치료제 없는 변비·설사치료제도 꾸준

감염 치료제와 더불어 많이 허가된 약물은 소화기계 약물이다. 2016년과 2017년까지만 해도 만성 C형간염 치료제가 대거 등장하면서 소화기계 약물 허가를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만성간질환, 만성 변비, 설사, 구역·구토 억제제 등이 허가목록을 장식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변비와 설사 치료제가 꾸준히 허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4년 사이 출시된 변비 치료제는 모테그리티(Motegrity), 심프로익(Symproic), 트룰란스(Trulance)가 있고, 설사 치료제는 아엠콜로(Aemcolo), 써멜로(Xermelo)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는 많지만 전문치료제는 없기 때문에 많은 제약사가 도전하고 있는 분야라면서 국내에서도 유산균 제제를 식품에 투자하기보다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제 개발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환기·내분비 분야는 ‘잠잠’

순환기 분야의 약물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심장 관련(고혈압, 고지혈증 등) 치료제 개발 계획은 멈춘 지 오래다. 이런 흐름은 순환기 분야에서 혁신을 이룰 만한 새로운 기전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PCSK9 억제제 계열의 고콜레스테롤 치료제인 레파타(Repatha)와 프랄루언트(Praluent)가 2015년 허가됐고 심부전 치료제인 엔트레스토(Entresto)와 콜라놀(Corlanor) 그리고 항응고제 사바이사(Savaysa)도 이때 허가를 마쳤다. 모두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물들이다. 최근 간간이 허가되고 있는 약물들은 순환기 약물이라기보다는 기타 질환 치료를 위한 혈소판 치료제가 주종을 이룬다.

내분비치료 약물도 가끔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고칼륨혈증이나 신장병 치료제다. 당뇨병 치료제는 사실상 개발이 끝난 상황이다. 지난 4년간 10개의 허가가 이뤄졌는데 이 중 당뇨병 치료제는 스테글라트로(Steglatro), 오젬픽(Ozempic), 에들리신(Adlyxin), 트레시바(Tresiba) 등 4개에 불과하다. 많은 제약사들이 당뇨병보다는 고칼륨혈증, 갑상선항진증, 골다공증 치료제에 집중하면서 내분비치료 영역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판상형 건선 분야도 주목…바이오제제 출시 줄이어

비내과 질환에서는 피부과 치료제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4년간 허가된 피부과 질환 치료제는 모두 9개인데 이 중 5개가 판상형 건선 치료제다.

2015년 코센틱스(Cosentyx)를 시작으로 탈츠(Taltz), 트렘프야(Tremfya), 실릭(Siliq)에 이어 지난해 일룸야(Ilumya)가 허가됐다. 게다가 모두 바이오 제제로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판상형 건선은 피부과에서 치료하지만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과 같은 다른 적응증 추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제약사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외에 통증억제제, 호흡기 치료제 등에 사용하는 항체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최근 신약살롱 행사에 참석한 국내 신약개발 관계자는 "FDA는 허가는 글로벌 제약사들 신약개발 트렌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를 통해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분야를 개발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 의약품 개발 트렌드는 너무나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레이저티닙과 같은 폐암 신약들이 해외에 기술이전되면서 국제 제약사들의 개발능력이 계속 주목받고 있다.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투자해야 글로벌 신약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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