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한국 론치 후순위로 밀릴까 우려...임상 투자 악영향도 걱정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약품 소비국인 중국.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의약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3.2%이며, 2020년에는 시장규모가 3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중국 보건의료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식품약품관리국(CFDA)은 지난 2015년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혁신신약 개발 장려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작년 10월에는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및 허가기간 단축을 위해 의약품 평가·승인체계를 변경했다.

과거에는 회사가 CFDA에 임상시험 신청서를 제출하면 진행승인까지 별도의 기한을 정해두지 않아 최장 1년이 걸리기도 했으나 이를 근무일 60일 내에 처리하도록 했고, 해외 임상데이터를 수용하는 등 의약품 임상시험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더불어 중국 보건부는 2016년 '건강중국 2030 계획'을 수립해 의약품 공급과 유통체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규제 완화는 약 300조원에 달하는 의약품 시장을 노리는 제약기업들에게 기회로 다가오지만 자칫 잘못된 경쟁을 야기하거나 국가 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항암제 17품목 최저가 수준으로 등재
당장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 중 하나가 혁신신약 약가 산정이다.
법무법인 광장(Lee&Ko)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항암제 17개 품목을 보험등재시켰다. 특별협상의약품으로 선정해, 신규 등재한 것으로 이들의 가격은 제조국이나 참조국의 평균 36%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국가의 특성이 반영된 실제가격 간 약가 비교는 아니지만 최저 수준이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언급한 '건강중국 2030 계획'이 수립되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광장 변영식 수석위원이 밝힌 '중국 항암제 약가협상 결과와 한국의 영향' 내용을 보면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 급증과 흡연, 오염 노출 등으로 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국립암센터는 작년 중국 내에서 429만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전 세계 신규 암 환자의 30.4%를 차지하는 수치다. 또한 매년 281만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계되면서 중국은 암 5년 생존율을 2030년까지 15%로 개선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후 중국은 '건강중국2030 계획'을 기반으로 의료보장, 약품공급, 약가결정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 국가의료보장국 주관으로 17개 항암제가 국가약물가격협상 대상이 됐다. 엑시티닙, 오시머티닙, 익사조믹, 크리조티닙, 아파티닙, 닐로티닙, 파조파닙, 세툭시맙, 레고라페닙, 이브루티닙 등이 그 주인공으로 여기에는 2017년, 2018년 출시된 신약도 포함됐다. 결과는, 참조국가에서 받은 약가 중 최저가를 목표 약가로 삼아 협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또한 신약의 한국 출시를 건너뛰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도 제기됐는데,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결국 의약품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이 신약 도입에 있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동시에 국내 임상 투자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글로벌 신약 한국론치 우선순위 밀릴까
문제는 우리나라까지 여파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17개 항암제를 등재하면서 특별협상의약품 범위를 발표했다. 대상약제 선정 기준은 임상적 유용성과 확실한 임상결과, 미충족 수요가 고려됐다. 약가 참조국가로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대만, 홍콩, 마카오 등 10개국과 2개 지역을 기본으로 제시했다. 추가로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참고했다.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으로, 이는 글로벌 본사의 한국 출시를 저울질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미 약가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에 나서는 신약들 중 글로벌 본사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관계자는 "중국 인구가 많고 시장이 크다 보니 일부 회사는 약가 승인을 홀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비즈니스가 큰 회사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사 약가담당 관계자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신약 론치가 빠른 곳이지만 중국이 항암제를 시작으로 다른 품목으로까지 가격협상을 확대할 경우 한국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은 약가를 낮춰 빠르게 진입하는 대신 사용량이 많아 가격인하분을 상쇄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가 문제를 약가에만 국한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투자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수준 높은 의료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갖춘 한국에 임상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신약 도입시기 등이 늦어질 경우 재검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선순환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국적사 한 임원은 "한국이 약가관리를 잘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이 정도 약가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물론 한국에서의 약가 협상이 잘 됐을 경우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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