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학부생 시절 우연히 들었던 철학 수업 때문에 한학기 동안 고통받았던 때가 있었다.  

독일의 철학가 니체의 대표격인 '영원회귀' 때문이다. 

니체는 자신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시간이라는 둥근 고리 때문에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돌아온다는 동일한 것의 영원한 회귀 사상을 이야기 한다. 

쉽게 생각하면 '윤회' 사상과 비슷한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이해가 안됐던지…

그런데 최근 제약업계를 보면서 불현듯 영원회귀가 떠올랐다. 

최근 A 제약사는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윤리적인 경영을 하겠다며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 인증을 받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지 불과 일주일도 안되서 날아든 소식이었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규제당국이 아니라 사법당국인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이라니.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지만 어쩌면 리베이트는 사라지지 않은 채 유행처럼 돌고도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비단 이는 최근 논란이 된 A 제약사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윤리경영을 앞세웠지만 알게모르게 리베이트 영업을 하고 있었을 제약사들도 있었을테고, 리베이트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의사들도 있을테니 말이다. 

"리베이트는 제약업계에서 이미 고착화돼 있는 상황이고, 현 시스템의 혁신적인 개혁이 없다면 리베이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한 취재원의 이야기처럼 어쩌면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연계된 리베이트 관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 수도 있겠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도는 리베이트 관행의 꼬리를 잘라내지 못한 결과는 제약업계의 부패경영 척결 의지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제 표준인 ISO 37001 인증을 받아도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체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처럼 모든 것은 영원회귀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영원회귀는 '양치기의 목구멍 속으로 뱀이 대가리를 들이미는 것처럼 역겨운 것'이라고 했다. 영원회귀를 통해 좋은 것 뿐 아니라 나쁘고 추악한 고통까지 함께 돌아온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이런 무한한 반복 속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며 권태를 느끼고 있을지, 아니면 다른 기쁨을 향해 고통에 맞설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ISO 37001을 도입했다고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다. 업계 전체가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의지를 갖지 않는 한 지금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취재원의 말처럼 영원회귀 앞에서 짓눌리지 않고 "좋다. 다시 한번 더"라고 새로운 인생을 외치는 것. 

제악업계도 어떤 고통도, 어떤 시련도 회피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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