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회, ASCVD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SGLT-억제제·GLP-1 유사체' 치료 권고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해 온 항당뇨병제가 당뇨병 전문가에 이어 '심장 전문가'의 손에 쥐어졌다.

미국심장학회(ACC)는 "심장 전문가들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 시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항당뇨병제 투약을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담은 전문가 합의문(consensus)을 26일 발표했다(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11월 26일자 온라인판).

이번 합의문은 최근 SGLT-2 억제제 및 GLP-1 유사체 등 항당뇨병제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으나, 실제 임상에서는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ASCVD 환자를 심장 전문가들이 보지 않고 내분비내과 또는 1차 의료기관에 의뢰한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에 ACC는 심장 전문가들이 항당뇨병제가 가진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이해하고, 향후 ASCVD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항당뇨병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합의문 개발을 이끈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 Brendan Everett 교수는 "ASCVD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심장 전문가에게 주로 진료를 받고 추적관칠되므로 심장 전문가가 항당뇨병제의 심혈관 혜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합의문을 통해 심장 전문가들이 ASCVD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적절한 항당뇨병을 처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엠파글리플로진·리라글루타이드 등 총 6가지 항당뇨병제 권고

합의문에 등장한 항당뇨병제는 임상시험을 통해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 △카나글리플로진 및 GLP-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엑세나타이드 △릭시세나타이드 등 총 6가지다.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다파글리플로진과 GLP-1 유사체인 알비글루타이드도 각각 DECLARE-TIMI 58, Harmony Outcomes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확인했지만, 합의문 제작 후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번 합의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경구용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심혈관질환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췄다는 PIONEER 6 연구 결과가 26일 탑라인으로 공개됐으나 앞선 두 항당뇨병제와 같은 이유로 합의문에서는 권고되지 않았다.

이어 ACC는 그동안 발표된 임상시험 근거로 각 항당뇨병제 중 엠파글리플로진과 리라글루타이드를 가장 선호하는 약물로 꼽았다.

먼저 엠파글리플로진은 전반적인 유익성-위해성 균형(benefit-risk balance)을 고려했을 때 위해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위해성 평가의 중심에 선 이상반응은 '하지절단' 위험이다. 카나글리플로진은 하지절단 위험이 높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제품에 이 같은 위험에 관한 내용을 블랙박스 경고문(Black Box Warning)으로 삽입하도록 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얼투글리플로진도 임상3상에서 절단 위험이 높다고 보고됐다.

반면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은 하지절단 위험이 발견되지 않아, 위해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이다.

Everett 교수는 "절단 위험이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class effect)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절단, 말초동맥질환, 신경병증,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과거력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SGLT-2 억제제 처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리라글루타이드는 심혈관 혜택을 검증한 GLP-1 유사체 중 효과가 가장 뚜렷하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약물로 지목됐다. 

환자에게 어떤 항당뇨병제 투약하나?

▲ 항당뇨병제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치료제 특징.

이번 합의문의 주요한 특징은 심장 전문가가 ASCVD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최적의 항당뇨병제를 투약할 수 있도록 각 항당뇨병제의 특징을 요약해 제시한 점이다.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 모두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지만, 각 계열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다르므로 환자에 따른 치료전략도 달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로, SGLT-2 억제제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등 죽상경화증 예방에는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와 달리 GLP-1 유사체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죽상경화증 발생 위험을 강력하게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근거로 ACC는 환자의 임상적 특징에 따른 치료전략을 알고리듬화해 적절한 항당뇨병제를 투약할 수 있도록 했다. 

항당뇨병제 선택 시 주의해야 할 증상에 대해서도 함께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SGLT-2 억제제는 생식 진균 감염(genital mycotic infection) 위험이 있으므로 재발성 생식기 칸디다증(recurrent genital candidiasis) 과거력이 있다면 처방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GLP-1 유사체는 일시적인 구역 또는 구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저용량에서도 구역이 계속된다면 다른 치료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SGLT-2 억제제는 경구투여하며 GLP-1 억제제는 주로 피하주사하기에, 투약방법이 환자 또는 의료진의 항당뇨병제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피하주사형 GLP-1 유사체는 주사 크기가 작고 펜으로 쉽게 투약 가능해 환자들의 치료가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심혈관 혜택 검증 연구 'ING'…"알고리듬 바뀔 가능성 있다"

ACC 합의문은 항당뇨병제의 심혈관 혜택을 검증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을 비춰봤을 때 향후 지속해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Everett 교수는 "최근 다파글리플로진, 알비글루타이드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검증했기에, 향후 합의문에서는 두 치료제를 권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새로운 근거가 쌓이면 이번 합의문에서 제시한 치료 알고리듬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서 "합의문을 개정하더라도 항당뇨병제를 통해 ASCVD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예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적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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