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올해 돼지 췌도·각막 이식 임상 돌입

안전성 문제 고려해 무균돼지만 사용키로
“형질전환돼지 대신 면역억제제만으로
면역거부반응 조절 충분”

제어 완벽하지 않다는 학계 시각도
“임상 진행에 앞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에 착수한다.

서울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돼지 췌도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 임상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구를 관리할 만한 정부 기관이 없어 임상 진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포 치료제에 준해 관리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며 윤곽이 잡혔다.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정규 단장(서울의대 미생물학 교수)은 "형질전환돼지(유전자를 조작한 돼지)로 면역거부반응을 줄여 생존율을 높인다면 가까운 미래에 이종이식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예견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잠재적 감염 위험이 존재하며 면역거부반응 조절문제도 여전히 미궁에 싸여 있다는 지적이다.

이식대기자 3만4000여명 이식자 8.2% 불과 필요성 공감

이식 장기 부족 문제 풀 열쇠 '이종이식'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 4187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로 이식 받은 사람은 8.2%(2810명)에 불과하다.

미래 이식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기술로 흔히 줄기세포를 예로 든다. 그러나 줄기세포로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맞춤형 장기를 생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연구 단계이며, 상용화는 아직 먼 미래다.그 대안으로 이종이식이 떠올랐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에게 간이 이식(bridge xenotransplantation)을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간이 이식은 우선 이종장기이식으로 환자 생명을 유지하다가 동종 장기 제공자가 나타나면 최종 이식을 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당장 장기가 필요한 환자들의 생명 유지를 위해 이종장기이식 기술을 가장 먼저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이러한 이종이식의 가치에 주목해 지난 2004년 출범했다. 당시 국내는 이종이식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업단은 1단계에서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했고, 그 결과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이종이식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2단계 사업의 닻을 올렸다.

돼지 장기를 원숭이에 이식 "결과는 성공"

이후 사업단은 전임상에서 돼지 췌도(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와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안전성과 효과를 증명했다.

세계이종이식학회(IX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돼지 췌도를 영장류 6마리에게 연속으로 이식해 그중 최소 4마리가 정상 혈당을 유지해야 하고, 인슐린 양을 유의하게 줄이는 효과가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돼야 임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사업단은 지난 2015년 원숭이 6마리에게 연속으로 돼지 췌도를 이식한 결과 원숭이 5마리는 6개월 이상, 1마리는 3년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각막 이식 임상도 가능해졌다. 원숭이 8마리에게 연속으로 돼지 각막을 이식해 5마리 이상이 6개월 이상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IXA 가이드라인 기준을 만족했기 때문이다.

사업단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IXA 가이드라인 기준을 만족한 연구 결과를 냈다. 연구는 미국 장기이식 저널(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에 발표됐고,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됐다.

올해 사업단이 진행할 췌도와 각막 이식 연구는 모두 무작위 오픈라벨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진행된다. 각막 이식 대상은 양안맹 환자이고, 췌도 이식 대상은 현재 치료법으로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저혈당 무감지증 환자다. 각 연구당 환자 두 명이 참여한다.

다만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 형질전환돼지 대신 무균돼지만을 사용한다.

박정규 단장은 "전임상 프로토콜을 직접 임상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전임상에서 사용했던 면역억제제인 CD-154 항체에서 혈전 형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며 "그 후 지난 3년간 노력한 끝에 토파시티닙(tofacitinib), 벨리무맙(belimumab) 등 CD-154를 대신할 새 약제를 찾았다. 이를 임상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역거부반응 조절하기 쉬운 췌도·각막 이식부터사업단이 처음부터 췌도 이식을 목표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만든 형질전환돼지를 통해 전임상 실험을 하는 것이 목표였고, 심장, 신장 등 고형장기와 췌도, 각막 등 여러 이식 분야에 참여했다.

그러나 고형장기 연구로 정해진 시기 내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2013년부터는 췌도와 각막 이식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다른 고형장기와 비교해 췌도 이식이 지닌 장점에 주목했다.

췌도 상대적으로 이식 안전성 높아

먼저 췌도 이식에 따른 위험이 다른 고형장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꼽을 수 있다. 췌도는 세포 분리 후 간문맥을 통해 집어넣으면 간에서 섬처럼 따로 살아간다. 또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없어져 버린다. 따라서 이식에 실패하더라도 제거 수술이 필요 없고, 이식 또한 엑스레이를 보며 바늘을 간에 찔러넣어 주사하면 된다. 췌도 이식 특성상 장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에도 주목했다.

췌장은 소화효소로 가득 차 있어 쉽게 상하기 때문에 췌장에서 건강한 췌도를 채취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2~4명의 장기 공여자에서 췌도를 채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돼지 췌도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췌도나 각막이 고형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역거부반응을 조절하기 쉬운 것도 장점이다.

장기 이식 시 면역거부반응 중 하나인 '초급성 거부반응'은 Gal(Galactose-alpha-1,3-galactose) 항체가 원인인데, 대개 고형장기의 혈관 내피세포에는 Gal 항원이 많이 분포해 있다.

그러나 췌도는 Gal 항원 발현이 거의 없다. 또한 췌도를 이식하면 기존 혈관은 사라지고 수여자의 혈관이 췌도에 새로 생성된다.

즉, 이종이식에서 돼지 췌도의 혈관은 없어지고 사람의 혈관이 새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 단장은 "고형장기이종이식은 형질전환돼지를 반드시 써야 하지만, 췌도나 각막은 상대적으로 면역거부반응 위험이 낮아 형질전환돼지 대신 면역억제제만으로 거부 반응을 조절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췌도분리기술'도 강점이다. 췌도 수율이 높으면 돼지 두 마리만으로도 췌도 이식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수율이 나쁘면 더 많은 돼지가 필요하며 공여 돼지 수가 늘어날수록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는 문제가 있다.

의료 비용 측면에서도 공여 돼지 수를 줄일 수 있으면 더 좋다. 최근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CRISPR) 등장에 힘입어 형질전환돼지 개발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점도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면역거부반응을 줄인 돼지를 이용하면 10~15년 안에 생존율을 동종이식 수준으로 크게 높여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식약처의 규제가 임시방편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췌도 이식을 세포치료제에 준하는 기준으로 규제하므로 이종이식과 맞지 않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 등 이식에 대한 법률'에 이종장기 개발에 대한 법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고, 정부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연구 지원도 필요하다.

박 단장은 "이종장기이식 후 환자 예후를 최소 2~5년은 추적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물론 시술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필요한데 지금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며 "임상에 진입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 만큼, 일단 임상에 돌입하지만 사업이 올 5월에 종료되는 상황에서 돼지 사육비, 인건비 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종장기이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국내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세계 최초로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 연구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사업단 연구진은 이번 임상에 앞서 돼지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전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사진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돼지 각막 이식수술 모습.

안전성 우려도 존재 '사회적 합의’ 지적 목소리도

사업단은 "면역거부반응에 의한 부작용 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며 올해 임상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하지만 아직 이종이식의 안전성에 대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학계의 시각도 있다. 먼저 면역거부반응 조절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면역억제제를 통해 면역거부반응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으며, 형질전환돼지를 이용한 면역억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형질전환돼지를 사용해도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형질전환을 최대 일곱 번 성공한 돼지도 탄생했다. 그러나 돼지의 유전자형(genotype) 변화가 실제 표현형으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특정 면역거부반응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으며, 많게는 수십 가지의 유전자를 형질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게다가 변수가 많아 형질전환을 많이 했다고 해서 면역거부반응에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무균돼지라도 수인성 감염 문제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농촌진흥청 주관 '형질전환돼지 장기를 이용한 이종이식 기술 개발 및 사망 원인 인자 발굴' 연구를 진행 중인 건국의대 윤익진 교수(외과)는 "DPF(designated pathogen free, 인수공통 병원균 제어) 돼지라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에이즈가 유인원을 통한 수인성 전염병으로 감염됐듯이, 인간의 기술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어떤 질병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임상 진행에 앞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사업단은 임상에 사용할 무균돼지는 DPF이며 이는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돼지 유전자 내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가 사람에게 감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난 20여 년간 관찰한 결과 큰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종이식에 대한 대중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과연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윤 교수는 "사회에서 이종이식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기보다는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못 박고 가르치려고만 든다. 이종이식에 대해 대중적인 합의를 공론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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