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올해를 뜨겁게 달군 의료계 이슈... 의료인 폭행, 수술실 CCTV 설치 등 의견 팽팽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2018년 의료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속담이 제격인 한 해였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이유 없이 폭행당하고, 5살 환아를 오진한 의사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의료진 폭행 사건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국회에서 성과물을 얻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대리수술 사건도 의료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의사가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급기야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병원도 외풍이 거셌던 한 해였다. 정부가 중소병원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원했지만, 답을 할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응급실 의사 폭행 사라지려나

올해는 유난히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많은 수난을 겪었다.
6월 익산 모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하던 의사가 술에 취한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해 의식을 잃고 실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의심(醫心)이 들끓었다. 

2018년은 유난히 응급실에서 의료인들이 폭행하는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였다.

응급실에서 헬멧을 쓰고 진료하겠다는 퍼포먼스부터 환자들에게 구타당한 의사들의 사진까지 등장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실 폭행 방지법 개정을 위해 뛰었고, 국민들도 이에 응답하듯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넘기지 못해 복지부 장관의 답을 얻지 못하면서 분위기는 살짝 가라앉는 듯했다. 

그런데 응급실 폭행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로 주목받았다. 결국 여러 국회의원이 응급실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고, 진행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국회에서 응급실 폭행 상해 가해자는 최소 1000만원 벌금이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응급실 폭행 가해자에 대한 주취 감경을 폐지하는 방안은 사법부의 판단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무부 등 의견을 고려해 '주취 감경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두는 선에서 정리됐다.구체적으로는 상해 사건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중상해 사건부터는 무조건 징역형으로,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3년 이상 유기징역,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는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부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게 했다.

강력한 처벌로 응급실 폭행을 줄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법 제정은 진일보한 것임은 틀림없다. 

오진한 의료진 구속…등돌린 여론

진료에 관여했던 의사 3명이 모두 구속된 사건은 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 당시 8살 신 모 군이 배가 아파 경기도 성남의 한 병원을 찾았는데 이후 환아가 사망한 것을 두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공의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법원 앞 시위와 삭발이라는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 

환아를 오진한 의사들이 구속되면서 의사들이 반발하면서 거리로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최 회장은 "횡격막 탈장 및 혈흉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담당 의료진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불가피한 악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사에게 전가시킨 것은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심지어 환자단체와 맞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1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협 임시회관 앞에서 '환자선별 진료거부권 도입·과실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가 진료거부권 도입과 의료분쟁처리특례법 제정 주장에 앞서 '쏘리 웍스(Sorry Works)'를 가져야 서로 간 라포(rapport)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가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의협은 '의사면허가 살인면허? 비합리적, 비상식적 자칭 환자단체들 비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의협은 진료거부권과 의료분쟁처리특례법 주장은 맹목적인 권익 주장이 아니라며 환자단체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회장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진료거부권과 의료분쟁처리특례법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의료과실의 유무와 경중을 따지는 것은 민사소송과 의료분쟁조정제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의료과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건의 마무리는 의사 3명이 유족 측과 형사합의서를 작성하고, 재판부로부터 보석 심사 인용이 결정돼 석방되면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오진에 따른 의사 구속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찬반논쟁 팽팽한 수술실 CCTV 설치

부산 모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의사 대신 수술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의 불씨를 댕겼다.

사건이 터지자 경기도 이재명 도지사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내년부터 경기도의료원 6개 전체 병원으로 CCTV 설치를 전면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불씨는 화재가 돼 의료계 전반을 덮쳤다.

의협 등은 결사 항전의 자세로 반대 의견을 냈다. 극소수 부도덕한 의사 때문에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 의료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주장이었다. 

수술실 CCTV 설치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범죄가 예방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결백을 밝혀줄 것이라는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극소수를 위해서라도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운영되면 대리수술, 유령수술 등 범법행위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도 사생활침해에 대한 부담이 있음에도 이를 요구하는 건 환자의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감사에서 CCTV 문제는 국립중앙의료원 대리수술로 다시 한번 타올랐다. 
이에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환자 동의 없이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환자 동의 하에 CCTV를 설치·운영하는 것이라면 정부도 동의한다고 운을 뗐다. 

이후 박 장관은 "환자 동의를 전제로, 의료기관 내 수술실 CCTV 설치를 권장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환자 안전 차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운영에 찬성한다던 기존의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결과다.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법제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1인 시위가 계속됐다. 

중소병원 "도대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야?"

올해 중소병원 원장들은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중소병원의 역할론이 강조되면서 무언가 바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딱히 이정표를 제시하지는 않아서다. 

정부는 줄곧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은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겠다는 정책과 더불어 규모가 작은 병원들은 경쟁력이 없어 M&A를 해야 한다는 식의 논조를 유지했다.
올해 11월 정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듯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중소병원의 역할론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팀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내 의료자원과 의료이용·건강결과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환자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지역별로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으며 이러한 차이를 부른 핵심변수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존재 여부와 그 지역의 병상을 누가 많이 갖고 있느냐에서 갈렸다고 밝혔다.

연구 중간결과, 300병상 이상의 종합(거점)병원이 존재하고 이들 종합병원이 보유한 병상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환자의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지역 내 종합병원이 존재하지 않으며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이 가진 병상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입원 의료이용과 재입원율은 늘었지만, 환자의 사망률이 낮아지거나 대도시 환자 유출을 막는 효과가 미미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만 신규개설 허용, 중소병원 인수합병 및 퇴출구조 마련 등 의제를 끌고가는 사람은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 주제를 지속해서 주장했고, 공단 이사장에 오른 이후에도 논점을 흐리지 않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병원들이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정부를 대상으로 물밑 작업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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