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채민석·허재원 교수팀

채민석(1저자)·허재원(교신저자)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심장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대상으로 간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유례없는 최고난도 이식인 사례로 기록되면서 해당 내용이 국제학술지 ‘이식회보(Transplantation Proceedings)'에 실렸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채민석(1저자)·허재원(교신저자) 교수팀은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양철우 교수)의 간이식팀 김동구·유영경·최호중(간담췌외과) 교수와 신장이식팀 윤상섭·박순철(혈관이식외과), 조혁진(비뇨의학과) 교수 등과 함께 60대 남성의 간과 콩팥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좌심방 확장 및 좌심실 비대 환자 ‘응급사혈요법'

환자는 수술 전 심장기능이 저하되어 심한 좌심방 확장 및 좌심실 비대(심장이 정상에 비해 커져있는 상태)였다. 심장의 전기적 확동을 측정하는 심전도 QT 간격도 연장되어 수술 중 실신, 경련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간을 먼저 이식받은 환자는 우려대로 재관류증후군이 심하게 발생했다. 새로운 장기가 이식되고 나면 혈압이 ‘0’에 가까운 저혈압이 되며 심장이 거의 멈추는 상태까지 가는 것이다. 일반 장기이식 매뉴얼대로 심장 기능을 살리는 에프네프린 약제를 사용했지만, 오히려 중심정맥압력과 평균 폐동맥압력이 위험한 수준까지 증가해, 이대로는 환자의 심장이 수술을 버틸 수 없었다.

채민석 교수팀은 일반적인 수술에서 사용하지 않는 ‘응급사혈요법(phlebotomy)’ 을 택했다. 즉 환자의 중심정맥관을 통해 혈액을 빼, 심장의 크기가 정상보다 커져 위험해진 환자의 심장기능을 정상으로 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미 간이식 때 출혈이 심한 상황이라 환자의 생리적 변화를 정확하고 면밀하게 관찰해야 했다. 다행히 채 교수의 판단대로 몸에서 200cc가량의 피를 빼자 환자의 심장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환자의 상태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추가 수혈을 진행했다.

신장이식 대거 수액요법 대신 적정량 수액전력 택해

신장이식 수술도 만만치 않았다. 간이식은 수술 후 간이 붓는 간 부종으로 간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액을 덜 공급해야 하지만, 콩팥은 수액을 최대한 많이 공급 해 이식 수술 후 신장이 재빨리 기능하여 소변을 만들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두 수술의 수액요법이 상반된다.

특히 심장기능도 심하게 저하된 환자의 적절한 수액 요법 매뉴얼도 없고, 게다가 환자의 혈액형과 불일치하는 기증자의 콩팥을 이식해야 해서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의료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장만 단독으로 하는 수술법과 다른 수액요법을 결정했다. 환자가 신장 이식 수술을 다 마칠 때까지, 많은 양의 수액을 투여하기보다, 기존 환자가 가지고 있던 수액 양 만큼만 적절하게 유지하여 부족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수액을 공급한 것이다.

신장 관류압 증가를 위해서 단독 신장 이식 수술 때처럼 신장 이식편 문합 전에 많은 양의 수액을 투여하면 이식된 간에 부종을 초래하여 간기능 회복을 저하 시킬 수 있을 것이고, 결국 환자 수술 후 예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마취과 전문의로서의 판단이었다.

신장이 환자에 성공적으로 이식되고 혈관으로 이어지면서 소변이 나오는 것을 본 후 그때부터 수액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환자는 총 12시간 30분이라는 긴 수술 끝에 중환자실에 입원, 수술 후 7일째 호전된 상태로 일반병동으로 옮겼으며,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 마취 환자관리

무엇보다도 이번 수술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환자의 마취관리가 꼽힌다. 전신마취하에 장시간 동안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를 이식하는 외과의사의 술기 뿐 아니라, 환자가 수술을 버틸 수 있도록 관리하는 마취과 전문의 역량도 중요하다.

채민석 교수는 “예전에는 마취과 전문의가 간이식 수술 중 환자의 식도 안에 심초음파 프로브(probe)를 넣어 직접 심장 기능 변화를 감시하며 환자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환자의 식도 정맥류로 인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금기되어 왔으나, 최근 심장 기능이 저하된 채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증가하여, 심장초음파를 통해 수술 중 심장 기능의 변화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장기이식수술 시 마취과 최신 가이드라인을 설명했다.

이어 채 교수는 “특히 여러 장기 동시 이식 환자 마취 관리에 대한 일괄적인 지침은 세계적으로 드물어 복잡한 환자의 병태 생리 상태에 맞춰 세심하고 적절하게 이식된 장기의 기능 손상을 막고 회복될 수 있도록 여러 혈역동학적 마취 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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