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결핵 발병률 OECD 1위, 진단 검사 수준은 미흡
삼성서울병원 고원중 교수 “DST에 액체배지 사용, WHO·미국 진료지침 따라야”

▲ 삼성서울병원 고원중 교수(호흡기내과)는 19일 대한결핵협회가 주최한 결핵 검사 워크숍에서 국가결핵진료 지침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결핵 2차 감염을 줄이기 위해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다. 특히 진단 측면에서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국내 결핵 관리가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할뿐더러 국내 결핵 실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책 및 진료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성균관의대 고원중 교수(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가 19일 대한결핵협회 주최로 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국가결핵진료 지침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결핵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8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고 교수는 결핵 관리에 있어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가능한 여러 진단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55~75세 노년층에서 특히 발생률이 높은 만큼 빨리 결핵 환자는 진단하고 치료해 2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다.

이어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단할 때 결핵과 비결핵성항산균(NTM) 구별이 어려워 곤욕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환자가 NTM의 유형 중 결절 기관지 확장증형을 보일 때 임상 의사는 결핵과 분별하기 어렵다. 문제는 NTM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9~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NTM 폐질환 유병률을 살펴보면 2009년에는 10만 명당 9.4명에 그쳤으나, 2016년에는 10만 명당 36.1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결핵 유병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고 교수는 “항산균(AFB) 도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폐결핵으로 진단하기 어렵다. AFB 양성이더라도 폐결핵이 아닌 NTM으로 진단될 확률은 전국 보건소 10%,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45~6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NTM과 결핵균을 구별하고 조기진단하기 위해 결핵균 핵산증폭검사(TB-PCR)가 요구됐는데, 지난해 이후로 지침에서는 TB-PCR 검사 권고 수준을 ‘권고한다’에서 ‘시행해야 한다’로 강화했다”며 “그러나 요즘도 T-PCR을 100% 시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약제감수성검사(DST)와 관련해서도 제언이 이어졌다. DST는 3개월 이상 치료에도 배양에서 양성을 띠거나, 임상적으로 치료가 실패하는 등 내성균 감염이 의심될 때 시행한다.

고 교수는 DST에 있어서 고체배지 대신 액체배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후 결과 보고까지 고체배지는 3~4주가 걸리나, 액체배지는 5~10일로 기간이 짧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실제 객담 검사 의뢰 후 내성 확인까지 시간을 모두 고려한다면, 고체배지일 경우 최대 92일이 걸리기도 한다. 반면 액체배지일 경우는 27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 교수는 “검사 후 결과가 나오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균의 내성이 더욱 심해져 위험하다”며 “그러나 액체배지에서 DST를 하기에는 현재 책정된 검사 수가가 너무 싸다는 점 문제”라고 꼬집었다.

내성 결핵 진단에서 검사 후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외국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교수는 “이미 2011년도부터 국제보건기구(WHO)에서는 처음 결핵을 진단할 때 신속내성검사(Rapid DST)를 권고했다”며 “당시 우리나라는 결핵관리지침을 처음 만들었을 때다. 국내 결핵 환자는 많지만, 정책은 오히려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와 관련해 환자의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며 지침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 교수가 제시한 미국흉부학회(ATS), 미국감염학회(IDSA),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16년 결핵 진단 진료지침’에 따르면 결핵 발생률이 10만 명당 20명인 국가 또는 다제내성결핵(MDR-TB) 발생률이 2% 이상인 국가에서 태어났거나, 최소 1년 이상 거주한 환자는 모두 결핵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이 10만 명당 80명이고, MDR-TB 발생률은 4% 이상이다. 미국 기준이라면 모두 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결핵 환자 통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외국과 차이가 크다. 다음 진료지침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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