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장재영 보험위원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장재영 보험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가치평가제도 도입에 앞서 적정한 수가체계 도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가치평가제도를 도입해 혁신적인 기술이 투입되거나 기술을 개량한 치료재료에 대해 적정한 보상체계를 운영하겠다며, 의료기기 분야 규제완화를 천명했다. 

보건복지부도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최근 행위나 치료재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된 노력을 증명하면, 제품의 상한금액을 산정할 때 이를 가산해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업계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향후 국내 의료기기 산업 육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의료기기에 대한 가치기반평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장재영 보험위원장(한국스트라이커 대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보험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보험위원회는 7~8년 전부터 정부와 주요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논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 애로사항을 건의하기도 한다. 

보험위원회는 현안에 따라 TFT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현재는 업계 가장 큰 이슈인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TF를 비롯해 별도산정, 상대가치개편, 포괄수가, 신의료기술평가 등 11개의 TFT를 구성한 상태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관계를 두텁게 유지하며 상생을 위한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 보험위원회의 그동안의 성과도 궁금하다.

기술개발 노력 가산제도가 신설, 유망기술과 근거개발 장려가 필요한 치료재료의 경우 5%를 별도로 가산하는 제도가 신설됐다.  

이 같은 기술혁신·개량 치료재료에 대한 가치평가 제도가 개선돼 기존보다 가치평가 인정률이 상향된 것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국무조정실과 지속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백내장과 녹내장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 포괄수가제에 포함되더라도 재료에 대한 별도보상이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 언급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을 것 같다.

새로운 기술, 혁신의 가치를 보험가격으로 인정받기 힘든 부분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근거기반평가에서 가치기반평가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의료기기에 대해 가치기반평가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영세한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더 요원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못지 않게 의료서비스가 잘 갖춰진 일본은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자국 제조사가 많다. 

이는 가치기반평가라는 학문적 추세 이전에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마인드와 이를 뒷받침하는 수가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가치에 기반해 기술을 평가하겠다고 정부가 선언한 만큼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가 그 틀을 제시한다면, 업계에서도 그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은 분명하다. 

- 가치기반평가의 기준이 불명확한 것 같다. 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는 있나.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의료기기를 기준으로 시장진입을 쉽게 하는 등 여러 기준이 소문처럼 돌고 있지만 업계 안에서도 합의된 것은 없다. 

실제 의료기기에 대한 가치기반평가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도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에 국내외에서도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른바 '골든 룰'은 없다. 의료기기는 기술 업그레이드 시기가 빨라 라이프타임이 짧은 만큼 가치기반평가 자체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 가치기반평가 시행 후 미래를 전망하자면. 

그동안 연구결과 축적이 어려워 문헌 평가에서 탈락했던 첨단의료기술의 경우,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라면 기술혁신성 등 잠재가치를 추가로 평가하는 별도 평가트랙을 이용해 시장에 진입하고, 향후 재평가를 실시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로봇이나 3D 프린팅, AI 기반 의료기술 등 혁신·첨단 의료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되는 기술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 신속한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제도 도입은 향후 의료기기 산업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합리적인 수가는 뒷받침돼야 한다. 

- 보험위원회의 내년 계획도 듣고 싶다. 

그동안 해왔던 예비급여 정책에 현실적인 수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즉 시장가를 반영해 수가를 책정한 후 재평가하는 방안을 주장할 계획이다. 

또 신포괄수가제 운영에 따라 병원에 납품되는 의료기기 납품가격이 80%대로 떨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합리적인 지불방식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제3차 상대가치개편에 주목할 예정이다. 의료기기 업계는 혁신적인 기술이 수가에 어떻게 녹아낼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위원회에서는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에대해서는 별도산정하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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