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임수 교수가 본 CVOT 연구 평가

▲서울의대 임수 교수가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서울의대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분당서울대)가 SGLT-2 억제제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항당뇨병제 중 강력한 심장, 신장 보호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면서도 전반적인 안전성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종합평가를 내렸다. 최신 의학 트랜드에 맞게 근거는 근거대로 받아들이되 임상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해석으로 들린다.

지난 11월 미국심장협회(AHA)가 연례학술대회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CVOT)인 DECLARE TIMI 58 결과를 발표하면서 CVOT 연구가 모두 3개로 늘어났다. 이로서 SGLT-2 억제제의 부가적인 효과가 또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나아가 연구마다 다른 미세한 차이는 추가 분석을 이끌고 있다. 마침 메타분석 논문을 쓰고 있는 서울의대 임 수 교수를 만나 연구의 임상적 의미를 들어봤다.

3포인트 MACE 평가 3약3색

DECLARE TIMI 58 연구가 기존 두 연구인 EMPA-REG OUTCOME과 CANVAS 연구와 다른 점은 목표(1차 종료점) 설정이다. 보통 CVOT 연구는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을 포함하는 3포인트 MACE 발생률을 보지만 DECLARE TIMI 58에는 추가로 심혈관 사망 및 심부전 입원을 넣음으로써 이중으로 검증했다.

결과는 달랐다. EMPA-REG OUTCOME과 CANVAS은 모두 3포인트 MACE를 위약대비 14% 낮추며 비열등성 및 우월성을 충족한 반면 DECLARE TIMI 58에서는 비열등성만 달성했다. 대신 두 번째로 설정한 심혈관 사망 및 심부전 입원 위험률을 17% 낮추는데 성공했다.

3포인트 MACE의 우월성 충족은 항당뇨병제의 심혈관 예방 효과의 유무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입증하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지만 약간 달랐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임 수 교수는 "객관적으로 볼 때 다파글리플로진이 3포인트 MACE에서 우월성은 통계적인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모집단 특성이 달랐던 만큼 서로 임상적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고위험 심혈관 환자가 참여한 두 연구와 달리 DECLARE TIMI 58 연구에는 40%만 참여했기 때문에 차이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경향성이 나온 만큼 연구기간을 6개월만 더 연장했으면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임 교수는 "어떤 약이든 궁극적으로 사망을 줄이면 가장 좋지만 위험요인을 줄이는 초기의 역할과 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것도 상당한 임상적 의미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3가지 약은 모두 3가지의 색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혈역학적 효과로 심부전·신부전에 주효

사실 SGLT-2 억제제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3포인트 MACE보다도 심부전 효과다. 만약 DECLARE TIMI 58이 3포인트 MACE를 충족해도 심부전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세 가지 SGLT-2 억제제 모두 공히 심부전 입원을 낮췄다. 엠파글리플로진,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의 심부전 입원 감소율은 각각 35%, 33%, 27%다.

임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개선 효과는 심장의 혈역학적 효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심장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쓰는데 이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케톤체를 쓰게 함으로서 궁극적으로 심장 볼륨을 줄여주고, 심장이 무리하지 않게 해준다. 자동차로 보면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미국당뇨병학회-유럽당뇨병학회, 미국심장학회의 주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학회들은 최근 성명 또는 공동 성명 형식을 빌어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에서 SGLT-2 억제제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게다가 신장병(콩팥병) 개선 효과도 있다. CVOT 연구에서 신장 예후를 1차 종료점으로 설정한 연구는 DECLARE TIMI 58 밖에 없지만 하위 분석을 보면 신장병 개선 효과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략 25% 정도 신질환 진행을 막아준다.

신부전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SGLT-2 억제제가 신장에 부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신장은 노폐물이 많은 혈액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데 일이 많으면 그만큼 기능이 떨어진다. SGLT-2 억제제는 신장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역할을 분배하고 소듐(염분) 흡수도 줄여주므로 궁극적으로 신장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능성으로 신장환자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 결과에 따라 신장약 신약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치명적 괴사 감염 부작용은 아직 미해결로 남아

이처럼 SGLT-2 억제제는 혈당 개선의 본연의 역할에 심장 및 신장 기능 개선효과로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개념의 약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완벽한 약물은 아니다. 최근 미국 FDA에서도 안전성 서한을 발표한 것처럼 치명적인 감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 교수는 "매우 드물지만 전신 감염 괴사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 문제는 아직 완벽하게 해결이 안 됐다"면서 "이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당뇨약을 복용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국내에서 이 같은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해외서 강조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건 무리

이런 가운데 CVOT 연구의 잇따른 낭보는 마치 모든 환자에게 메트포르민 다음 약물로 SGLT-2 억제제를 써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게다가 미국당뇨병학회(ADA) 유럽당뇨병학회(EASD)가 고위험 심혈관 환자군 이면 SGLT-2 억제제를 쓰라고 강력한 입장을 취한데다 최근 미국심장학회(ACC)도 고위험 심혈관 환자에서 SGLT-2 억제제를 쓰라고 발표하며 패러다임 변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최근 당뇨병 치료 흐름은 환자 맞춤형 치료다. 환자 개개인에 상황과 여건 그리고 치료목표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해외학회의 기조는 SGLT-2 억제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임 교수는 "의학도 트렌드가 있어서 어떤 약이 좋다면 연구가 몰리는 것도 사실이다. DPP-4 억제제가 그랬고, TZD(글리타존)가 그랬다. 그러나 처방으로 연결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의학은 아직 보수적이다.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국내 연구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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