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보건의료 정책, 올해의 키워드는 커뮤니티케어와 영리병원 허용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커뮤니티케어와 영리병원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올해 보건의료 정책은 간단했다. 그런데 단순한 이 두 단어가 실로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을 꺼내 들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처음 시도하는 정책인 만큼 정부는 여러 번 계획안 발표를 미뤄왔고, 결국 연말이 돼서야 커뮤니티케어의 속살을 드러냈다.

연말에 터진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 건은 대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모양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다들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었던 것. 원 도지사가 내국인 진료 금지를 무기로 방어하고 있지만, 이미 뜨거워진 영리병원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가보지 않은 길, 커뮤니티케어
"중장기적 시야 갖고 추진해야" vs "실질적 변화 없어"

판을 바꾸는 복지부의 실험이 시작됐다. 복지부는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커뮤니티케어를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의 주요 요소는 주거와 의료, 돌봄이다. 

주거 대책의 핵심은 '케어안심센터'다. 노년층의 신체적·사회적 특성을 고려한 주거 유형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규로 공급되는 4만호의 노인 공공임대주택과 노인 거주가 많은 영구 임대주택 14만호 등을 케어안심주택으로 신설 혹은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 커뮤니티케어 모형

돌봄 서비스는 말 그대로 노인의 이동이나 식사, 생활지원 서비스를 의미한다. 정부는 이동 및 식사 배달, 법무지원, 안부 확인 등을 신규 재가서비스 선도사업으로 개발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또는 사회서비스 급여를 통해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의료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작으로 방문의료도 활성화된다. 이 외에도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이 지역 의료서비스의 게이트키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차의료기관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커뮤니티케어는 2026년이 돼서야 보편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장기과제다. 정부는 대장정의 시작이라 완벽할 수 없다고 방어벽을 친다.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는 전국적으로 일률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마련하는 법적·제도적 기반 위에 각 지역에서 자주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하는 지역 자율형 정책"이라며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30년 이상의 중장기적 시야를 갖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정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제시한 커뮤니티케어를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보인다. 과거 보건소 기능을 '케어안내창구'로 이름만 바꿨을 뿐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지적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복지부와 이 길을 같이 걸을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의 신경전이 팽팽해지고 있다. 

국내 첫 영리병원 허용
"뱀파이어 효과 염려" vs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

지난 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귀포시 토평동에 조성된 헬스케어타운에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유한회사)가 건립한 외국의료기관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다음날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제주도를 직접 찾아 항의했을 정도로 아픈 일격이었음이 틀림없다. 최 회장은 국내 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원 지사의 결심에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 영리병원이 허용됐지만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와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 요구 등 복잡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영리병원과 관련된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녹지국제병원이 도화선이 돼 의료계 전체를 무너뜨릴 것인가와 자본의 우회 투자에 관한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녹지국제병원이 비록 47병상이라는 '틈'이지만, 결국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둑'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어떤 현상이나 패턴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것이 뱀파이어 효과인데, 영리병원이 만들어지면 주변 병원들도 영리를 추구하게 되고 결국 의료비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시장에서 영리병원이 무르익으면 민간보험회사들이 등장하고, 미국처럼 삼성생명에 가입해야 삼성서울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식의 논의가 진행된다는 논리다. 

결국 의료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자들은 건강보험체계에서 대부분 빠져나가 가난한 사람들만 남게 된 건강보험체계는 버티지 못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내국인 우회 투자 의혹도 풀어야 할 숙제다. 녹지그룹이 병원을 설립하지만 정작 국내 모 성형외과 병원이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과거 녹지국제병원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시장에 돌고 있는 소문은 과거에는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문제가 커진 이유는 녹지국제병원이 사업계획서를 공개하지 않아서다. 앞으로도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진행되는 논쟁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너무 과장됐다. 지나친 비약으로 본질을 놓치고 있다"며 "반대하는 사람들 주장대로라면 건보체계가 무너질 게 두려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제주도에서 영리병원 논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진료 금지 항목을 두고 제주도에 법적 다툼을 선언한 상태고, 제주도는 허가권 취소로 대응하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영리병원은 2019년 신년 의료계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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