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장비 이동 등 부담으로 교육 미흡…AED 사용 교육 이수자 정확한 사용법 몰라

▲ 한국생활안전연합 정윤경 실장은 22일 SETEC 국제회의장에서 '제7차 2018년 급성심장정지조사 심포지엄'에서 '자동심장충격기 현황 및 일반인 사용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심폐소생술(CPR) 교육에서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한된 교육 시간, 장비 이동에 대한 부담 등 문제로 AED 실습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영상자료 또는 교육자가 AED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도로 교육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 이수자의 상당수가 정확한 AED 사용법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소방청은 22일 SETEC 국제회의장에서 '제7차 2018년 급성심장정지조사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병원 전단계에서 급성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논의했다.

한국생활안전연합 정윤경 실장은 "CPR 교육 시 시간에 대한 압박이 크다. 때문에 AED 사용법 교육은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나게 된다"며 "또 AED 부피가 상당해 장비 이동에 대한 부담이 있다. 교육에 가져가 실습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 CPR 교육을 했더라도 AED 실습 교육은 거의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ED 교육이 미흡하게 진행되면서 AED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일반인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만 20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ED 인식 및 교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3.3%가 AED 사용 교육을 이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체 일반인 중 67%는 거주지 주변 AED 설치 여부나 설치 위치를 알지 못했으며, 교육 이수 경험이 있는 일반인의 70.4%는 AED 패드 부착 위치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교육 당시에는 AED의 중요성을 인지하지만 교육이 끝나면 AED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실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AED 사용법을 알지 못해도 AED에서 나오는 음성지시에만 의존해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2015년 유럽심폐소생위원회(ERC) 가이드라인에서는 비전문가가 최소한의 교육을 받았거나 교육받지 않았더라도 AED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이는 AED 보급률이 높고 교육이 잘 된 미국, 유럽 등 국가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AED 교육률이 30% 미만인 우리나라에서는 AED 사용법에 관한 교육 없이 정확하게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 강동성심병원 조규종 교수는 '목격자 심폐소생술 질 향상 방안'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동성심병원 조규종 교수(한림의대 응급의학과)는 "실제 CPR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에게 AED를 사용해보도록 했다. AED에서 사용법에 관한 음성지시가 나오기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면서 "일본의 경우 (AED 사용 교육을 포함한) CPR 교육을 잘 받은 의료인 또는 일반인이 적극적으로 AED를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없이 AED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AED를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례 중심 또는 시뮬레이션 실습(simulation practice)을 기반으로 한 AED 실습 교육이 시행돼야 제언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인 또는 일차 반응자에 의한 AED 시행률은 미미하다. 일반인 또는 일차 반응자 대상으로 AED 실습을 강조한 실질적인 교육 확산이 필요하다"며 "사례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 개인보단 팀 활동을 통한 시뮬레이션 실습(team-approach simulation practice) 교육 등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CPR 교육에서 AED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 실습 등 상황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AED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심장정지 발생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AED를 설치하고, (AED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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