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프로그레션이 대표적 발생하면 예후 급격히 나빠져

▲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면역항암제로 널리 알려진 면역관문억제제들의 부작용 이슈가 뜨겁다. 효과 이면에 상존하는 부작용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인데 학계에서도 최근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끝난 국제폐암학회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면역항암제들의 이상반응에 관심을 귀울여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들은 면역항암제의 처방이 늘어나면서 초반에는 효과를 주목하다 최근에는 부작용에 관심이 높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런 평가는 면역항암제 이상반응이 이제 서서히 보고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또 그 빈도가 임상 데이터보다 흔하다는 뜻도 포함된다. 그러면서 종양이 갑자기 커지는 하이퍼프로그레션과 심장독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중 하이퍼프로그레션은 말 그대로 오히려 종양이 빠르게 증식하는 현상이다. 종양이 커지면 문제 없던 암환자라도 상태도 급격히 나빠진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한 초록(Abstract 1306PD)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환자에서 면역항암제 투여후 발생한 하이퍼프로그레션 발생률은 16%였다. 또 2016년 Clin Cancer Res에 보고된 모든 암종에서의 항PD-1/항PD-L1 투여 후 발생한 하이퍼프로그레션 발생률은 9%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30%까지 보고된 바 있다. 종합하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로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면역항암제가 보험권으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하이퍼프로그레션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0명 중 1명 정도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한 사망도 발생하고 있다. 다만 전체 통계는 없다. 연관 학술대회에서 병원별 사례보고에서만 간간이 공개될 뿐이다. 병원의 치료성과와 직결돼 있어 자체적으로 파악만 할 뿐 외부로는 잘 공유되지 않는다.

국립암센터 국립암대학교대학원 김흥태 교수는 "효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면역항암제가 가진 부작용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하이퍼프로그래션 이슈가 상당하다. 부작용 문제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퍼프로그래션이 발생하면 대부분 환자는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이 중 일부는 사망으로 이어진다. 좋은 치료제가 나와 치료했는데 오히려 기존 전통적인 치료법보다 더 빨리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보호자들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있다.

▲ 다양한 면역항암제들, 효과과 부작용이 상존하는 약물이다.

서울아산병원 이재철 교수(종양내과)는 "환자들이 사망하면 의료분쟁도 이어질 수 있어 사전에 모든 내용을 고지하는 투여 전 과정에 대한 교육 내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아직 명확한 기전이 보고되지 않고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 중에는 하이퍼프로그레션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를 분석한 것도 있다. 대체적으로 65세 이상 고령 환자,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치료받는 환자에서 높다고 보고됐지만 아직 정론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환자 상태나 암종에 따른 구분이 필요하고 동반질환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모든 것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피로 등 이상반응은 비교적 관리가 가능한 영역에 속한다"며 "하이퍼프로그레션은 투약 초반에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면역관련 이상반응 중 하나로 심장독성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Lancet Oncology는 3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의 심장독성 분석 연구를 게재하면서 면역항암제 투여 이후 심근경색이 11.21배나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또 심막질환과 혈관염도 각각 3.8배와 1,56배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중 심막질환은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폐암 환자 중 절반에서 56%에서 나타나 흔한 독성임을 강조했다.

게다가 심혈관 면역관련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대부분은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이번 연구에서도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의 80%가 중증 이상이었으며, 이로 인한 사망도 늘어났다.

심근증이 발생하면 환자의 50%가 사망했고, 심막질환 환자의 20%가 사망했다. 때문에 논문의 주 저자인 미 밴더빌트의대 Joe-Elie Salem 교수는 최적의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최적의 심장치료가 우선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은 면역항암제의 환상을 버려야 하며 또한 기본적인 지식없이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건국대의대 이계영 교수(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은 "매우 드물지만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면역항암제를 투여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례에 대비해 이상반응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대 폐암센터 조병철 교수는 "최근 치료의 방향은 삶의질 개선이다. 치료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상반응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잘 숙련된 전문가와 상의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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