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OS 연구,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입증…'메토트렉세이트'와 차별화
FDA "CANTOS 연구만으로 승인 어려워"…이상반응·비용 등 넘어야 할 산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염증제 '카나키누맙(canakinumab)'이 차세대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CANTOS 연구와 최근 공개된 하위분석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입증한 덕분이다. 게다가 또 다른 항염증제인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카나키누맙은 항염증제 중 독보적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0월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서 카나키누맙의 적응증 확대를 승인하지 않았다. 카나키누맙의 질주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카나키누맙이 지닌 양날의 검을 분석했다. 

카나키누맙, 심혈관질환-염증반응 연결고리 풀 '해결사?'

학계는 그동안 염증반응을 억제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지 분석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심혈관질환은 동맥벽에 경화반(plaque)이 형성돼 혈관이 좁아져 혈류가 차단되거나 혈관벽에 만들어진 경화반이 터지면서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아버리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 염증반응이 관여하며 심각한 염증반응으로 이어지면 불안정 협심증, 심근경색 등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이 같은 근거로 학계에서는 염증을 줄이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졌고, 그 연결고리를 풀 수 있는 치료제로 카나키누맙이 주목받았다. 

카나키누맙은 염증성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유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터류킨-1베타(IL-1β)를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다. IL-1β가 활성화되면  IL-6가 활성화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C-반응성 단백질(CRP) 합성에 영향을 미친다. 즉 카나키누맙은 IL-1β 활성을 막아 CRP 합성을 막는 역할을 한다. 

CANTOS, MACE 위험 15%↓·심부전 입원 위험 24%↓

카나키누맙이 수면 위로 떠 오른 이유는 지난해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 연구인 CANTOS 연구에서 콜레스테롤과 별개로 염증을 줄여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덕분이다(NEJM 2017;377:1119~1131).

연구에는 심근경색 과거력이 있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농도가 2mg/L 이상인 1만여명의 환자가 포함됐다. 이들은 카나키누맙 50mg, 150mg, 300mg 투약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분류돼 3개월마다 약물을 1회 피하주사 받았다. 

약 4년간 추적관찰 결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주요 심혈관사건(MACE) 위험은 위약군 대비 카나키누맙 150mg 또는 300mg 투약군에서 각각 15%와 14% 감소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HA 2018)에서 공개된 CANTOS 연구 하위분석에서는 카나키누맙의 심부전 예방 효과가 증명됐다(Circulation 11월 11일자 온라인판). 

최종 결과에 따르면, 카나키누맙 150mg 또는 300mg 투약군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위약군보다 각각 14%와 24% 감소했다(P-trend=0.025).

메토트렉세이트와 "다른 길 간다"

카나키누맙은 또 다른 전통적인 항염증제인 메토트렉세이트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유의미한 결과지를 보이지 못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다.

안정형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 약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CIRT 연구 결과, 저용량 메토트렉세이트 복용군과 위약군간 MACE 발생률 차이가 없었고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율을 포함한 결과 역시 두 군간 발생률이 유사했다. 

CANTOS 연구와 CIRT 연구는 염증 위험이 남아 있는(residual inflammatory risk) 환자들이 포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CIRT 연구는 환자들의 hsCRP 수치를 확인하지 않았고, CANTOS 연구는 hsCRP 수치가 2mg/L 이상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에 등록 당시 환자들의 hsCRP(중앙값) 수치는 CANTOS 연구가 4.2mg/L, CIRT 연구가 1.6mg/L로 조사됐다.

CIRT 연구를 진행한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 Paul Ridker 박사는 "CRP 활성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들이 혈관세포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인다"며 "CANTOS 및 CIRT 연구를 종합하면, 새로운 심혈관질환 치료제 연구는 IL-6 활성 억제를 잠재적인 타깃으로 설정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DA, 승인할 근거 '불충분'…넘어야 할 산은?

그러나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CANTOS 연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카나키누맙을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근거만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FDA의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카나키누맙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CANTOS 연구 단 하나라는 것이다. 

고려의대 박창규 교수(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FDA 승인 절차는 까다롭다. 단지 효과를 입증했다는 것만으로 승인받을 수 없다"며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한 연구 하나만으로 FDA 승인을 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ANTOS 연구에서 확인된 이상반응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카나키누맙이 면역반응에 영향을 줘 백혈구 감소증(leukopenia), 치명적 감염(fatal infection) 등 이상반응이 위약군보다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나키누맙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있지만 염증세포가 오히려 감소해 감염에 취약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비용 대비 효과 문제도 남아있다. 카나키누맙 치료 비용은 연간 6만 5000달러(약 7200만원)다. 심혈관질환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이미 시장에 도입된 상황에서 비용이 비싼 카나키누맙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 교수는 "카나키누맙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이상반응 등 위험을 뛰어넘을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로서 카나키누맙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약간의 효과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지급하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카나키누맙 관련 연구가 더 많이 진행돼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면서 "심혈관질환 예방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 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상황에서 이 정도의 결과만으로 포지셔닝을 확실히 하기란 어렵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