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무술년 Up & Down 약물은?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2018년 다사다난 했던 무술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평탄치 않았다. 예상했던 만큼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영업·마케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발사르탄 사태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동시에 제약업계가 맞딱드릴 사회적 이슈에도 주목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와 슈퍼항생제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명과 암을 짚기도 했다. 또 향후 제약업계의 먹거리가 될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시장 분석과 의약품 개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임상시험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2018년 한 해를 '약물', '정책', '이슈' 세 가지 키워드로 짚어봤다.①올해의 약물②제약업계에 미친 정책③MO가 주목한 이슈

유통회사 오명 벗게한 '레이저티닙' 1조 4천억 홈런
1조원을 넘는 매출을 올리지만 유한양행을 향한 시선은 석연찮았다. 그도 그럴것이 내세울만한 신약 없이 다국적사들의 잘나가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매출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지난달 유통회사라는 오명을 한번에 벗게해 줄 홈런을 날렸다.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코드명 YH25448)을 얀센에 기술수출한 것이다.

얀센은 세계 제약시장 4위에 랭크된 빅파마로, 가능성을 보고 레이저티닙을 1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지금까지 개발된 국산 신약 중 가장 높은 거래금액이다.

레이저티닙은 얀센에서 3상을 진행하며,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폐암 시장을 놓고 본격 경쟁하게 된다.

레이저티닙 개발 총괄 연구자인 연세의대 조병철 교수는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EFGR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환자가 주요 타깃층"이라면서 "아시아 지역에 폐암 유병률이 매우 높고 이중 40~50%가 EGFR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데 유일한 치료제는 오시머티닙이다. 레이저티닙이 개발되면 전 세계 폐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소 주춤했던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을 독려하며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제네릭 믿을 수 없다" 사르탄 계열 오리지널 반사이익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약물 이슈는 사르탄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다.

지난 7월 중국 하화이사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이 검출되면서 200여개가 넘는 품목에 대해 일제히 판매중지 및 회수에 들어갔다. NDMA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몇 일 뒤 대봉엘에스사가 제조한 발사르탄도 같은 이유로 판매 중지가 내려졌고 최종 76개사 174개 품목이 회수됐다.

잇따른 발사르탄 사태를 경험하면서 의료진 역시 혼란을 겪었다. 제네릭 의약품을 믿고 처방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는 곧 오리지널 처방 증가로 이어졌다.

반사이익이 가장 큰 품목은 발사르탄과 암로디핀 복합제인 '엑스포지'로 나타났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엑스포지 6월 원외처방액은 50억 600만원에서 발암 가능물질 함유 발사르탄 고혈압치료제 판매금지 조치가 이뤄진 7월 58억 1700만원으로 16.2% 증가했다. 이어 8월 2차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자 68억7900만원까지 급증했다. 전월 보다 18.3% 늘었으며 6월 대비 37.4% 증가한 것이다. 

발사르탄 단일제 오리지널 '디오반'의 처방액은 7월 25억 6500만원으로, 전월 보다 13.9% 늘었고, 코디오반(발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도 7월 원외처방액이 10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달 보다 17.6% 증가했다.

발사르탄이 아닌 사르탄 제제 오리지널 품목들의 처방액도 늘었다.

로자르탄 성분의 '코자' 7월 원외처방액은 21억 5400만원으로 전달 보다 9.9% 증가했고, 8월 21억 4000만원으로 6월 대비 9.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카르디스(텔미사르탄)'는 9억원대 머물렀던 원외처방액이 7월과 8월 두달간 10억원이 넘어섰다.

비만치료제 '삭센다' 열풍...부작용에도 주목해야

강남 언니들은 물론 젊은 여성의 관심을 집중시킨 주사형 비만치료제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의 열풍이 그야말로 거센 해였다.

삭센다는 당뇨약으로 개발된 최초의 피하 주사형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13개국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40.5%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라섰고, 의도적으로 수입량을 조절했든 안했든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비만환자 외 과체중도 아닌 사람들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극심한 오남용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삭센다의 임상시험은 비만도 지수인 체질량지수(BMI) 27 이상인 18세 이상 성인만 대상으로 했음에도,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미용목적으로도 비만도와는 상관없이 처방 및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불법 거래는 물론 쓰다남은 제품을 사고 팔아 부작용에 감염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달에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의사 처방없이 판매한 5곳과 전문의약품  광고금지 규정을 위반한 19곳의 병의원에 대해 의료법, 약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들어갔다.
삭센다는 출시 수개월만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긴 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약물이기도 하다. 

급여확대 기회 놓친 안타까운 'SGLT-2 억제제'

늦둥이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가 급여확대 기회를 놓쳤다. 
허가사항에 따른 급여 확대 기회는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해를 넘기게 됐다. 

SGLT-2 억제제는 기저 인슐린,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DPP-4 억제제 등보다 한발 늦은 지난 2014년 국내에 들어왔다. 등장 당시 살 빠지는 당뇨약 으로 주목받으며 복용 편의성은 물론 공복혈당 및 식후혈당 강하 효과, 당화혈색소(A1C) 조절에, 하루 약 60g의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해 1일 평균 약 240Kcal의 체중감소 효과를 낸다는 데이터를내놓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성적은 저조했다. 급여인정 여부가 한 몫했다. SGLT-2 억제제는 메트포르민과 병용투여 시 급여적용이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병용요법 적응증을 획득한 경우에는 SGLT-2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인정비급여로 처방할 수 있다.

때문에 의료진들 사이에서 급여기준이 복잡하다는 불만이 제기됐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SGLT-2+DPP4 억제제 병용처방 급여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한당뇨병학회가 계열별 병용급여 찬성 입장을 뒤집으면서 급여확대 기회는 날아갔다.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SGLT-2+DPP-4 억제제 병용투여를 '같은 계열이라고 급여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

이에 복지부는 재정 추계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 약물마다 속속 입증되는 심혈관 안전성 연구결과가 임상 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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