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목록 90% 제네릭 향해 칼 빼든 정부...업계는 '전전긍긍'

 

[메디칼업저버 이현주·양영구 기자] 발암가능 발사르탄으로 촉발된 사태가 제네릭 난립 문제로 이어지더니 결국 제네릭 허가와 약가제도를 개선하는 이른바 '제네릭 종합대책' 마련으로 귀결되고 있다. 정부가 그리는 큰 그림은 국제화 수준의 경쟁력 있는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도록 체질개선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네릭으로 먹고 사는 제약사들은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로 전전긍긍이다. 제네릭 종합대책이 나오게 된 계기와 제도개선 방향을 짚어봤다. 

발사르탄 사태 유탄 '제네릭 난립'

지난 7월 불순물을 함유한 발사르탄 제제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발암 가능성이 있는 NDMA가 있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도 제품 회수에 나섰다. 그러나 판매 중지 및 회수조치된 약물의 갯수가 부각되면서 논란은 제네릭 난립으로 이어졌다. 

실제 발사르탄 이슈 후 리콜된 회사 및 품목 개수를 보면 영국 2곳, 미국 3곳, 캐나다 6곳 회사에서 각각 5개, 10개, 21개 품목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76개 회사의 174개 품목이 회수됐다. 국내에서 허가된 발사르탄 성분 571개 제품 중 30%가 회수된 것이다.

서울의대 이형기 교수는 지난 10일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발사르탄 이슈 토론회에서 "발사르탄 이슈는 턱없이 낮은 제네릭 의약품 진입 장벽과 원료 품질 관리를 보증할 수 있는 제도 미비, 제네릭 가격 우대 등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발사르탄 유사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문제를 바라보는 식약처, 복지부 시각은?

제네릭 난립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문제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다만, 발사르탄 후속 대책이 아닌 잠재돼 있던 제네릭 난립 문제가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수면위로 떠올라 이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정현절 사무관은 20일 약사공론과 히트뉴스가 주최한 헬스케어 정책포럼에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대체조제 의약품이 많지 않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생동, 위탁생동이 도입됐으나 생동조작과 품질 관리 문제가 제기됐다"며 "이후 2006년 9월 1+2제도를 시도했으나 일몰제에 의해 2011년 제도가 폐지됐고 다시 생동제한이 없어지게 됐다. 그 와중에 복지부의 계단형 약가제도 역시 폐지되면서 제네릭 수가 많아졌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 허가자료 중 일부가 면제됐던 부분은 당시로서는 타당한 결정이었지만 그로 인해 지금 3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공동생동은 계약서 하나로 허가를 받기때문에 R&D 기반이 약화됐고, 개발자료가 없는 품목 허가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제네릭으로 번 이익을 R&D에 투자하지 않았고 과당경쟁에 의한 변칙영업에 사용되면서 유통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정 사무관은 "의제는 다 던져졌고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며 "설 익은 정책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송영진 사무관은 보험관점에서 봤을 때 제네릭 수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에 이렇게 많은 약이 등재된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단순 숫자로 보면 올해 기준으로 등재 약 2만 1000여개 중 87%가 제네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송 사무관은 "계단식을 폐지하고 동일제제 최고가 구조로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하는게 정부 계획이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며 "오리지널과 큰 차이 없는 제네릭에 건보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약효까지 포함해 사후관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제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송 사무관은 복지부가 인지하고 있는 문제점과 더불어 제약업계에 당부도 덧붙였다. 제도에 대해 산업에만 편중된 시각으로 보지 말고 일반 국민입장에서 수용 가능할지 생각해달라는 것과 소위 돈이 되는 제네릭 개발에만 뛰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송 사무관은 "제네릭 약이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도와 환경들로 문제가 촉발됐고 정부는 숙제를 받은 상황"이라며 "단발성 개선안 발표가 아닌 추가조치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가'만'으로는 제네릭 난립 해결할 수 없다

국회 측에 따르면 △자체생산과 위탁생산 약의 가격차등 △자체 합성원료로 완제약을 생산했을 경우 약가 우대 △제네릭에 일반명 도입 △공동생동 폐지 등의 개선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활동가는 공정한 약가경쟁을 위해 제네릭 의약품 입찰, 최저가 대체 등을 제시했고 회사명과 성분명을 표기하는 제도는 의약품 오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제네릭 정책이 곧 제약산업 정책인 만큼 숫자 줄이기에 급급한 대책이 아니라 제네릭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개발팀 관계자는 "제네릭 종합대책으로 인해 CMO 업체들은 비즈니스 툴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는데 하루아침에 정책이 바뀐다면 운영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품질 심사를 허가단계에서 철저히 하고 원료에서 제조, 합성 방법 등 주요한 변경 사항이 있으면 미량성분 분석정보, 독성시험 자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진입 장벽을 높이기 보다 품질관리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가 제네릭 품목 확대를 부추겼고 R&D를 위축시켰다"며 "의약품 시장에 큰 변화를 줄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하면서 약가제도에 변화를 꾀하면 산업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상무는 "시장 선택에 의해 제네릭이 저가로 공급되는 것이 소비자 이익과 재정부담을 줄이는데 부합하는 것"이라며 "불법과 탈법 영업환경 개선이 급선무다. 이를 제거하면 공정한 경쟁 구도에서 제네릭 수도 자동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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