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AI 활용 신약개발 지원 담은 '제약산업육성법' 통과
업계, 신약 상용화 초점 둔 플랫폼·인재 지원 요구…"실체 없는데 지원, 앞서나갔다" 비판도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제약업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약개발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신약개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나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신약개발, AI를 활용하라"

국내에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 이런 가운데 국회가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하도록 판을 깔아줬다. 

최근 국회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지원을 담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제약산업육성법)을 통과시켰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제약산업육성·지원 종합계획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 지원계획'을 포함하도록 한 게 주요 골자다. 

최근 업계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면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간과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한편, 신약개발 성공률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개정안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신약개발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는 일찌감치 AI를 신약개발에 접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화이자는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플랫폼인 IBM의 신약 탐색용 왓슨을 도입해 면역종양학 분야에 적용하고 항암신약 연구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테바도 IBM과 제휴를 맺고 호흡기 및 중추신경계 질환 분석과 만성질환 약물 복용 후 분석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자사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의 데이터를 모아 추가 적응증 확보 및 신약개발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한 해 동안 글로벌 제약사 15곳 이상이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AI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통적인 제약사의 사고방식에서 변화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업계도 아직 도입 단계지만,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약물설계(Drug Design)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다. 

또 유한양행은 신테카바이오와, 대웅제약은 UNIST와 손잡고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기대감 고조…"산업화 위한 지원 이뤄져야"

AI를 이용한 신약개발 지원을 명문화 한 개정안에 업계는 고무적이다. 다만, 그 지원은 신약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원천기술 개발을 R&D에 투자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제한을 두기 보다는 R&D을 접목, 산업화에 성공하기 위한 지원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AI 접목 신약개발 원천기술에 지원하기보다는 AI를 신약개발을 위한 툴로 활용하기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AI를 활용하는 제약사에서는 '플랫폼' 개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실질적인 지원은 제약업계 요구사항에 만족하는 플랫폼 개발에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듬을 갖췄더라도 업계에서 실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약산업 육성과 신약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운영되는 플랫폼은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아마존, 구글, MS소프트와 같은 인공지능 신약개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재양성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인재는 없는 상태"라며 "AI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약산업 차원에서 AI 기술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알파고 패배하는 판국에…"좀 더 신중해야"

한편, 국내에서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아직까지 AI를 활용한 사례도 없을 뿐더러 AI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에 대한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 대결로 AI가 신약개발의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결국 패배했다"며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 개발에 AI를 활용한다는 것 자체에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개발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그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인공지능이 보지 못하는 영역은 충분히 존재하고, 인공지능의 영역을 100%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AI에 대한 검증을 마치는 게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실체가 없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에 AI를 접목하는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성과가 나오거나 가시화된 것은 없지 않는가"라며 "정부에서도 지원을 하겠다고 법안을 개정했지만, 솔직히 감이 안잡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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