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Asia' 네트워크, 2017~2018년 가정혈압 관리 현황 데이터 공개
고혈압 환자 2명 중 1명 진료실·가정혈압 조절돼…국가 및 지역 간 혈압 조절율 차이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가정혈압을 관리해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학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미국·영국 심장학계는 고혈압 관리에 가정혈압 모니터링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대한고혈압학회도 지난해 5월 '가정혈압포럼'을 발족해 가정혈압 관리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더 나아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등 주요 아시아 11개국은 'HOPE Asia 네트워크'를 구성, 혈압 관리로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Zero'로 만들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리고 핵심 전략으로 가정혈압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그 일환으로 HOPE Asia 네트워크는 지난 1년간 아시아 가정혈압 관리 현황을 분석한 'Asia BP@Home study'를 진행해 최근 그 결과를 공개했다(The Journal of Clinical Hypertension 11월 16일자 온라인판).최종 결과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2명 중 1명은 진료실 및 가정혈압이 모두 조절됐다. 그러나 목표혈압 조절율은 국가 및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가정용 혈압계 사용…'아침 수축기혈압'에 주목

Asia BP@Home study는 동일한 가정용 혈압계를 이용해 아시아 가정혈압 관리 현황을 처음으로 확인한 연구다. 연구에서는 측정된 혈압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혈압계를 사용했다.

고혈압 진단 기준은 진료실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가정에서 측정한 아침 수축기혈압 135mmHg 이상으로 설정했다.

주목할 점은 연구팀이 가정혈압 중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기 전 측정한 아침 수축기혈압에 신경 쓴 부분이다. 이는 J-HOP 연구가 아침 수축기혈압이 심혈관질환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이번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Hypertension 2016;68:54-61). 

J-HOP 연구는 2005~2012년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있거나 위험요인을 가진 일본 고혈압 환자 4310명을 대상으로 뇌졸중 또는 관상동맥질환 발생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최적 가정혈압 측정 시간을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그 결과, 아침 수축기혈압 135mmHg 미만인 환자군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135mmHg 이상인 환자군보다 뚜렷하게 낮았다. 아침 수축기혈압뿐 아니라 야간 수축기혈압을 활용해 뇌졸중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었으나 예측 정도는 아침 수축기혈압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항고혈압제를 복용 중인 고혈압 환자 약 2만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HONEST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측정한 아침 수축기혈압이 125mmHg 미만인 환자군은 145mmHg 이상인 환자군 대비 유의미하게 뇌졸중 및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높았다(J Am Coll Cardiol 2016;67:1519-1527).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HOPE Asia 네트워크는 올해 2월 가정혈압 모니터링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 가정혈압 측정 및 혈압 변동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아침 혈압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J Clin Hypertens(Greenwich) 2018;20(3):456-461). 그 연장선으로 이번 연구에서도 아침 수축기혈압에 주목했다. 

진료실 및 가정혈압 모두 조절된 환자군 45.6%

연구에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총 11개국 15곳 의료기관에서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 1443명이 참여했다. 전체 환자군은 3개월 이상 항고혈압제를 복용 중이었다.

연구팀은 고혈압 진단 기준을 근거로 △진료실 및 가정혈압이 모두 조절된 환자군 △백의 고혈압군 △가면 고혈압군 △모두 조절되지 않는 환자군의 비율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진료실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에 도달한 환자군은 55.1%, 아침 수축기혈압 135mmHg 미만으로 감소한 환자군은 68.2%로 조사됐다.

2017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제시한 진료실 또는 아침 수축기혈압 목표치 130mmHg 미만을 적용하면, 각각 32.3%와 53.6%가 혈압이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실 및 가정혈압이 모두 조절된 고혈압 환자는 45.6%로, 2명 중 1명은 목표 진료실 및 아침 수축기혈압으로 관리됐다. 이는 백의 고혈압군(23%), 가면 고혈압군(9%), 모두 조절되지 않는 환자군(22%)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 및 지역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15곳 의료기관 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위치한 4곳 의료기관은 진료실 및 가정혈압이 모두 조절된 환자군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것.

아울러 혈압 변동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 연속적인 두 혈압 사이의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ARV(average real variation), 독립적 혈압 변동성(variability independent of the mean) 등으로 평가한 아침 수축기혈압 변동성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이끈 일본 지치의대 Kazuomi Kario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절반가량은 가정에서 측정한 아침 혈압이 조절됐으나 절반은 조절되지 않았다. 이는 국가 및 지역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며 "엄격하게 가정혈압을 조절하는 것은 아시아인에게 혜택이 크다. 이번 연구가 아시아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을 줄이기 위한 보건정책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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