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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 '삽입형 제세동기' 필요한가?"심장돌연사 예방 효과 있어" vs "모든 사망 위험 낮췄다는 연구 없어"
대한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서 토론 시간 가져
박선혜 기자  |  sh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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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11.19  06: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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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돌연사(sudden cardiac death)를 예방하는 비약물적 치료전략으로 그 중심에 서 있는 치료가 '삽입형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ICD)'다. 

ICD는 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심장돌연사 위험을 낮추며 이식에 따른 혜택이 크다는 사실이 학계 정설로 자리 잡았다. 임상에서는 이들에게 심장돌연사를 1차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ICD를 이식을 적극 권한다. 

그러나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심장돌연사 1차 예방을 위해 ICD를 이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 의견이 엇갈린다.

이에 대한심부전학회는 16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심장돌연사 1차 예방을 목적으로 ICD를 삽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토론 시간을 가졌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ICD 유용성은 2016년 발표된 DANISH 연구가 부정적인 결론을 내놓으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N Engl J Med 2016;375:1221-1230).

DANISH 연구는 심부전 표준치료를 받고 있는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ICD의 혜택을 검증한 첫 무작위 대조군 연구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5.6년(중앙값) 추적관찰 동안 ICD 이식군과 비이식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21.6%와 23.4%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P=0.28).

연구를 진행한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Steen Dalby Kristensen 교수는 "DANISH 연구를 계기로 비허혈성 심부전 환자에게 ICD를 1차 예방 목적으로 삽입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DANISH 연구, ICD 이식군의 심장돌연사 위험 50% 감소

   
▲ 고려의대 최종일 교수는 'ICD Is Strongly Indicated for Non Ischemic Cardiomyopathy'를 주제로 발표하며,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ICD 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ICD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은 DANISH 연구만으로 ICD가 심장돌연사 1차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DANISH 연구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ICD 이식에 따른 차이가 없었으나, 심장돌연사는 ICD로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장돌연사 발생 위험은 ICD 이식군이 비이식군보다 50% 낮았다(HR 0.5; P=0.005). 즉 ICD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DANISH 연구에는 심장재동기화치료(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CRT)를 받은 환자가 58% 포함됐다. 이에 지난해 발표한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부정맥학회(AHA·ACC·HRS) 심장돌연사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DANISH 연구에 CRT를 받은 환자가 ICD 이식군 및 비이식군 모두 포함됐으므로 DANISH 연구 결과를 맹목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심장돌연사 1차 예방을 위해 ICD를 이식해야 한다고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I, A). 앞서 발표된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서는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ICD를 심장돌연사 1차 예방 목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Class I), 근거 수준은 B를 제시하고 있다(Level of Evidence B).

아울러 최근 개발된 심부전치료제 엔트레스토의 임상연구 PARADIGM-HF 연구에서는 ICD를 삽입한 환자의 심장돌연사 발생률은 2.9%였으나 삽입하지 않은 이들은 7.3%로, 효과적인 신약이 개발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ICD의 생존 혜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려의대 최종일 교수(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DANISH 연구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논란이 되는 결과를 보여줬지만, 다른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ICD가 심장돌연사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ICD 이식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심장돌연사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1차 종료점'…부적절한 전기충격 위험 있어

   
▲ 울산의대 이상언 교수는 'ICD for Primary Prevention of Non Ischemic Cardiomyopathy'를 주제로 강연하며, ICD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는 연구가 없다고 피력했다.

이와 반대되는 입장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과는 1차 종료점이라고 강조한다. DANISH 연구에서 ICD 이식군의 심장돌연사 위험이 낮았을지라도 연구에서 설정한 1차 종료점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막는 데에는 유의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2005년 발표된 SCD-HeFT 연구에서도 비허혈성 울혈성 심부전 환자는 ICD를 이식받으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27% 감소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N Engl J Med 2005;352:225-237).

이와 함께 DANISH 연구에 CRT를 받은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CRT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CRT 관련 하위분석에서 CRT를 받은 군과 받지 않은 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었다. CRT 때문에 ICD의 생존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ICD 이식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군 선정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DANISH 연구에서 8년간 추적관찰 시 누적 심장돌연사 발생률은 ICD 이식군이 4.3%, 비이식군이 8.2%였다. 이는 ICD 비이식군 중 약 90%는 장기간 동안 아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ICD를 몸 안에 넣고 일상생활을 한다는 의미다.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5.6년간 사망 1건을 예방하기 위해 ICD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number needed to treat, NNT)는 56명으로, 그 수치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부적절한 전기충격(inappropriate shock)이다. DANISH 연구에서 부적절한 전기충격은 ICD 이식군의 5.9%에서 발생했다. 실제 임상에서 ICD 이식 후 부적절한 전기충격을 받은 환자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호소하며, 그 증상이 심각하면 ICD를 다시 제거하는 상황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ICD 이식에 따른 감염 위험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의대 이상언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ICD는 심장돌연사를 막는 데에는 효과가 있으며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가이드라인에서 Class I 및 근거수준 A 또는 B로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심장돌연사 1차 예방을 위해 ICD 삽입을 권고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피력했다.

"국내 데이터부터 확보하자"

국내 전문가들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ICD 이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선 국내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다수 ICD 관련 연구는 서양에서 보고됐기에, 국내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ICD의 심장돌연사 1차 예방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세의대 정보영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심장돌연사 위험이 절대 낮지 않다"며 "또 ICD 비용이 혈액투석보다 저렴하다. ICD의 비용 대비 효과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국내 데이터에서는 ICD의 유용성에 관한 결과가 더 좋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ICD를 삽입해야 하는 환자군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정말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가천의대 정욱진 교수(길병원 심장내과)는 "박출률(EF) 35%를 기준으로 ICD 이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권고안은 수정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하위군을 분류해 ICD가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 ICD를 삽입해야 한다. EF 35% 미만인 모든 환자에게 ICD를 이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균관의대 전은석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는 "환자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각 병원의 심부전 및 부정맥 의료진들이 함께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진행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나름의 데이터를 만들고 어떤 환자에게 ICD 혜택이 있을지 또는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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