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필수 요소를 정확하게 세워야" ... "의사 개인에게 맞는 성과급이 더 효과적"

중소병원의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선택진료비 폐지로 인한 본인부담금 인하와 초음파 급여화 등 각종 정책으로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환자들이 굳이 중소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병원은 암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영 수치가 나빠지고 있고, 경영자들의 위기감 또한 상당하다. 엘리오앤컴퍼니 자료에 따르면 최근 도산할 가능성이 큰 중소병원 수는 1617개, 중소병원에서 줄어든 병상 수도 23만여 병상이 넘을 정도다. 

9일 엘리오앤컴퍼니가 중소병원 생존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소병원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 구축을 시작으로 내부인력관리, 콜센터와 대기시간 관리, 전략적 공간배치 등이 발표됐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이 내용을 소개한다. 

1. 중소병원, 대학병원을 경쟁병원으로 삼아야 
2. 안의 사람이 살아야 밖의 사람을 살린다. 
3. 다른 것을 바꿀 수 없다면 이것만이라도 바꿔라. - 대기시간 및 친절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병원 일은 너무 많고 월급은 너무 적다. 또 이사장이 돈 버는 데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불만을 말하고, 경영자는 "아무리 돌아봐도 괜찮은 의사가 없다. 또 의사들은 수시로 보상을 요구해 병원이 어렵다. 이러니 실적은 안 나고 업무는 안 돌아간다"고 토로한다.

이처럼 의사와 경영자의 간극은 넓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소병원이 성장하려면 실력이 뛰어난 의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영자가 의사를 비용으로만 생각하며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좋은 인력을 확보할 수 없고, 결국 병원은 성장하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병원 컨설팅 전문회사인 엘리오앤컴퍼니가 중소병원 생존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곳에서도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왜 자꾸 떠나려 하는지 먼저 파악하라는 주문이 나왔다. 

"비전이 없으면 의사는 떠난다"

엘리오앤컴퍼니 김종현 이사는 "설문조사를 해 보면 중소병원 의사가 이직을 고려하는 중요한 이유로 병원 비전과 발전의 불확실성, 낮은 보상수준, 과도한 업무부담, 혁신이 어려운 조직문화 등이 꼽혔다"며 "기업과 마찬가지로 병원도 비전이 없거나 발전 가능성이 없으면 이직을 결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발표했다. 

의사들은 ▲실력 있는 의사와 직원들이 있는 병원 ▲프로세스와 서비스가 탁월한 병원 ▲이익이 나고 재투자가 원활한 병원 등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고. 이런 병원에서 자신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중소병원이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 것 또한 아픈 현실이다. 

경영자와 의사는 매출을 바라보는 것에서도 생각의 차이를 드러낸다고. 경영자는 매출 성장이 곧 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사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이사는 "대부분 경영자가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게 병원의 비전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사장 자신의 비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구성원들의 비전은 될 수 없다"며 "의사나 구성원을 움직이려면 근거나 설득력이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만일 지금 비전이 없는 병원이라면 당장 비전을 만들고, 그 과정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료과장들과 구성원들이 "앞으로 병원이 좋아지겠구나" 또는 "병원에서 내 꿈을 펼쳐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함께 함께 비전을 만드는 과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에게 맞는 인센티브가 더 효과적" 

성과급을 지급할 때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정밀하게 짜야 의료진의 이탈을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현재 많은 중소병원이 과별, 진료과장별로 지표와 보상기준을 다르게 지급하고 있고, 때로는 떼쓴 사람만 보상을 받는 예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정형외과 과장은 '우리가 다른 진료과보다 수익을 더 많이 낸다'고 말하고, 의사를 구인하기 힘든 비뇨기과 등에서는 '다른 병원에 가면 더 받는다'등의 얘기한다. 또 내과는 '매출은 적지만 재료비가 적어 병원에 이익'이라는 논리로 경영진을 압박한다"며 "경영자가 인센티브에 관한 원칙이 없으면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만 받거나, 목소리 큰 사람만 받는다. 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의사는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김 이사가 제시한 해법은 성과급의 필수 요건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모든 진료과장이 평가와 지급 대상자가 돼야 하고, 고질적인 문제 지표나 전략과 연계된 지표를 선정하라는 얘기다. 또 실적기준을 다른 병원의 동일과 평균실적으로 설정해야 하고, 재원은 월별 재무적인 문제가 없도록 보상을 설정하라고 제시했다. 

김 이사는 "성과급을 병원 발전과 연계하고, 의료진과 병원이 윈-윈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 또 성과급에 관해 의사가 납득해야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금전적 보상으로만 국한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있는 의사에게는 휴가를, 학회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해외학회를 지원하는 등 개인 특성에 맞는 인센티브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경영진이 사용하는 언어도 중요 

비전이나 성과급 지급 방식보다는 중요도가 낮지만 경영진이 의사에게 인격적 대우를 하느냐도 중요한 이슈다. 비교적 간단한 실천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선 회의 석상에서 경영진이 의료진에게 배려심 있고 신중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경영진이 의료진에게 어떤 식의 언어를 사용하느냐는 병원 문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따라서 경영진은 자신이 사용하는 용어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인격적 대우와 더불어 의료진의 의견이 병원 경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이사는 "병원의 제도 등이 변경될 때 미리 논의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또 의료진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부서장 발표회 등의 이벤트를 기획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의견이 올라오면 이에 대한 피드백을 1~2주 후에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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