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가 없는 약은 급여권에서 나가라. 효과가 있는 약만 급여를 해주겠다." 

 

누가봐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가 급여등재된 약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말이다.

지금도 새로운 신약들이 급여 문을 두드리고 있고, 더 나은 치료효과를 가진 병용요법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건보재정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다 받아주기는 어렵다. 어쩌면 효과가 떨어지는 약이 급여 한 자리를 꿰 차고 있어 새로운 약이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7일 급여등재 의약품 사후평가가 필요한 이유와 방법을 논의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1000억원대 건보재정이 투입되는 면역항암제는 당연히 사후평가 이슈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날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는 "면역항암제를 방광암 환자에 사용했을 때 종양이 소실됐고, 두경부암에서도 치료 효과가 눈에띄게 나타난 사례가 있지만 오히려 병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며 "임상시험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는 생존기간(OS)이 12.3개월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3.2개월에 불과하고, 비소세포폐암 환자 4명 중 1명에서는 과다 진행(Hyper progression)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이 적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면역항암제의 임상결과에 집중해 미처 보지 못한 이면이었다.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최근 토론회에서 듣는 면역항암제 효과는 내가 알던 것과는 너무 달라 충격을 받고있다"고 할 정도였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췌장암에 젬시타빈과 얼로티닙을 병용했을 때 젬시타빈 단독보다 OS가 2주 연장된다고 했지만 더 많은 N수의 국내환자를 대상으로 한국보건의료원이 분석한 결과 OS 는 겨우 3일 연장됐다. 

이들 항암제에 들어가는 건보재정은 수천억원까지 추산된다. 정부가 급여 의약품에 대한 사후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칼을 빼들수 밖에 없는 이유다.

어쩌면 지금까지 급여 등재된 의약품 약효에 대한 사후평가가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이제라도 리얼월드에비던스(RWE)를 활용해 사후평가를 하겠다는 계획이 반갑다.

하지만 이 사실에 불안함을 느끼는 곳도 있을 것이다. 바로 제약사들이다.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등을 가진 다국적사들은 더욱 전전긍긍일 것이다. 

실제 공청회에 참석한 제약 관계자들은 등재의약품 사후평가가 약가인하에 초점을 맞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사후평가가 전제된다면 급여등재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상황도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약가인상, 급여범위 조정 등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제도 시행도 전에 부정적인 면만 보고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덧붙여 정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결과 값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담보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한 사람으로서 내가 지불하는 보험료가 가치있게 쓰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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