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창 교수 "10년 전부터 연구 진행…전 국민 대표하기 어려워 진료지침 반영 안 돼"

▲ 연세의대 김현창 교수는 17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Present and future of CVD risk prediction models in Korea'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진료지침에 반영될 수 있는 '한국형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약 10년 전부터 한국형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전 국민을 대표한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국내 진료지침에 반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 의료 패러다임이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으로 이동하면서 질환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에, 예측력을 높인 한국형 예측모형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연세의대 김현창 교수(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는 17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한국형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계에서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위험도 평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심뇌혈관질환이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에는 교정할 수 없는 가족력, 나이 등 요인과 함께 교정할 수 있는 고혈압, 흡연 등 요인이 있다. 하지만 같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혈압 또는 콜레스테롤 등과 같이 개개인에 따라 위험요인의 위험도가 다르므로, 위험요인 여부 또는 개수만으로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이에 미국에서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도 예측모형을 개발, 이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제시한다. 유럽에서도 다양한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을 개발하고 실제 가이드라인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 개발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뇌졸중 예측모형(Atherosclerosis 2008;197(1):318-25), 관상동맥질환 예측모형(BMJ Open 2014;4(5):e005025), 심혈관질환 예측모형(Circ Cardiovasc Qual Outcomes 2014;7(6):944-51)을 개발해 그 결과를 주요 학술지를 통해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은 국내 고혈압 또는 이상지질혈증 등 진료지침에서 활용되진 않는다. 각 진료지침에서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에 관한 소개가 있을 뿐 약물치료 여부 등 예방적 치료 전략 결정에 예측모형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예측모형이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한 연구는 있으나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를 분석한 연구 및 장기간 추적관찰한 연구가 없다. 전 국민을 대표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없다"며 "다만 검진센터에서 취합된 데이터이기에, 위험도 예측모형을 검진센터에 적용한다면 대표성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환자 예후를 직접 추적관찰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했기 때문에 환자가 과도하게 진단됐거나(overdiagnosis) 또는 과소진단(underdiagnosis)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예측모형의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ation)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즉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을 개발한 후 이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개발한 예측모형은 다른 연구자 데이터에서 타당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활용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예측모형을 개발한 뒤 사후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측력' 높이기 위해 '위험요인 반복 측정'·'머신러닝 활용' 등 고려해야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형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 개발을 위한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 김 교수는 '예측력'을 높인 예측모형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는 △생체표지자(biomarkers) △유전자 마커(genetic markers)  △이미징 마커(imaging markers) 등 추가 및 △위험요인 반복 측정(repeated measures)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활용 등을 제시했다. 

그중 가장 강조한 전략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 반복 측정이다. 위험요소를 반복 측정하면 장기간 변화를 볼 수 있어, 한 번 측정할 때보다 심뇌혈관질환 위험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발표된 ARIC 연구에 따르면, 혈압을 장기적으로 여러 번 측정했을 때 심뇌혈관질환 위험 예측력이 향상됐지만 복잡한 통계모형을 적용하면 정확도가 높아지지 않았다(Stat Med 2017;36(28):4514-4528).

아울러 아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새로운 기술인 머신러닝을 적용해 심뇌혈관질환 위험 예측력을 높이는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전언이다. 

김 교수는 "심뇌혈관질환을 예측하는 일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재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예측모형 개발에 고가의 바이오마커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도 있지만 검진을 반복적으로 진행하거나 병원에 축적된 반복 측정 자료를 활용하면 예측모형의 예측력이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머신러닝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김 교수가 속한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이번 달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대학교, 충북대학교와 함께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한 코호트 내 심뇌혈관질환 outcome 확인 체계 구축 및 발생위험 예측모형 개발'에 관한 연구의 첫 삽을 떴다. 연구는 내년 10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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