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개원가 만성질환관리 통한 일차의료 역할 강화·경영 호전 기대
의료계, 현행 수가 수준과 규정으로는 편법 운영 불가피 지적
학계, 만성질환관리 확대로 전달체계 확립 기대속 수가현실화 필요 제안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이달 중순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 학계, 정부는 만성질환관리사업이 연착륙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적정수가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순부터 동네의원이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지속 관찰하고 상담·교육 등을 제공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발표되면서 의료계는 의견이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각 시도의사회는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경기도의사회와 의료계 일부 회원은 반대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시범사업 참여를 밝힌 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의 경우에도 현재 규정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며, 시범사업을 통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지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의료계의 수용성을 높이고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해 봤다.

정부와 의료계, 학계는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연착륙하려면 무엇보다 수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복지부 김국일 건강정책 과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수가를 환자 1인당 30만원으로, 연간 300명을 등록, 관리할 때 연 9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동네의원이 만성질환 환자 300명을 등록, 관리하면 연간 9000만원의 보험급여 수익으로 월 300만원의 케어 코디네이터 간호사를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케어 코디네이터 고용없이 의사가 직접 만성질환 환자를 관리하더라도 수가는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

또, 김 과장은 “시범사업 1년을 진행한 후 본 사업에 들어갈 때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후 적정한 수가를 다시 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동네의원이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대면진료 및 약물치료에 더 해 포괄적인 환자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의 질환 및 생활습관을 파악해 1년 단위의 관리계획을 수립한 후, 문자·전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통한 점검과 상담, 생활습관 개선 교육을 제공하게 된다.

혈압·혈당 등 임상수치, 생활습관 개선 목표 달성 정도를 주기적으로 점검, 평가해 맞춤형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동네의원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전문인력인 케어 코디네이터를 활용해 만성질환자에 대한 포괄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케어 코디네이터는 간호사, 영양사 등의 전문자격을 갖춘 자로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이 팀을 이뤄 관리계획 수립부터 자원연계까지 환자 중심의 포괄적인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동네의원이 케어 코디네이터를 고용할 수 있도록 환자관리료, 교육·상담료 등의 수가를 마련했으며, 케어 코디네이터 고용은 동네의원이 환자 수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복지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원격의료 및 주치의제의 단초가 될 것이며, 경영 및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불합리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에 대해 가장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의료계 및 국민, 정부 모두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미 의료계 내부에서는 편법으로 만성질환관리를 운영하면 된다는 뒷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비대면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자체가 원격의료이며, 만성질환관리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경우 기존 동네의원들이 단골 만성질환 환자를 관리하면서 저절로 주치의 형태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주치의제 형태가 이뤄지게 되면 젊은 의사들이 신규로 개원하는 기회가 점차 줄어 시장 진입장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현재 의료계 내부에서 돌고 있는 소문으로 현행 만성질환관리 규정 중 진료시간과 간호사 케어 코디네이터 고용과 관련해 편법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우리 내부에서 초회 진료 30분 등 진료시간을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거나, 간호사로 규정돼 있는 케어 코디네이터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해 운영해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며 “지키지도 못하는 규정을 가지고 편법으로 운영하게 만들어 나중에 회원들이 부당청구나 환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정부와 의협 집행부가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데 수가를 어느정도 책정해 운영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런 수가로는 어림도 없다”며 “진찰료 자체를 적정수가로 인상하면 굳이 변형된 수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적정수가 확보 자체가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대한 규정을 개원의들이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정부와 의협 집행부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단편적인 수가 반영이 아닌 진찰료 자체의 대폭적인 인상이 이뤄져야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 회장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16개 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는 시범사업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긍정적인면과 개선점 찾아야”

특히,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의료계가 시범사업을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긍정적 측면과 개선이 필요한 점 등을 찾아내 본 사업에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과연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초진 진료에서 교육상담을 위한 30분 진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30분 진료가 의료현장에서 바람직한 것인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간호사 및 영양사로 제한된 케어 코디네이터 자격의 확대 여부 논의 필요성, 비대면 환자관리가 원격의료의 단초가 되고 있는지 등을 검증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참여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바람직한 개선점을 정부 및 국민들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시범사업에서 책정된 수가가 의료현장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혀지면 수가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시범사업에 참여해 초진 30분 진료시간과 케어 코디네이터 자격 확대 여부, 수가 현실화 등을 검증해 의료계가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만성질환관리 모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사업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며 “시범사업에서 나온 문제와 개선점 등을 다시 정부에 반영해야 현실적인 의료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는 만성질환관리와 원격의료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며 “만성질환관리는 진료개념보다 환자관리 차원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적정수가 인상 필요”

한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도 적정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의사와 간호사들의 준비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만성질환관리를 위해서는 케어 코디네이터가 아닌 의사가 직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 정부, 국민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힘들다”면서 “만성질환관리는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수가로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계적이지만 진찰료 자체가 현실화돼야 하며, 3차 상대가치 개편의 핵심이 진찰료 개편으로 진찰 수가의 인상이 이뤄져야 만성질환관리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가 자리를 잡게 되면 의료전달체계도 자연스럽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역시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일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중증 만성질환관리와 경증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수가의 차이가 크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증 만성질환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의사들의 노력과 시간은 경증환자에 비해 훨씬 많이 투입된다”며 “현재 수가 차이로는 부족한 것 같다. 중증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수가를 더 많이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는 1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본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1년간의 시범사업에서 의료계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진료시간, 케어 코디네이터 자격 확대 여부, 의료현장의 현실적인 수가 수준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반영돼야 본 사업은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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